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11. 우리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만유 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그 법칙을 ‘믿는다’고 하지 않고 ‘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도 그 법칙을 ‘믿는다’고 하지 않고 ‘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교회의 위대한 성인들은 하느님과 그분께서 알려 주신 것을 믿었습니다. 이렇게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은 다릅니다. 오늘날 믿음을 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제의 경험, 곧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것이 전부라는 사고 방식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는 것에 주저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믿음은 막연하고 무모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믿음을 가능하게 하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나는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너희가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너희를 이끌어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 주실 것이다. 그분은 자기 생각대로 말씀하시지 않고 들은 대로 일러주실 것이며 앞으로 다가올 일들도 알려 주실 것이다. 또 그분은 나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전하여 나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다 나의 것이다. 그래서 성령께서 내게 들은 것을 너희에게 알려 주시리라고 내가 말했던 것이다(요한 16,12-15).
삼위일체 신비
우리는 지금까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과 세상을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거룩하게 하시는 성령을 믿는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세 분의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믿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우리에게 알려 주셨는데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한 분 하느님이십니다. 이것이 삼위일체 교리입니다. 이 삼위일체 교리는 인간의 논리를 뛰어넘는 신비입니다.
계시된 삼위일체 신비는 초기 교회 때부터 신앙의 근원이었습니다. 곧 교회는 처음부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어 왔고 설교나 교리교육, 교회의 기도 안에 삼위일체 신앙을 담아 왔습니다. 교회가 삼위일체 신비를 교리로 확정한 것은 삼위일체 신앙을 왜곡하려는 교회 안팎의 도전에서 이 신앙을 지키고 이 신앙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교회는 ‘실체’, ‘위격’ 등 다소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사용하여 삼위일체 신비를 교리로 확정하였습니다. 교회가 고백하는 삼위일체 신앙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 분이 아니라 세 위격이신 한 분 하느님이시다. 하느님의 세 위격은 서로 실제적으로 구분되지만 오직 하나의 본성, 하나의 실체이시다. 성부의 위격이 다르고 성자의 위격이 다르고 성령의 위격이 다르다. 그러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천주성은 하나이고, 그 영광은 동일하고, 그 위엄은 다 같이 영원하다.”
구원 역사에서 드러난 삼위일체
영원하신 성삼위께서는 당신의 신비를 추상적으로 계시하신 것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시는 모든 행위로 보여 주셨습니다. 성부께서는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하셨고, 성자께서는 성부께 파견되시어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의 희생 제물이 되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시고 하느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우리에게 밝혀 주셨으며, 성령께서는 우리가 하느님을 온전히 알고 깨닫게 하여 주시고, 삼위께서 이루시는 친교로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교회는 예로부터 “한 분 하느님 성부에게서 만물이 비롯되었고, 한 분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만물이 존재하며, 한 분 성령 안에 만물이 존재한다.” 하고 고백하여 왔습니다. 이렇게 삼위께서는 인간 구원 역사에 개별적으로 활동하셨지만 동시에 하느님의 구원 계획 전체는 삼위의 공동 활동입니다.
구원 역사는 삼위의 공동 사업
구원 계획에서 그리스도의 모든 업적은 성부와 성령의 공동 사명이며, 성자와 성령의 사명 전체는 성부께서 때가 찼을 때 이루시려고 창조 이전부터 사랑하시는 당신 성자 안에 미리 세워 놓으신 자비로운 “계획”(에페 1,9)입니다. 하느님의 모든 계획은 세 위격의 공동 사업이며 동일한 작용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곧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피조물의 세 근원이 아니라 하나의 근원이시며, 각 위격은 자신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공동의 구원 사업을 수행하시는 것입니다. 곧 하느님의 구원 계획 전체를 성부, 성자, 성령의 공동 사명이면서 동시에 개별 사업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를 중심으로 다시 설명한다면, 성부께 영광을 드리는 사람은 성자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하는 것이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은 성부께서 그를 이끌어 주시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며(요한 6,44), 성령께서 그를 움직여 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로마 8,14).
성서가 전해 주는 삼위일체
신·구약 성서 전체에서 삼위일체라는 말이 직접 언급되는 적은 없습니다. 유일하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강조되고 있는 구약성서에도 하느님께 구별되는 위격들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거나 그 계시를 준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분이신 하느님을 복수 대명사로 표현한 경우(창세 1,26)가 있고, 말씀, 영, 지혜라는 말로 하느님을 가리키고 있는 점 등입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신약성서에서 실제로 계시됩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예고될 때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 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루가 1,35) 하고 삼위의 신비가 표현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실 때에도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그에게 내려오셨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루가 3,22)고 삼위께서 동시에 현존하시는 모습이 묘사되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주실 때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어라.”(마태 28,19) 하심으로써 세 위격을 분명히 언급하셨습니다. 특히 예수님의 수난이 임박하였을 때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들(요한 14장; 15,26-27; 16,5-15)과 제자들을 위하여 바치신 기도(요한 17장)에서 예수님과 아버지와 성령의 관계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삼위께서 이루시는 사랑의 친교
실제적으로 구분되지만 하나의 동일한 본성을 지니시고 한 본체를 이루시는 삼위께서는 긴밀한 사랑의 친교를 이루시며 사람들을 그 사랑의 친교에 초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 그러니 너희는 언제나 내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라.”(요한 15,9) 하시며 우리를 성삼위께서 이루시는 완전한 사랑의 일치에 초대하십니다.
그리스도인 신앙 생활의 궁극적인 목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알고 사랑함으로써 성삼위께서 이루시는 친교와 일치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삼위일체 신비가 알아듣기 힘들지라도 기도에 정진하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익혀 가면, 우리도 영원하신 성부와, 그분의 아드님 성자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에 대한 지식과 깨달음이 커져 갈 것이고 삼위께서 이루시는 친교와 일치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시지만 삼위일체로 한 분이십니다. 삼위일체는, 한 분 하느님께서 서로 구분되시면서 완전히 동등하신 삼위이시며 친밀한 사랑으로 일치를 이루고 계심을 말합니다. 삼위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 생활은 반드시 삼위께서 이루시는 친교와 일치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우리도 서로 친교를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가 기도를 바칠 때에도 성령 안에서, 성자를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것입니다. 기도만이 아니라 우리 구원의 길 역시 성령 안에서 성자를 통하여 성부께 이르는 것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 받을 우리는 삼위께서 이루시는 사랑의 일치에 참여하도록 기도와 사랑을 익힙시다.
출처: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가톨릭 교리 http://www.cbck.or.kr/index.php
'천주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톨릭 교리 / 9. 우리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0) | 2015.06.10 |
---|---|
가톨릭 교리 / 10. 우리는 성령을 믿습니다 (0) | 2015.06.09 |
가톨릭 교리 / 12. 우리는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를 믿습니다 (0) | 2015.06.09 |
가톨릭 교리 / 13. 선교하는 교회 (0) | 2015.06.09 |
가톨릭 교리 / 14. 천주의 성모 복되신 동정 마리아 (0) | 2015.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