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정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문성식 2015. 9. 8. 23:24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부부 싸움의 이유와 자녀 문제의 원인은 뿌리가 같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수정'하려고 하는 것.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한국의 학부형들에게 오름교육연구소의 구근회 소장이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부모들이여, 그렇다면 행복해져라.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 못해 넘치게 갖춰져 있는데 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기는커녕 공부에 대한 거부감과 신경질, 불안감만 늘어가는 것일까. 구근회 소장이 아이들을 보면서 생겼던 물음표는 부모들을 만나면서 느낌표로 바뀌었다. 원하는 것을 다 해주다 못해, 원하지 않는 것까지 다 해주고 나면, 아이는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어진다는 것이 아이러니.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가 변한다'는 깨달음은 '부모가 10% 바뀌면 아이는 100% 변한다'는 믿음이 되어 <부모 혁명 99일> , <공부 못하게 만드는 엄마 공부 잘하게 만드는 엄마> 라는 책으로 뻗어나왔다.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엄마라면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하고, 구근회 소장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사교육 1등 강사에서 교육 살리미로 구근회 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영어교육학을 전공한 뒤 사교육업체 메가스터디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사교육의 메카에서 이름을 떨치던 스타강사가, 교육연구소 소장이 되어 '교육 살리미'가 된 데는 사연이 있었다. "제가 사교육 강사였을 때 고 3까지 가르쳤던 제자가 있었어요. 수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자신이 목표로 한 대학에 갈 만한 성적이 안 나오는 거예요. 아이를 만났더니,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낫겠다'고 했어요. 저 나름대로는 열심히 이야기를 해줬지만 마음에 와닿지가 않았나봐요. 다음 날 진짜로 아이가 뛰어내렸어요. 그 후로 3년간은 제가 제대로 살지를 못했죠. 지하에도 못 내려가고, 허망한 느낌 있잖아요. 그때 인생에 전환점이 왔죠. 공부를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왜 공부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하는구나." 상대를 변하게 하려면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구근회 소장 역시 본인의 변화가 먼저였다. 전에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왜'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그러니까 물고기를 '먹여주는 것'에서, 물고기를 '잡는 법'을 지나,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를 열망'하는 데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다. "저를 변하게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은 우리 아이들이었어요. 직접 아이들을 키워보니까 제가 교육한다는 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양심적으로 점검하게 된 거죠. 우리 큰아이는 두 달 정도 학습지를 했어요. 월요일에 선생님이 오시면 금요일마다 싸움이 나는 거예요. 엄마는 하라고 하고, 아이는 왜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학습지를 중단했어요. 아이가 호기심을 느낄 때 하자고 했죠." 구근회 소장에게는 지금 4학년, 5학년, 6학년인 세 아들이 있다. 큰아이를 기르며 겪은 시행착오는 둘째 아이를 거쳐 셋째 아이에 이를 즈음 성공적으로 안착됐다. "저희 집은 엄마나 아빠가 아이들을 안 봐줘요. 아이가 목표대로 하면 좀 부족해도 칭찬해줘요. 부모한테도 아이 키우는 일이 수도의 과정이에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행착오라고 생각해요. 실패만이 아름다운 성공을 보장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데 그게 부모의 역할이에요. 앞장서서 끌고 가는 게 아니고요." 구 소장의 세 아이들은 모두 피부가 구릿빛이다. 캠프에라도 다녀왔나 했는데 아니란다. 하도 밖에서 뛰어놀아서 피부가 그을린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가느라 놀이터에 사람이 없으면, 아들 셋이 뭉쳐서 논다. 컴퓨터 게임보다 축구를, 실내보다 야외를 좋아하는 아이들. 카메라 앞에서도 "뭐하면 돼요?"라고 묻지 않고, 스스로 표정을 만든다. 시간에 제약이 없으니 행동도 제약이 없고, 생각이 자유로우니 행동도 자유롭다. "자유롭게 키우라는 말이 막연하게 느껴지시죠? 팁을 하나 드리자면 스티커 제도를 활용해보라는 겁니다. 동기에는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있잖아요. 아이들은 내적 동기가 혼자 생기기 쉽지 않아요. 스티커를 주면서도, '이건 스스로 해야 하는 거지만, 엄마가 더 잘하란 의미로 주는 거야'라고 얘기해요. 대신 엄마가 스티커의 양을 정하면 안 돼요. 아이와 협상을 해야 돼요. 스티커를 타기 위해서 공부습관을 잡는 사이에 생활습관도 달라져요. 우리 아이들은 이 스티커 비용을 모아서 고등학교 졸업한 다음에 유럽 여행을 가고 싶대요." 구근회 소장은 상담할 때 '사교육을 안 시키고 집에서 시킨다'고 하는 경우가 가장 걱정스럽다고 한다. 때로 '사교육보다 더 힘든 독 과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이 숨 쉴 틈도 없이 돌아가는 스파르타식 학습소가 된다면, 아이는 그야말로 갈 데가 없어진다. 집에서 한다고 해도 엄마가 주도한다면 '엄마 주도' 학습이지 '자기 주도' 학습이 아니다. "스스로 시간을 구성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1~2학년 때는 힘들었어요. 스스로 계획표 세우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으니까요. 매주 일요일마다 저녁 먹고서 가족회의를 했어요. 그때 지난 일주일을 반성하고 목표를 세웠지요. 어떤 점을 잘했는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이 과정이 몇 년 걸렸어요. 시험 볼 때도 부모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요." 아이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6시에서 6시 반 사이면 모두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그리곤 온 가족이 다 같이 밥을 먹는다. 아침 밥상에서 오가는 대화는 '진하다'. 교육전문가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교육을 시키는 건 아니다. 구 소장이 다른 아빠들보다 잘하는 건 딱 두 가지, 아침 밥상을 지키는 것과 온 식구랑 눈만 마주치면 안아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