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는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오랜 옛날부터 그려온 전통적 화풍을 말한다. 서양 화풍과 구별되는 동양화를 중국에서는 중국화, 일본은 일본화로 부른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발전한 독특한 동양적 화풍은 동양화로 호칭되다가 근래에 와서는 한국화로 즐겨 부르고 있다.
한국화는 수묵화와 채색화의 두 가지 양식으로 분류되며 채색화에는 수묵을 주로 하는 수묵담채화와 채색 위주로 제작되는 농채화도 포함된다. 동양화의 역사는 물체의 형상을 모방하여 형태를 그리는 상형문자의 생성 과정에서 근원을 찾기도 하고, 토템의 신물(信物)을 숭배하기 위한 형상을 그리는 관습에서 출발되었다고도 하고, 맹수나 독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신체에 채색과 장식을 하거나 문신을 그리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동양화에 대하여
문헌에 나타난 동양화의 시초는 확실하지는 않으나 춘추시대(B. C. 722∼481)와 전국시대(B. C. 480∼222)「한비자전(韓非子傳)」에 '제왕을 위하여 그림을 그리는 객이 있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 회화가 얼마나 성행하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신석기 이전의 토템 미술에서는 용(龍), 봉(鳳), 현무(玄武), 백호(白虎) 등을 그려서 사방의 방위신을 상징케 하였다. 방위신은 춘추시대까지 작용하여 도안 미술의 내용적인 소재의 근원이 되었으며 청동기 도안은 은(殷), 주(周)대를 정신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그러나 한(漢)대에는 회화적인 색채가 짙은 칠기 도안으로 바뀌고 인물 벽화도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당(唐)대에는 회화가 모든 미술의 중심이 되어 산수화와 화조화가 완전한 소재로 독립되었고, 오(五)대와 송(宋), 명(明)대를 거치는 동안 문인 학자들이 단순히 대상을 묘사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상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인정하고 즐기면서부터 수묵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수묵화가 발전되기 이전의 일반적인 표현양식이었던 채색 위주로 대상을 표현하는 미술이 발달하고 있다.
한국화에 대하여
한국화의 역사는 기록상 선사시대에 울산시 언양면 대곡리 절벽에 그려진 암각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암벽에 호랑이, 멧돼지, 사슴, 고래 등의 각종 짐승과 인물을 쪼아서 새겨 놓은 것인데 주술적인 원시미술의 일면이 나타나 있다. 그 후 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는 발굴된 작품이 거의 없어 회화의 공백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삼국시대의 분묘 속에는 고대의 보편적인 표현 양식이었던 채색 위주의 고분 벽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지역마다 서로 다른 특성으로 발전한다. 그 중 일찍부터 회화를 발전시킨 고구려는 4∼5 세기경부터 50여 기의 고분 벽화를 남기고 있는데 그 벽화에서는 석벽에 직접 채색을 하거나 흙과 석회를 섞어 바탕면을 만들고 천연 안료나 아교 또는 수용성 미디엄으로 그림을 그린 흔적이 나타났다. 백제와 신라도 고구려 못지 않게 회화가 발전하였으나, 현존하는 것은 미미하다. 백제의 송산리 6호분 벽화와 부여 능산리 고분벽화, 신라 경주의 155호분의 천마도 등이 겨우 발굴되었을 뿐이다. 또 통일신라의 대표적인 화가인 솔거의 노송도가 기록으로만 전해 질 뿐이다.
고려 시대에는 사찰 건축에 필요한 단청에 도식적인 채색이 성행하고 탱화에도 채색을 강조한 그림들이 대를 잇고 있는 한편 도화원의 화원(畵院)화가나 승려, 문인들에 의해 채색화와 수묵화가 성행하였다. 이 시대에는 탱화를 비롯하여 인물, 초상, 산수, 화조, 묵죽, 등의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이 그림들은 대부분 천연안료에 의존하였으며 아교와 혼합한 물감을 먹과 함께 사용되었다.
