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사도 가운데 야고보 이름을 가진 사도는 두 사람입니다. 한 사람은 요한의 형 야고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입니다. 두 사도를 구별하기 위해 요한의 형 야고보를 큰(大) 야고보, 다른 야고보를 작은(小) 야고보라고 부르지요. 이번 호에서는 큰 야고보에 대해 알아봅니다. ◇성경에서의 야고보 야고보는 제베대오 아들로서 요한의 친형입니다. 또 관련되는 성경 말씀들을 종합하면(마태 27,56; 마르 15,40 ; 16,1), 어머니는 살로메입니다. 야고보와 요한은 시몬 베드로의 동업자(루카 5,10)로서 직업이 어부였습니다. 예수님께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야고보는 아버지 제베대오와 동생 요한과 삯꾼들과 함께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지요(마태 4,18-22; 마르 1,16-20). 아버지가 삯꾼을 부릴 정도인 것으로 보아 야고보 집안은 시몬 베드로에 비해 경제적 형편이 나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 살로메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갈릴래아에서 복음을 선포하실 때부터 함께 따라 다니며 시중을 들 수 있었을 것이고(마태 27, 55-56), 예수님께 "저의 이 두 아들을 하나는 스승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마태 29,21)하고 청을 드릴 수도 있었겠지요. 예수님께서는 열두 사도를 뽑으실 때에 시몬에게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신 것처럼 야고보와 요한에게는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뜻으로 '보아네르게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습니다(마르 3,17).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별명은 야고보와 요한의 불같은 성격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두 형제는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자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해 저들을 불살라 버릴까요?'하고 말할 정도로 과격한 성격을 드러냅니다(루카 9,51-56). 야고보가 나중에 사도들 가운데서 제일 먼저 순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야고보는 시몬 베드로와 동생 요한과 함께 열두 제자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최측근 제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타볼 산에서 당신이 영광스럽게 변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실 때에 이 세 사람만을 따로 데리고 가셨으며(마르 9,2), 수난 전날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실 때에도 이 세 제자만 따로 데리고 가신 것이(마르 14,33) 이를 말해 주지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일곱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에 함께 있었던 야고보는(요한 21,2) 예수님께서 승천하시자 예루살렘의 이층 다락방에서 사도들과 함께 기도하며 지내다가 마티아 사도를 뽑고 마침내 오순절에 성령을 가득 받아 복음을 선포합니다(사도 1-2장). 그리고 예루살렘 교회가 스테파노의 순교와 함께 박해를 받기 시작할 때에도 다른 사도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습니다(사도 8,1-2). 그러다가 44년 쯤에 헤로데 임금에 의해 순교합니다(사도 12,2). 이 헤로데 임금은 예수님께서 태어나셨을 때 유다를 다스린 헤로데 임금의 손자인 헤로데 아그리파 1세입니다. 그는 유다인들의 환심을 사려고 교회에 대한 박해를 자행했지요. ◇전승에서의 야고보 전승에 따르면, 야고보는 사도들이 복음을 전하러 사방으로 흩어졌을 때에 유다와 사마리아에서 활동하다가 스페인으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채 다시 유다 지방으로 돌아왔다가 순교했다고 합니다. 스페인 서북부 지방에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곳 대성당에서는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모셔져 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스페인 북부 지방에 모셔져 있던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이슬람교도들의 침입을 받은 후 행방이 묘연해졌는데 별빛이 쏟아지는 들판의 한 동굴에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발견돼 그 위에 교회를 세우고 그 도시 이름을 '별의 들판' 곧 콤포스텔라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9세기쯤의 일이었습니다. 이후 이 도시는 또 이슬람교도들에게 침공 받았다가 재건됐는데 그때부터 야고보 사도 이름을 따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고 불렀습니다. 산티아고는 성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입니다. 이후 야고보 사도의 무덤에서 많은 기적이 일어나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즐겨 순례하는 성지가 됐고, 오늘날도 유럽인들에게는 예루살렘과 로마와 더불어 3대 순례성지 중 하나로 꼽히지요. 다른 한편 사도 야고보는 중세기에 이슬람교도들이 스페인 중북부 지역을 침공했을 때 백마를 탄 투사가 돼 이들을 앞장서서 무찔렀다는 전설도 전해져 옵니다. 그래서 스페인 예술작품들에서 종종 말을 탄 기사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사도 야고보는 스페인의 수호성인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탈리아에서는 순례자의 수호성인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지요. 로마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 있는 야고보 사도 조각상도 지팡이를 든 순례자 모습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