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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사꽃필 무렵의 그리움
갈대가 밤을 새워 사랑싸움하는 것을 보고
그냥 덮어두고 지나치기엔 아직 나의 열정은 갈색으로 머물 순 없다
갈색 위에 파란색 덧칠을 하고 핑크빛 러브레터는 아니어도 쏠
베이지의 아름다운 꿈을 꾸고 싶다.
누가 낙엽 지는 이야기를 하면 당장 슬픔을 느끼며
낙엽을 밟으며 같이 오솔길을
걸어도 좋을 그리운 벗 하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에 여유도 있고
청바지에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소녀의 기도를 들을 수 있는 센치함도 남아 있다
아직은 늙어 간다는 이야기보다는
중년의 멋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은 청춘으로
꽃밭을 가꾸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함께 물을 주고 싶은 꽃잎을
배회하는 나비로 살아가고 싶다
진달래 흐드러저 춤을 추눈 4월이 오면
아지랑이 숲 속을 손을 잡고 걸어도 흉이
되지 않을 봄바람을 잠재우는 길손으로
꽃잎을 살짝 흔드는 바람으로 살고 싶다
비가 오는 날엔
우산 속에 숨겨진 비밀을 만들고
수채화로 모닥불을 그리며 우수에 젖은 마음을
흥얼흥얼 콧노래로 말리며 장미꽃보다는
설중매를 아름답게 봐주는 중오한 멋이
있는 영원한 젊은이로 살고 싶다
첫눈이 오는 날 춥지 않으냐는 안부를 듣기보다는
오빠 첫눈 오니까 많이 보고 싶다
우리 단골집에서 만나서 한잔할까요
아직까진 분위기에 젖어서 살고 싶다
누가 내 인생에 청사진을 이야기할 때
아직은 빨간 넥타이가 더 잘 어울리고
다방에서 차를 마시는 것보다는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고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것보다는
오빠라고 부르는 소리가 더 듣고 싶다
아직은 학교 앞 붕어빵 아저씨가 그립고
골목길 달고나 파는 아줌마를 사모 하고
문방구 집에 뽑기를 생각하는 나이로 살며
긴 머리 소녀의 자주색 가방을
가슴에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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