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의 효과 고해성사를 보는 가장 큰 목적은 죄로 인해 끊어지거나 상처를 입은, 하느님과의 친교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곧 하느님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는 "고해성사의 목적과 효과는 하느님과 이루는 화해에 있다"고 적시합니다. 나아가 "하느님과 화해하는 고해성사는 참된 '영적 부활'과 하느님 자녀로서 지니는 품위와 삶의 선익을 회복시켜 준다"며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하느님과 나누는 사랑"이라고 강조합니다(1468항). 고해성사를 봄으로써 양심이 평화를 얻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바로 하느님과 이루는 화해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해성사는 또한 우리를 교회와 화해시켜 줍니다. 이와 관련 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죄는 형제적 친교를 약화시키거나 파괴한다. 고해성사는 그 친교를 바로잡고 회복시킨다. 이러한 의미에서 고해성사는 교회와 친교를 회복하는 그 사람만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체가 지은 죄 때문에 손상을 입은 교회의 생명을 되살리는 효과도 있다"(1469항). 이는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한다"(12,16)고 설파한 것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권고 「화해와 참회」에서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이루는 화해가 참회자 자신과의 화해, 참회자가 상처를 입힌 형제들과의 화해, 교회와의 화해는 물론 온 창조계와의 화해로까지 발전한다면서 가능한 한 많은 신자들이 이 성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합니다(「화해와 참회」 31항). ▨알아둡시다 ◇공동 고백과 공동 사죄 고해성사를 볼 때 반드시 개별 고백을 하고 개별 사죄를 받아야 하느냐고, 공동 고백을 하고 공동 사죄를 받을 수는 없느냐고 묻는 신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공동 고백과 공동 사죄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중대한 필요가 있을 때에 예외적으로만 할 수 있기에 극히 제한돼 있습니다. 고해성사를 거행하는 양식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개별 고백과 개별 사죄입니다. 즉 참회자 자신이 죄를 통회한 후 고해 사제에게 죄를 직접 고백하고 사죄를 받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장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양식입니다. 둘째는, 여럿이 함께 참회한 후 개별적으로 죄를 고백하고 역시 개별적으로 사죄를 받는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양심성찰을 비롯해 참회 및 용서 청원을 공동체적으로 함께 한 후에 개별적으로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고 역시 개별적으로 사죄를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받은 용서에 대해 함께 감사를 드리는 것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참회하고 함께 감사드리는 것은 공동체적 성격을 잘 드러내지만 개별 고백과 개별 사죄라는 핵심에 있어서는 첫째 양식과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성탄이나 부활 판공 때에 이런 양식을 이용하지요. 셋째는 일괄적으로 죄를 고백하고 일괄적으로 죄의 용서를 받는 방식인데, 이는 중대한 필요가 있을 때 아주 예외적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이 예외적 경우란 1) 죽을 위험이 임박하고 한 사제나 여러 사제가 각 참회자들의 고백을 들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2)참회자 수에 비해 고해 사제 수가 부족해 개별 고백으로는 참회자들이 자기 탓 없이 고해성사의 은총을 오랫동안 누리지 못하게 될 때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참회자들의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는 일괄고백과 일괄 사죄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순례 기간 중에 또는 판공 성사 기간에 신자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린다는 이유만으로는 고해 사제 수가 부족하더라도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를 위한 충분한 필요 조건에 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괄 고백과 일괄 사죄의 조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교구장 주교의 몫입니다(교회법전 제961조). 개별 고백과 개별 사죄는 참회 과정에 있어서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측면, 따라서 참회의 더욱 본질적 측면을 잘 드러냅니다. 또 그리스도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런 이유에서 교회는 죽을 죄를 지은 신자가 하느님 및 교회와 화해하는 단 하나의 통상적 방법이 개별 고백과 개별 사죄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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