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인, 혹은 배우자를 고르기 ◆
사랑은 하되 실패하고 싶지는 않다.
사랑은 실패할 수 있지만 결혼만은 실패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의 기술이나 결혼의 외적인 조건말고도 만남의 질을 결정해주는 것이 내게 맞는 파트너인가 하는 것을 알아내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것은 결혼에 관심있고, 인생에서 결혼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외에도 단지 사랑하기 위해 상대를 선택하려는 사람들 모두가 관심있어 할 주제이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우리는 대책없이 이성에 대해 열망하게 되고, 이성에 대한 성적 호기심으로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이 사람이 과연 내게 맞는 사람인지,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랑이나 결혼에 맞는 사람인지도 알지 못한 채 사랑과 결혼을 결정하기 일쑤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아니였다’고 울고 비참해 하고, 기막혀 한다. 때로 그 알아차림의 시간이 너무 길어 이미 처음으로 되돌리기엔 너무도 많은 책임의 식솔들이 딸려있는 비극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제일먼저 권하고 싶은 것은 많은 상대를 만나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 비슷할 것 같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다르다. 그 많은 사람들 안에서 내게 맞는 사람은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일 수도 있고 아주 다른 유형의 사람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가진 인생의 가치관과 기준에 맞거나 맞출 있는 사람이면 나는 그와 더불어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아주 다른 유형인 경우 적어도 그와 다른 점을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강의할 때 나는 미혼들에게 ‘적어도 30명가량은 만나보고 결혼을 결정하라’고 권유한다. 그것은 사람을 많이 만나볼수록 사람의 유형을 알아보는 안목이 키워지기 때문이다.
한사람을 만나고 그를 사랑하고, 결혼하면 세상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어 더 행복하다(사랑의 양이든 섹스의 질이든)고 하지만 사실은 여러 사람을 비교해 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우리가 비싼 모피코트를 고를 때도 정말 여러 번 지칠 때까지 쇼핑을 하는데, 하물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훨씬 많은 세월을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를 선택하는 데 많은 비교가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우선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이미 만들어진 기준이 있어 소개한다. 내가 만든 기준은 아니고 예전에 이화여대에서 호주에 계시는 홍성묵교수님이 강의하시는 내용인데 물론 살은 필자가 많이 붙였지만 원작자(?)의 의도를 많이 거스르지 않았다.
** 연인, 혹은 배우자로서 고려해야 할 사람
1. 정직하지 않은 사람,
말할 필요도 없지만 연애할 때도 거짓말하고 얼렁뚱땅 얼버무리는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한 후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고하라는 것이 아니고 최소한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2. 데이트에 일부러 늦는 사람, 바람 자주 맞히는 사람,
자존심 때문인지 일부러 데이트 시간에 늦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여성들이 많이 그러는 것 같은데, 시간을 포함해 자신이 한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은 다른 것에도 그렇게 명확한 태도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은 정말 기본이다. 물론 때로 이런 시도도 해볼 수 있다. 일부러 바람을 한번 맞혀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단한번의 어김에도 펄펄뛰고 분노를 앞세우는 사람인지 사정을 들어보고 화를 내는 사람인지...
하지만 그런 시험은 단 한번 정도로 족하다. 성경에도 사랑을 시험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사랑에 기술이 필요하다고 자꾸 기술을 남발하다 보면 혼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3. 대화하면서 시선을 못 맞추는 사람,
대화하는 중에 자꾸 다른 곳을 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시선을 맞추지 않는 사람은 마음 속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상대에게 죄의식이 있거나, 지나치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수 있다.
대화할 때는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 이 정도는 하는 사람이어야 나를 사랑하고 그의 관심사 영순위가 나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을까?
4. 가치관이 나와 너무 다른 사람,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개인이 가지는 가치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랑에 대한 것, 일에 대한 것, 직장이나 육아 방침, 돈에 대한 것, 성에 대한 것, 인생에 대한 것등.. 그런데 가치관이 똑같을 수야 없지만(정말 똑같은 가치관을 가졌다면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 다른 가치관이라도 서로 이해가 되고, 그대로 인정할 수 있다면 ok다. 상대와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사랑하면 같아야 한다’며 다른 사람을 고치려 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세상이다. 그래서 평소에 서로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눠 보는 것이 필요하다.
