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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처럼 사랑하리 / 이 보 숙

문성식 2015. 12. 17. 02:57

눈처럼 사랑하리 / 이 보 숙
오랑캐 꽃같은 무지함으로
강낭콩 같은 붉은 절개로
희다 못해 무색인 순결함으로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리
잠 못 들고 뒤척이는 밤
바람 소리 잠재운 고요함으로
사뿐히 내린 하얀 버선발로
싸락 싸락 설레는 숨결로
그대 가슴 포근하게 안으리
그리움이 몇만 볼트의 전류로
내 몸 태울 듯 뜨겁게 흐르면
눈멀 듯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모든 감각을 연 격렬한 몸짓으로
사랑의 달콤함을 노래하리
세상의 삭막함에 지친 날
발걸음 무거워 주저앉고 싶을 때
별도 없는 밤 길 잘못들어 헤맬 때
온 세상 하얗게 덮어 반짝이며
그 빛으로 내게 오도록 어둠 밝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