한국화의 전성기를 맞은 조선시대에는 도화서의 화원 화가, 화가, 문인, 서민들까지 한국화의 역사에 동참하게 된다. 이들은 소재나 구도뿐만 아니라, 공간 처리, 필묵법, 준법(?法) 등에서 한국화 현상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화원 화가들의 수묵담채화가 성행하기도 했으며, 한국적인 소재로 수묵화와 채색화가 자유롭게 펼쳐진다. 또 문인들은 수묵 위주의 문인화를 발전시키게 되고 서민들의 민화는 채색 위주의 장식성을 동반한 거침없는 주제로 한국화를 절정에 달하게 하였다.
근대에는 서양화의 유입과 일제의 한국화 찬탈로 위축되다가 서화협회 창설로 하여 한국화의 맥락이 이어졌다. 오늘날의 한국화는 수묵화나 채색화, 구상, 비구상 분야를 가리지 않고 또 비단이나 한지와 같은 전통 재료에 의존하지 않는 여러 가지 바탕재와 물감으로 민족정서를 강하게 반영하는 추세에 있다. 한국화를 그리는 재료에서도 전통적인 비단이나 한지에 의존하지 않고 캔버스 등과 같은 서양의 지지체를 활용하기도 하고, 채색 또한 먹과 아교 대신에 아크릴 물감이나 템페라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한국화의 용구와 재료
한국화는 앞에서 언급한 단청이나 탱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탱화는 그 기본 바탕이 대부분 천이지만 한국화는 한지나 화선지가 그 밑바탕이 된다. 한국화는 한지, 화선지, 비단 위에 스며듦과 번짐의 기법을 이용한 그림으로 먹(墨)이 가장 중요한 기본 재료에 속한다. 한국화를 그리는 데 필요한 재료들은 아래와 같다.
1. 먹(墨)
먹은 흑연의 성분인 검은 색의 석묵을 쓰거나 물에 녹인 석묵에 옻칠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이 시초이다. 제조 방법이 다양하게 변화되었으나 일반적으로 검은 안료(옻칠연, 송연, 카본블랙, 비취블랙 등)에다 아교를 6:4의 비율로 혼합한 뒤 부패를 막기 위하여 석류의 껍질즙이나 방부제를 넣고 아교의 고약한 냄새를 없애기 위하여 약간의 향료를 첨가한 후 길죽한 육면체나 원기둥형으로 만든다. 먹은 검은색에서부터 청색이 나는 송연묵(靑墨)과 붉은빛이 나는 먹까지 있다. 송연묵은 늙은 소나무나 그 뿌리, 관솔 등을 태울 때 생기는 그을음을 아교로 굳혀 만든 것인데 약간 청색을 띠고 있으므로 청묵(靑墨)이라고도 한다. 유연묵은 배추, 무, 아주까리, 참깨 등의 씨앗을 태울 때 생긴 그을음을 사용하기 때문에 약간의 갈색을 띠고 있어 갈묵(曷墨)이라고도 부른다. 구름이나 연기, 수면 등을 그릴 때에는 청묵이 적당하고 산림이나 암석을 그릴 때에는 갈묵을 쓰면 효과적이다. 먹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약한 바람에 그을음을 날려서 입자를 구분하는 풍선식(風選式)과 그을음을 물에 침전시켜 입자를 가려내는 수한식(水汗式)이 있는데 입자가 고운 먹과 물위에 높이 뜬것으로 만든 먹을 좋은 상품으로 취급한다. 좋은 먹은 길이가 길고 농묵이나 담묵일 때에도 윤이 나며 아름다운 반면 질이 낮은 먹은 농묵일 때도 윤이 없고 담묵일 때에는 더욱 지저분하게 보인다. 먹을 갈 때에는 먹의 질감이 곱고 부드러워야 농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낼 수 있다. 사용이 끝난 먹은 젖어 있는 부분을 잘 씻어 두는 것이 아교의 변질이나 먹의 균열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오동나무 갑에 넣어 두면 공기 중의 습도를 막아 주며 먹이 가지고 있는 습도를 유지하여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
2. 벼루(硯)