5. 생일 등 기념일을 잊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의 최대 기념일인 생일정도는 기억하는 성의를 보이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만난지 455일이라든가, 첫 키스한지 35일이라든가 하는 소소한 기념일까지는 너무하지만, 그래도 상대가 소중한 의미로 생각하는 기념일은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생일도 기억하지 않는애인은 당연히 결혼기념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기념일은 그날이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그 의미 때문에 소중하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 소중한 것을 공유하는 것은 참으로 따뜻하고 든든한 동지애를 유도한다.
6. 자신의 욕구에만 연연해 하는 사람,
상대가 뭘 원하는 지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에 열심인 사람. 사랑은 배려의 다른 말이다.
“오늘 뭐 먹고 싶어?”“냉면”“그래, 냉면 좋지.”하고는 결국은 칼국수 먹으러 가는 사람. 한번쯤은 넓은 마음으로 받아 줄 수 있지만 계속되면 글쎄...
7. 전화 여러 번 했는데도 답하지 않는 사람,
전화나 이메일을 받기만 하고 답하지 않는 사람은 일단 나를 성심을 다해 사랑하지 않는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다. 사랑은 관심이다. 그리고 상대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다. 일하는 태도를 봐도 이메일 답장을 금방 하는 사람은 다른 일도 확실하게 처리한다.
8. 폭력, 폭언을 하는 사람,
절대 선택하지 말아야 할 유형의 사람. 사람은 가까운 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그리고 큰 상처를 받는다. 사실 가깝지 않다면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왜냐하면 관심이 없을 테니까... 사실 폭언이나 폭력은 그 뿌리가 깊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랐거나, 자신도 폭력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흔히 폭력을 쉬운 해결방안으로 선택하는 것 같다. 폭언은 터프한 것이 아니고 무례한 것이며.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특히 연애하는 중에 폭력, 폭언하는 사람은 결혼하면 더하면 더해지지 폭력성이 없어지지 않는다. 결코...
9. 비현실적인 기대를 많이 하는 사람,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많이 하는 사람, 복권당첨에 너무 많은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은 상대와 생활을 너무 힘들게 만든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기만 해도 문제지만, 비현실적인 사람을 세상으로 끌어내리기란 너무 어렵다.
10. 사랑에 중독된 사람,
사랑이 없으면 살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 실제 누군가와 사랑이 끝나고 나면 다른 사람을 찾아 헤매는 사람, 어떤 사람이든 연인으로 엮어야만 안심하는 사람, 사랑할 대상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은 고려해야 한다.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둘이서도 살 수 있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
11. 강박적인 관념있는 사람,
뭔가에 강박적인 관념이 있는 사람,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원칙이 너무 많은 사람은 피한다. 누구나 조금씩의 강박관념은 있지만 지나친 강박은 생활에서 너무 힘들다. 일단 그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시간이나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특히 성차간의 역할에 대한 강박관념이 많은 사람은 사사건건 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으니,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12. 소유관념이 강한 사람,
일명 질투심이 많은 사람. 질투는 사랑을 키워주는 일종의 묘약같다. 하지만 질투가 너무 심하면, 게다가 상대가 상상력까지 풍부하다면 그대는 자칫 오델로가 사랑했기 때문에 죽인 데스데모나가 될 수도 있다. 적당한 질투는 사랑을 키우고 사랑의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하지만, 지나친 질투심은 사람을 숨막히게 한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연인이라고 배우자라고 그대 것이 아니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과 몸으로 그대에게 왔고, 지금도 자유로운 존재임을 잊지 말자.
13. 섹스에 중독된 사람,
예전에는 사랑에 중독된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섹스에 중독된 사람이 꽤 많다. 섹스는 그야말로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행위인데다 자극적이고 쾌락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자칫하면 섹스에 중독될 수 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섹스를 해야 하는 사람, 섹스하고 또 하고 지칠 때까지 하게 될 수 있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이라면 모르지만(그렇다 해도 조심해야 한다. 일본 영화 ‘감각의 제국’을 상기해보라) 사랑이라는 감정없이 섹스만으로 위안효과를 얻을 수 없다. 섹스중독은 마약중독보다 더 무섭다.
