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도 어느덧 꼬리를 보이고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가을, 바야흐로 산행의 계절이다. 일상의 시름을 잠시 제쳐두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산에 올라보자. 귓가를 간질이는 산바람이 머릿속까지 개운하게 하고 시선을 옮길 때마다 붉게 치장한 나무들이 말을 걸어온다.
기분 좋게 시작한 산행, 하지만 부주의는 때로 사고를 유발한다. 특히 가을은 등산객이 가장 많은 계절인 만큼 사고발생률도 높다. 가을철 산행에서 발생하기 쉬운 안전사고와 대비책을 알아봤다.
▲발 밑 낙엽조심
가을 산의 주인공 단풍은 보기만해도 황홀하고 책갈피에 넣어두면 그대로 추억이 된다. 하지만 떨어진 단풍잎은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등산로에 쌓인 낙엽을 밟으면 자칫 미끄러지기 쉽다.
또 수북한 낙엽은 등산로 지형 분간을 어렵게 한다. 낙엽 밑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밟았다가 발목을 접질리기 쉽다.
이 때문에 등산화 착용은 필수이고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되도록 낙엽이 쌓인 곳을 피하고 앞 사람이 밟고 간 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안전하다.
▲기상 예보 점검은 필수
산간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코끝을 스치는 향기로운 바람이 언제 매서운 바람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등반 초반 화창했던 하늘은 산 중턱에 이르면 먹구름을 몰고 와 비를 뿌린다. 따라서 등반 전 날씨 점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가벼운 옷차림으로 열심히 산을 오르다 보면 금세 땀이 식어 한기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윈드재킷 하나쯤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겨울산행 중 저체온증(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이 발생할 확률은 오히려 낮다. 대부분이 처음부터 두툼하게 갖춰 입고 산을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씨가 선선한 가을에는 옷차림에 소홀하기 쉽다. 변덕스러운 산 날씨에 대비해 윈드재킷이나 레인재킷을 꼭 챙기자. 산에서 잘 때는 대피소 예약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http://www.knps.or.kr)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초보자끼리의 암릉(岩陵) 등반은 금물
릿지(ridge)등반이라고도 하는 암릉등반은 예전에는 산악전문가들이 주로 즐겼다. 하지만 여가시간의 증가로 등산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생소한 경험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암릉 등반은 안전장비 없이는 불가능하다. 안전벨트, 자일, 헬멧 등은 필수. 초보자들끼리 도전하는 것도 위험하다. 사설 동호회를 중심으로 암릉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문 등산교육을 받은 인솔자가 있어야 한다.
또 공인교육기관에서 기술 및 안전교육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교육기관으로는 한국등산학교, 코오롱 등산학교, 한국산악회 등산학교가 대표적이고 서울시민안전등산교실은 특히 초보자를 위해 문을 열어놓았다.
▲비 올 때는 쇠붙이에서 멀리 떨어져야
비가 오는 날은 암릉등반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 지난 7월 29일 북한산 용혈봉 부근 낙뢰사고도 기습폭우가 내리면서 발생했다. 5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사고를 통해 우중 암릉등반이 얼마나 위험한지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주변에서는 낙뢰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등산객들이 몸에 지닌 쇠붙이가 사고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등반 중 기상이 나빠지면 스틱 등 금속소재를 소지해서는 안되며 외딴 나무 밑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
편의를 위해 마련된 쇠줄이나 철제계단도 낙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젖은 바위도 전류가 통하는 만큼 비가 올 때는 아예 암릉등반 계획을 취소하는 게 좋다.
도움말=송열헌 대한산악연맹 안전대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