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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삶의 등급 가지가지

문성식 2025. 2. 2. 21:03




        ♥ 노인 삶의 등급 가지가지 ♥ 어느덧 칠순 고개를 넘기고 나면 시간의 흐름은 급류를 탄다. 일주일이 하루 같다고 할까,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문안 전화도 뜸 뜸이 걸려오다가 어느 날부터 인가 뚝 끊기고 만다. 이럴 때 내가 영락없는 노인임을 깨닫게 된다. 노인이 돼봐야 노인 세계를 확연히 볼 수 있다고 할까, 노인들의 삶도 가지가지이다. 노선(老仙)이 있는가 하면, 노학(老鶴)이 있고, 노동(老童)이 있는가 하면, 노옹(老翁)이 있고, 노광(老狂)이 있는가 하면, 노고(老孤)가 있고 노궁(老窮)이 있는가 하면, 노추(老醜)도 있다. - 노선(老仙)은- 늙어 가면서 신선처럼 사는 사람이다. 이들은 사랑도 미움도 놓아 버렸다. 성냄도 탐욕도 벗어 버렸다. 선도 악도 털어 버렸다.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다. 건너야 할 피안도 없고, 올라야 할 천당도 없고, 빠져버릴 지옥도 없다. 무심히 자연 따라 돌아갈 뿐이다. - 노학(老鶴)은- 늙어서 학처럼 사는 것이다.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한다. 그러면서도 검소하여 천박하지 않다. 많은 벗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 안다. 그래서 친구들로부터 아낌을 받는다.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 작품들을 펴내기도 한다. - 노동(老童)은- 늙어서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처럼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학의 평생 교육원이나 학원 아니면 서원이나 노인 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못다한 공부를 한다. 시경 주역 등 한문이며 서예며 정치 경제 상식이며 컴퓨터를 열심히 배운다. 수시로 학우들과 어울려 여행도 하고 노래며 춤도 추고 즐거운 여생을 보낸다. - 노옹(老翁)은- 문자 그대로 늙은이로 사는 사람이다. 집에서 손주들이나 봐주고 텅 빈 집이나 지켜준다.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노인들과 화투나 치고 장기를 두기도 한다.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돈다. - 노광(老狂)은- 미친 사람처럼 사는 노인이다. 함량 미달에 능력은 부족하고 주변에 존경도 못 받는 처지에 감투 욕심은 많아서 온갖 장을 도맡아 한다.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최면 불사하고 파리처럼 달라붙는다.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 보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 노고(老孤)는- 늙어 가면서 아내를 잃고 외로운 삶을 보내는 사람이다. 이십대의 아내는 애완동물들같이 마냥 귀엽기만 하다. 삼십대의 아내는 기호 식품 같다고 할까, 사십대의 아내는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가재도구가 돼 버렸다. 오십대가 되면 아내는 가보의 자리를 차지한다. 육십대의 아내는 지방 문화재라고 할까, 그런데, 칠십대가 되면 아내는 국보의 위치에 올라 존중을 받게 된다. 그런 귀하고도 귀한 보물을 잃었으니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없다. - 노궁(老窮)은- 늙어서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사람이다. 아침 한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야 한다. 갈 곳이라면 공원 광장뿐이다. 점심은 무료 급식소에서 해결한다. 석양이 되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들어간다. 며느리 눈치 슬슬 보며 밥술 좀 떠 넣고 골방에 들어가 한숨 잔다. 사는 게 괴롭다. - 노추(老醜)는- 늙어서 추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다. 어쩌다 불치의 병을 얻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한 시도 살 수 없는 못 죽어 생존하는 가련한 노인이다. 인생은 자기가 스스로 써온 시나리오에 따라 자신이 연출하는 자작극이라 할까, 나는 여태껏 어떤 내용의 각본을 창작해 왔을까, 이젠, 고쳐 쓸 수가 없다. 희극이 되든 비극이 되든 아니면 해피엔드로 끝나든 미소 지으며 각본대로 열심히 연출할 수 밖에 없다. = 좋은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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