벼루는 대개 돌로 만들지만 와연(瓦硯), 도연(陶硯)도 있고 옥이나 수정 등의 보석류라든가 금, 은 ,동, 나무, 대나무 따위로 만들기도 한다. 벼루는 먹이 부드럽게 갈리고 고유의 묵색이 잘 나타나야 한다. 연당(硯堂)의 표면에는 숫돌과 같이 꺼칠꺼칠하고 미세한 봉망(鋒芒)이 무수히 많아서 물을 붓고 먹을 마찰시킬 때 먹물이 생기게 된다. 이 때 벼루는 먹의 강도보다 더 강한 것이 좋고 수분을 너무 많이 흡수하는 것은 좋지 않다. 먹은 갈리지 않고 벼루가 갈리면 먹이 탁해지므로 잘 닳지 않는 먹이 좋다. 중국의 흡주석(絡州石)은 점판암으로 봉망이 밀집되고 단단하여 발묵이 매우 좋은 벼루의 재료이며, 단계석(端溪石)은 휘록응회암(輝錄凝灰岩)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봉망의 강도가 먹을 가는 데 적당하다. 또 징니연(澄泥硯)은 고운 진흙을 틀에 넣어 굳힌 후 구워낸 인조연으로 돌보다도 견고하고 봉망이 밀립하여 발묵이 잘 되는 장점이 있다. 우리 나라의 석연은 위원석(渭原石), 해주연(海州硯), 남포석(藍浦石)이 대종을 이루고 장단, 울산, 단양, 안동, 정선, 언양 등지에서도 연재가 산출되고 있다. 양적으로는 남포석이 으뜸을 차지하며 질이 좋은 벼루는 중국의 단계연에 비견(比肩)할 만하다. 위원의 화초석(花草石)은 위원 단계(渭原端溪)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
3. 붓(筆)
수묵화용 붓은 매우 다양하므로 가급적 여러 가지 종류의 것을 직접 사용해 본 다음 그리기 쉽고 개성 있는 것을 택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양화 붓에 비하여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붓끝이 닳아버린 몽땅 붓도 채색화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으므로 버리지 않는 것이 좋다. 수묵화에 쓰이는 붓은 붓촉이 길고 탄력이 있으며 갈라지지 않는 것이 좋고 꼬거나 회전시켜도 훼손되지 않는 것이 좋다. 채색용 붓은 털이 많고 보드라우며 짧아야 쓰기에 편하다. 처음 구입한 붓은 대개 붓털의 변화나 신축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풀을 먹여 두었으므로 부드럽게 풀어서 써야 한다. 새 붓은 미지근한 물에 담근 후 풀이 탄력을 잃었을 때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서, 풀 기운을 씻어낸 후 맑은 물에 다시 헹구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풀 기운이 남아 있으면 붓촉이 빨리 닳거나 진균류가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4. 아 교
아교는 더운 물에 녹기 때문에 마르고 나면 물에 풀어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수용성이 아니므로 마르고 난 후 채색에서도 색이 잘 번지지 않고 완성 후에 물로 배접하여도 그림이 상하지 않는다. 아교풀은 산양 등 동물의 피질, 어피, 물고기의 부레, 소뼈, 사슴뿔 등을 물에 여러 번 고아서 우러낸 것이다. 보통 2∼3회 달여서 뽑아낸 것이 제일 좋고 어피나 사슴뿔로 우러낸 것을 제일로 치며 색깔이 맑고 연한 것일수록 좋다. 영국은 산양 아교, 독일은 토끼의 뱃가죽으로 아교를 만들고 일본은 사슴뼈로, 우리 나라는 주로 어피나 생선, 부레풀 혹은 소뼈로 아교를 만들고 있다. 아교는 막대 모양도 있지만 젤라틴처럼 분말 입자로 된 것이 쓰기에 편하므로 맑은 것을 선택하여 중탕기로 녹여 쓰는 것이 좋다.
한국화 채색 물감
1) 천연 석채(石彩, 眞彩, 岩彩色)
화학 공업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천연 광석을 분쇄하든가 식물의 꽃이나 뿌리를 채취, 가공하여 색을 얻었다. 석채에 해당되는 색은 원석인 공작석(孔雀石)이나 남동광(籃銅鑛)에서 군청이나 감청, 담군청, 백군청, 녹청, 백록청을 얻었고 분쇄한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짙고 옅은 색을 낼 수 있다. 좋은 색상을 얻기 위해서는 원석의 순도가 높아야 하며 짙은 색조는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므로 다양한 인조 석채로 대용하게 되었다.
