지난해 12월 국모 씨의 남편은 척추 디스크 수술 후 입원실에서 숨을 거뒀다. 수술을 마친 남편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계속 코피를 쏟아냈다. 병원 측은 “몸이 허약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국씨를 안심시켰지만, 남편은 결국 호흡곤란으로 고통스러워하다 숨졌다. 국씨의 남편은 슈퍼 박테리아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되었던 것. 병원과의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국씨는 “아직까지 병원과의 사망사건에 대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료사고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온 가족이 불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류모 씨의 부인도 산부인과에서 요실금 수술을 받다가 숨졌다. 사인(死因)은 과다마취로 인한 무산소성 뇌손상. 아내를 잃은 류 씨는 “미안하다고 빌던 산부인과 의사가 변호사 선임 후 돌변해 소송까지 가게 됐다. 산부인과 의사와 변호사가 전문적 용어와 애매모호한 답변들을 내놔 재판이 불리해졌다”며 “수술기록지가 없고 진료기록마저 무성의해 의료사고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환자에 사망에 으르는 큰 의료사고가 아니더라도 병원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는 많다. 최근 의료소비자시민연대가 진료과목별로 의료사고 통계를 조사한 결과 정형외과(23.6%), 내과(19.3%), 산부인과(15.0%)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처치미흡이 (30.7%)로 가장 많았고 수술(22.9%), 오진(5.7%)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증거자료가 획실해야
의료 안전사고 발생시 가장 먼저 의무기록 등의 증거 자료를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뿐 아니라 의료소송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진료 기록을 조사해야 한다. 전문적인 의학용어나 약어로 기록돼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주변의 의료인이나 소비자단체 등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병원이나 의사의 의학적 과실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합의나 조정을 신청하는 것도 방법
합의를 할 때는 사고 과정이나 후유증을 정확히 파악한 뒤에 해야 한다. 합의 후 다시 이의 제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합의금은 월 소득과 노동능력 상실 정도, 과실의 정도 등을 파악해 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조정은 법원, 의료심사조정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할 때는 증거 자료 수집과 함께 기한에도 주의해야 한다. 민사소송은 의료안전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사고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제기해야 하며 형사소송의 경우 사고 발생 후 5년 이내에 형사고소를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사고 시 형사보다 민사 소송을 먼저 제기하는 것이 낫다. 감정적으로 형사고소를 먼저 생각하게 되지만 전문적 수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행이 어려운 편이다. 또한 민사상 손해배상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형사적으로는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움말 최재혁(대외법률사무소 변호사)
헬스조선 편집팀 / 사진 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