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우리들의 얼굴

문성식 2015. 7. 19. 12:13

 
      우리들의 얼굴 사람의 얼굴에서 신의 모습을 본다는 말도 있지만, 사람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노라면 문득 안스럽고 가엾은 연민의 정을 느낄때가 많다.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처지로 보아 몹시 미운 놈일지라도 한참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미운 생각은 어디라도 돌려 세위보면 그 뒤뜰에는 우수의 그늘이. 인간적인 비애가 서려 있다 얼굴은 가려진 내면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환한 얼굴과 싱그러운 미소로써 기쁨에 넘치는 속뜰을 드러내고 그늘진 표정과 쓸쓸한 눈매로써 우수에 잠긴 속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얼굴은 얼의 꼴 요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사는 재미가 없다고들 한다 그러고보니 얼굴마다 수심이 서리고 굳어 있는 것 같다 이것이 80년대의 얼굴인가. 우리가 기대하던 그런 얼굴이란 말인가 내 입에서도 곧잘 재미없는 세상이란 소리가 새어 나온다 언제는 깨가 쏟아지게 신나고 재미있는 세상이었던 것처럼 한입 두입 <재미없는 세상>이라고 뇔때,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돌림병처럼 온통 재미없는 것으로 가득 채워지고 말것이다 . 그렇지 않아도 별로 재미가 없는 세상을 말로써 거듭거듭 다질때, 어쩌다 움터 나올 재미도 그 싹을 틔울 수 없게 된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낙원이 아닌 사바세계. 사바세계란 그 어원은 범어에서 온 말인데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 이란 뜻이다 참고 견디면서 살아온 데 길이 든 우리는, 또 참고 견디면서 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숨쉬고 먹고 자고 배설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짐승이나 다를게 없다. 보다 높은 가치를 찾아 삶의 의미를 순간순간 다지고 드러냄으로써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는 것이다. 그러니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피어남이다. 이 탄생의 과정이 멎을 때 잿빛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 문을 두드린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의 말에 하면 하나같이, 인생은 짧다고 한다. 어물어물하고 있을 때 인생은 곧 끝나버린다는 것. 후딱 지나가버리는 것이 아니라곧 끝나버린다는 말이다. 현재의 이 육신을 가지고는단 한번뿐인 인생.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될지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존재인 우리. 그렇다면 얼마 안되는 시간을 그것도 팔다리에 기운이 빠지기 전에 각자에게 배당된 그 한정된 시간을 마음껏 활용해야 할 것이다 자기 몫의 삶을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 무슨 일이건 생각이 떠올랐을 때 바로 실행할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시절이 사람을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니까 12세기 선승 원오극근은 그의 어록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생야전기현(生也全機現) 사야전기현(死也全機現)'
      
        
      살 때는 삶에 철저하여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때는 죽음에 철저하여그 전부를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 같은 걸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 한 죽음에 당해서는 조금도 생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된다
      살 때에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에 으르러서도 죽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다
      사는 것도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음도 내 자신의 일이라면,
      살아 있는 동안은 전력을 기울여 뻐근하게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미련없이 신속하게 물러나야 한다 
      그때그때의 자신에게 충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의 특색은 이와같이현재를 최대한으로 사는 데에 있다. 
      생과 사에 철저할 때 윤회의 고통 같은 것은발붙일틈이 없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은 다행히도 저마다다르고 그 나름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생각과 말과 행동양식 즉 업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얼굴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절대적인 존재다.
      우리들은 이 지구상에서 자기의 특성을 실현하도록 초대받은 나그네들
      사람은 자기 자리에 맞도록. 분수와 특성에 어울리도록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의 자리를 엿보거나 가로채면서 자기 특성을 버린다면 
      그는 도둑일 뿐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실현할수 없다 
      저마다 특색을 지닌 얼굴이기 때문에 남의 얼굴을 닮아서는 안된다 
      자기 얼굴을 자기다운 얼굴을 가꾸어나가야 한다. 
      자기 얼굴을 가꾸려면 뭣보다도 자기답게 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자기 얼굴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 만들기 때문.
      그래서 사람의 얼굴을 가리켜 이력서라고 하지 않던가 
      사람의 얼굴을 사랑으로 둘러싸이지 않을 때는 굳어진다 
      그건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얼굴의 단순한 소재다.
      맑은 영혼이 빠져나가버린 빈 꺼풀,
      사람에게 웃음과 눈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웃음과 눈물이 
      우리를 구현한다. 
      웃음과 눈물을 통해 닫혀진 밀실에서 활짝열린 광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웃는 얼굴은 우리에게 살아가는 기쁨을 나누어준다.
      눈물어린 얼굴에서 친구의 진실을 본다 
      반대로 우거지상을 한 굳은 얼굴이나 찌푸린 얼굴은 우리들의 뜰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살아가는 기쁨을 앗아간다 
      역사상 독재자들의 얼굴에는 누구누구 할것없이 웃음이 없다.
      무섭도록 굳어 있기만 하다. 
      그의 내면이 겹겹으로 닫혀 있기 때문이리라
      누가 자기한테 오래오래 해 처 먹으라고 욕이라도 하지 않나혹은 자기 자리를 
      탈취하려고 음모를 꾸미지나 않을까해서 늘 불안하고 초조할 것이다. 
      이 다음에는 어리석은 백성한테 또 어떤 먹이를 던져줄까
      머리를 짜다보면 잠자리인들 편하겠는가 그래서 잔뜩 굳어져 무서운 얼굴을 
      하고 하고 있을 수밖에.
      자기 얼굴은 자기가 만든다고 했다. 
      자기가 만든다는 말은 동시에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링컨의 절친한 친구 한 사람이 링컨이 대통령에 취임하자 
      새로운 각료로 기용해보라고 어떤 사람을 천거했다
      링컨은 친구가 소개해 보낸 사람을 만났지만 그를 기용하지는 않았다
      며칠 후 친구가 대통령을 찾아와 자기가 소개한 사람의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한 거냐고 물었다 이때 링컨의 말.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네'
      "여보게. 얼굴이야 부모가
       만들어준 것인데 그의 책임은 아니지 않은가"
      친구의 항의를 듣고 링컨은 이렇게 말한다 
      "어릴 적에는 부모가 만들어준 얼굴로 통하지만 인간이 마흔을 넘어서면 
      자기 얼굴에 대해서 자기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된다네"
      그렇다. 우리는 아무리 재미없는 세상에서라도 우리들의 얼굴을 만들 
      책임이 있다 
      ㅡ 법정 스님글 중에서 ㅡ
       

      '범정스님 어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질이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0) 2015.07.20
      옛 절터에서  (0) 2015.07.19
      외로움   (0) 2015.07.19
      회심 回心   (0) 2015.07.19
      괴로움을 극복하는 길  (0) 201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