거의 치료할 수 없고, 가장 효과적인(그러나 너무 어려운) 치료방법은 종교에 귀의하는 것이라고 한다.
15. 자신의 부모를 이상화하고 있는 사람,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현모양처야’‘우리 아빠같은 신사는 또 없을 거야’
나이가 들어도 어른이 되지 못하는 성년이 많다. 게다가 자신의 부모를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기 까지 한다면 평생을 도저히상대가 되지 않는 대상과 비교당하며 살아야 한다.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은 좋지만 그들이 비교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람은 그 사람으로 평가받아야 공정하다.
16. 돈에 연연해 하는 사람,
서로의 가치관을 맞춰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현대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돈은 아주 중요한 생활의 요소이다. 사람마다 돈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는데,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함께 살 사람이라면 돈에 대한 생각이 비슷해야 편하다. 상대는 어떻게 모으느냐가 중요하고, 나는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물론 어떻게 모으든 잘 쓸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 또 다시 생각하자.(실제로는 모으는 방법에 이견이 생길 수도 있다)
17. 마약, 알콜중독자,
18. 레즈비언, 게이,
17과 18은 자신이 마약을 하거나 알콜중독자가 아니라면 또 동성애자가 아니라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
19. 결혼을 강요하는 사람,
마치 결혼만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결혼해야만 역사적인 사명을 완수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강요하는 사람. 결혼만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려해야 한다. ‘~~해서 결혼해야 한다’고 상대가 말한다면 반드시 한번 더 생각해 본다.
20. 오픈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한 사람,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사랑은 열정만으로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내 눈에 안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랑하면 장님처럼 더듬기만 하고도 사랑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은 아니다.
결혼은 억지로 눈을 감아도 상대의 결점이 확연히 들어온다. 누구나 ‘잡힌 고기에는 더 미끼를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이미 생활이기 때문에 몇 번의 과장이나 덧칠로 그대로 넘어가지는 것이 아니라서 더 속이기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해결방법은 단연 대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말하고, 자신만 옳고 감히 대꾸할 수 없게 한다면 그사람과 사는 인생은 사랑이란 이름의 볼모가 되었다는 자각만 있을 뿐이다. 상대의 이갸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주제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21. 힘에 너무 민감한 사람,
주도권을 누가 쥐는 가에 너무 민감한 사람이라면 고려에 또 고려를 해야 한다. 내가 평생 숨죽이고 살겠다면 그래서 나중에 홧병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순직할 수 있다면 그를 선택한다. 결혼이나 사랑은 그야말로 평등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연인간이나 부부간 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에도 필요한 미덕이다.
22. 순결에 너무 연연해 하는 사람,
이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순결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르고, 게다가 육체적인 순결, 마음의 순결하고 나누기까지 하니까.. 하지만 어떤 순결함이든 현재 그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현재 이 자리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를 사랑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사랑의 조건이다. ‘상대의 과거를 안다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마찬가지로 허망한 일’이라는 말도 있지만, 기대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는 그 사람의 몫이다.
내가 사랑하는 그를 소유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이 모습으로 있는 것이 더욱 소중할 것이다. 그는 나와 또 다른 인생을 살아온 한 사람이며, 이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기는 하지만 그의 인생은 온전히 그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아마도 그를 가져서가 아니라 그가 여기 내 곁에 있다는 것을 기뻐하고 감사해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기준들을 이야기하다보면 대개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혹은 ‘결국은 결혼할 상대가 없군요’라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도 기준이 높기는 하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이 모든 기준을 한 번쯤은 상대와 맞추어 보길 권한다. 그리고 이중에 몇몇 조건들은 정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그밖에도 여러 사람과 함께 고스톱이나 포커 해보기, 등산 해보기, 술 마시기 등을 통해 이 사람이 어떤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사는 사람인지 평가할 수 있는 자기만의 저울을 가져보는 것도 필요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함께 산다는 건 정말 환상도 아니고 짐작만으로 참을 수 없는, 그야말로 생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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