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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의 왕은 상고대!
눈꽃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꽃이다. 아무리 시간과 체력이 남아돌아도 눈꽃이 없는 눈꽃산행은 바로 ‘앙꼬(팥소) 없는 찐빵’이다. 여기서 눈꽃과 상고대는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 상고대는 서리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것이고, 눈꽃은 나뭇가지에 꽃이 핀 것처럼 얹힌 눈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상고대까지 통틀어서 포괄적으로 눈꽃이라고도 부른다.
- ▲ 서리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상고대. 눈꽃과 상고대는 엄밀히 따지면 다르다.
- 나뭇가지에 눈이 수북이 쌓인 눈꽃도 장관이지만, 겨울산행의 진수는 역시 상고대다. 상고대는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것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 크리스털로 된 터널을 지나는 듯 황홀경을 연출한다. 주관적인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경치의 섬세한 아름다움으로 따지면 상고대가 한 수 위인 것이다.
상고대를 만나려면 눈이 온 후 맑게 갠 다음날 아침 일찍 산을 올라야 한다. 상고대는 일교차가 클 때 생긴다. 보통 섭씨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정도에 풍속 초속 3m 이상일 때 피어난다는 통계다. 적당한 온도, 습도, 풍향, 기상조건이 맞아야 볼 수 있다. 무조건 이른 아침을 선택하기 전에 일기예보에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상고대를 만나려면 전날 많은 눈이 내려야 하고, 다음날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야 한다.
- ▲ 눈 온 뒤 맑은 날 아침 일찍 산을 올라야 화려한 눈꽃과 상고대를 볼 수 있다.
- 상고대는 바람이 산을 향해 불 때 바람에 부딪히는 쪽에서 발달하므로 계곡이나 산 아래보다는 바람이 강한 능선에서 볼 수 있다. 상고대는 해가 뜨면 금방 녹아 사라져버리므로 맑은 날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해야 볼 수 있다.
기상청 예보가 늘 맞는 것은 아니며 적설량은 현지에 살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 그러므로 가고자 하는 산의 기상상황과 적설량을 파악할 때는 현지 면사무소나 음식점 등에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좋다. 면사무소의 경우 통화 시 다짜고짜 용건부터 묻기보다는 면소재지로 여행을 가려는데 등산도 하려고 한다고 밝힌 후 용건을 묻는 것이 좋다. 음식점은 등산로 초입의 식당 주인과 통화해야 하며, 산행 후 방문 의사를 밝히고 얘기를 꺼내면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 나뭇가지를 뒤 덮은 눈꽃.
- 눈이 내리는 기압의 유형
우리나라에서 동계에 눈을 초래하는 기압유형은 대체로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가장 광범위하게 눈이 오는 형태인데, 이는 중국에서 형성된 저기압이 동진해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형태다. 이 경우 대개 전국적으로 눈이 오게 되며 눈의 양도 많다.
- ▲ 월악산 영봉과 상고대. 상고대는 해가 뜨면 정오가 되기 전에 녹아버린다.
- 둘째는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할 때 서해안에서 눈이 오게 되는데. 이는 서해의 영향이 크다. 즉 대륙의 찬 공기덩어리가 우리나라에 접근하게 되면,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의 수면에서 증발이 일어난다. 이 때 형성된 구름이 북서류를 타고 서해안으로 유입되어 국지적으로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 또한 대륙고기압이 확장될 때마다 눈이 오므로 자주 눈이 내리게 된다. 그러므로 서해안 지방에 눈이 오고 나면 이어서 한파가 몰아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셋째는 영동지방의 대설 형태로, 이는 동해에 저기압이 형성될 때 발생한다. 이는 동해상에 저기압이 위치하고 오호츠크해 부근에 블로킹 현상이 유지될 때 동해상의 저기압은 빨리 동쪽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오래 머물게 된다. 이때 동해상의 습한 기류가 영동지방으로 유입되어 대설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