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에게 있어 섹스는 은밀하면서도 가장 진한 애정의 표현이다. 부부싸움 이후에 서먹서먹해진 부부관계를 회복하는데 섹스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나의 경우 부부싸움을 하고 아내에게 꽃이나 선물을 통해 화해를 시도해 봤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섹스만큼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많은 남성들이 섹스를 통해 화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현주소다. 물론 싸우고 난 후에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섹스를 한다는 것 자체를 아내가 꺼리는 경우도 많다. 부부싸움 과정에서 꼭 폭력을 가하지는 않지만,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약간 강압적인(?) 상태로 섹스를 요구할 때도 분명히 있다. 가끔은 아내가 먼저 섹스를 통해 화해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부부싸움 후 남편이 섹스를 요구해 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때가 대부분 이예요. 거부하면 화해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 일 테니까요. 아무런 말 없이 강압적으로 삽입을 하고 어떨 땐 억지로 오럴 섹스를 하게 하려고 제 머리를 페니스 쪽으로 누르기도 해요. 이럴 때면 가타부타 말도 없이 오로지 섹스로 화해하려는 남편을 보면 일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받아들이게 되요. 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킬 능력도 없을 뿐더러, 마치 상대를 용서해주는 것처럼 선심을 쓰는 섹스를 하는 거죠.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남편의 그런 방식의 화해를 받아들이는 겁니다. 섹스로 아내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다는 착각을 언제쯤 깨닫게 될까요.
대부분의 남편은 섹스를 한 후 가볍게 화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평정으로 이끈다.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유와 설명 없이 하룻밤이라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가 되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아내는 그렇게라도 남편이 마음을 잡고 평소 상태로 돌아온다면 섹스쯤은 화해의 도구로 이용당해도 상관없다는 쪽이다. 내키지 않지만 아내가 섹스만 하면 마음이 풀릴 테니 해주자는 남편과, 그렇게 하면 아내마음이 풀릴 거라고 생각하고 오로지 섹스로 밀어 부친다는 남편의 생각은 어떤 논리로도 풀어낼 수 없는 모순이다. 폭력의 수준을 넘어 범죄로까지 봐야 할 수준의 강압적인 섹스라면 법적인 대응이 필요하겠지만,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는 남편을 뿌리칠 강심장의 아내는 드물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 대신 섹스하자면 꾹 참고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섹스를 부부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히든 카드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이성적이 고 논리적인 화해가 어려우면 마지막 남은 동물적인 육체적인 본능에 의지한다는 차원이다. 만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이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면 섹스밖에는 믿을 구석이 없다. 서로를 고치려고 시작했던 부부싸움에서 한치의 양보도 기대할 수 없다면 그 부분은 서로에게 포기하고 기대를 버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많은 인생선배들이 말한다. 그리고 결코 기쁘지만은 않은 섹스를 서로에게 허락하는 것은, 그들이 이미 말라버렸을지도 모를 사랑의 샘에 물을 채우는 본능에 호소하는 몸부림인 것이다. 결국 계속 살아갈 생각이 있다면 결국 화해를 위해 싫든 좋든 섹스를 해야 하는 것이 부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