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15.jpg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 용담사에 있는 고려시대의 석탑. 높이 9.95m.

 

용담사는 백제 성왕 때 창건하였다고 전하나, 통일신라 후기의 승려인 도선국사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고,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볼 때에 통일신라 후기에 창건된 사찰로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절이 세워지기 전에 근방에 있는 용담천에서 이무기가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혔는데, 도선국사가 이 절을 세운 뒤 부터는 행패를 부리지 않았다고 한다. 조선 전기의 숭유억불정책으로 절은 사라지고, 현재는 이 탑과 함께 석불입상(보물 제42호)과 석등이 남아 있다.

 

높이 0.63m의 방형기대석(方形基臺石) 위에 1단의 굄을 새겨 초층탑신(初層塔身)을 받치고 있는데, 기단은 이 1석만으로 대치하고 있다.

제1옥신(屋身)은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를 모각(模刻)한 판석을 좌우에 맞세우고, 그 두께를 우주로 삼아 전후에 면석(面石)을 끼우는 통상수법을 사용하였는데, 좌우면의 너비도 전후면에 비하여 약 7㎝가 좁고, 좌우면석의 두께도 동면석은 29㎝, 서면석은 26㎝로 불규칙하며 조잡하다.

옥개석(屋蓋石)은 하면에 6단의 받침이 추녀 끝까지 새겨져 있으며, 낙수면(落水面) 경사도 완만하여 반전(反轉)도 거의 없다. 옥개 윗면에는 굄을 따로 각출(刻出)하지 않고 제2탑신을 받고 있다. 제2탑신부터는 너비와 높이가 급격히 줄어들고, 1석으로 우주를 새겼다.

제2옥개석은 너비 1.77m, 높이 0.58m로 하면에 6단의 받침을 새겼으나 받침의 높이가 중후한데다가 옥신이 급격한 소형이므로 매우 불안정한 감을 준다. 제3옥신은 하층보다 약간 줄었으나 높이는 거의 같다. 우주를 천각하였고, 옥개석은 역시 6단의 받침을 가공하였다.

제4층 옥개석은 5단받침을 새겼고, 제5층은 4단받침, 제6·7층은 3단받침으로, 상층으로 올라가면서 받침의 단수를 감소시켜가는 수법은 매우 희귀한 예이다. 옥신도 위로 올라가면서 차차 체감되고 우주를 모각했으며, 제5옥신부에서는 2매의 면석을 좌우로 세워서 옥신을 받고 있는데, 이 부위가 취약하여 탑신이 약간 기울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