2) 천연 이채(泥彩), 수간 채색
천연 흙을 그대로 쓰거나 고온소성(열로 가공)하여 다양한 갈색(褐色)을 얻게 된다. 천연 흙은 내광성이 좋고 투명도가 높으며 주성분은 산화철과 이산화망간이다. 천연 흙을 저온 처리하면 밝은 황토색이 되고 고온으로 처리할수록 그 색은 짙어지며, 철분이 많을수록 적갈색을 띠게 된다. 토성계 안료는 변색이 적고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고착력이 약한 단점만 보완하면 손쉽게 먹과 혼합하여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 인조 수간 채색 물감은 인조 안료를 분산·흡착시켜 만드는데 분홍색이나 보라색 계열은 종종 퇴색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3) 인조 석채
인조 석채의 색상은 매우 다양하며 천연 석채의 단점을 보완한 선명한 색상과 아름다운 색조를 지닌 것들이 많다. 인조 석채는, 유리나 수정 등을 분쇄한 분말에 코발트 동이나, 철, 망간 등의 금속 산화물을 첨가한 후 고온소성(高溫燒成)하면 규소로 코팅된 산화 암괴가 생산되는데 이것을 다시 분쇄하여 물에 정선한 뒤 사용한다. 인조 석채는 고온소성된 안료이므로 가스나 염분 등에 강하고 내광성도 좋다. 방해석이나 유리 분말에 염료를 흡착한, 질이 낮은 인조 석채는 채색 후 밑색이 배어 나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색의 견뢰도가 우수한 색유리를 선택해야 한다.
4) 안채와 튜브(Tube) 물감
작은 병 뚜껑처럼 생긴 얕은 용기에 담긴 물감을 안채라 하는데 안료에다 아교와 천연 전분을 섞어 만든다. 이것은 천연 전분과 안료를 배합하여 접시에 담아 고형화한 것이므로 색상이 비교적 투명하고 밝다. 석채를 사용하는 채색화의 바탕색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남화풍의 그림이나 스케치 여행 시에 주로 사용한다. 튜브 물감은 천연안료를 고착제와 섞어서 만드는데 진득한 액상이므로 젖은 붓으로 즉시 그릴 수 있어 사용이 간편하다. 그러나 얇게 채색할 수 있도록 만든 물감이므로 두껍게 칠하거나 고착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아교액을 첨가하여 잘 혼합한 뒤 사용해야 한다.
5) 한국화 채색물감의 내광성
석채, 이채, 분채, 인조 석채 등의 한국화 안료는 그 자체 색의 고유한 성질로 인하여 눈으로 보기에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것 같으나 의외로 쉽게 퇴색 또는 변색되는 수가 많다. 그래서 화학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시험을 거친, 좋은 안료를 선택하여 작품을 제작하기란 매우 힘이 든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물감을 간단히 감정할 수 있는 내광성 검사 방법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자 하는 화지에 5-7Cm 길이로 물감을 칠한 후 검은 종이로 절반을 덮고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서 6개월 이상 비스듬히 세워둔 다음 가린 종이를 떼어내고 두 색상의 차를 비교했을 때 변색이나 퇴색 차가 큰 물감은 다른 색상으로 대치해야 한다.
화지의 규격
화지의 규격은 일정치 않으나 전지(全紙)는 일반적으로 폭이 65cm 내외, 길이가 125cm내외로 제조된다. 전통 한국화의 전지 생산 규격은 보통 59×123cm이며 중국의 옥판선지의 규격은 70×145cm이다. 그러나 주문자 생산에 의하여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도 있는데 시중에는 장지(長紙)라 하여 135×167cm 정도로 양화 캔버스의 100호 크기와 맞먹는 화지도 시판되고 있다. 온주피지(溫州皮紙)는 두루마리 종이로 10m∼25m 가량의 길이로 시판되고 있다. 전지를 세로 혹은 가로로 똑같이 양분한 것을 반절지라 부르며 3등분한 것을 3절지, 4등분한 것을 4절지라 한다. 또 수묵화의 화지는 그림과 같이 자르는 모양에 따라 '현판'과 '내리'로 구분하는데 가로로 긴 모양을 '현판'이라 하고 세로로 긴 모양을 '내리'라 한다. 현판 전지를 가로로 반 잘라낸 것을 '2절 현판'이라 한다. 또 현판 전지를 세로로 반 잘라 낸 것을 '현판 반절'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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