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 함백산(1573m)에서 발원해 남해로 향하던 낙동강은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 다산면에 이르러 금호강과 몸을 섞는다. 유유히 흐르던 서로 다른 강줄기가 더해지는 장면은 생각보다 멋지다. 뿐만 아니다. 두 강줄기가 만나는 지척에 '생태자원의 보고'라고 불리는 대구의 숨은 명소, 달성습지가 자리한다. 오늘의 주인공은 낙동강과 금호강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한 달성습지다.
먼저 낙동강부터 살펴보자. 영남의 젖줄 낙동강은 태백에서 발원해 안동에서 서쪽으로 향하다 함창(상주) 즈음,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이어 대구 근처에서 금호강을 더하고, 남지 부근에 도착해 남강을 더한 뒤 다시 동쪽으로 물길을 튼다. 삼랑진에서 밀양강과 합수한 뒤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드디어 부산으로 향한다. 1300리(506km) 달려온 강줄기는 이렇게 남해로 이어진다. 남한에서는 최고, 한반도에서 압록강(803km) 다음으로 긴 물줄기다. 영남 지역 전역을 종(縱)으로 관통한다.
달성습지 주차장에서 좌회전해서 3분 가량 올라가면 달성습지 관리사무소에 닿는다. 위에서 내려다 본 달성습지 전경
영남의 젖줄, 낙동강 줄기를 따라
낙동강(洛東江)은 삼국시대에는 황산강ᆞ황산진, 고려ᆞ조선시대에 와서 낙수ᆞ가야진을 거쳐 낙동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낙동'은 글자 그대로 가락의 동쪽이란 뜻이다. 가락은 삼국시대 가락국 영토였던 지금의 경상도 상주를 뜻한다. 지도를 펼쳐보자. 태백에서 거의 일직선으로 내려오던 낙동강 줄기는 안동에서 서쪽으로 물길을 돌렸다 함창 부근에서 다시 남쪽으로 향한다. 이때 서쪽에 상주가 있다. 상주의 옛 이름은 가락, 가락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 바로 낙동강이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장면을 보려면 화원동산을 찾으면 된다. 신라시대부터 아름다운 동산, '화원'으로 불린 이곳은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울창한 숲을 품은 동산 자체도 산책로로 손색없지만 낙동강과 금호강, 그리고 진천천이 한 눈에 펼쳐지는 장면이 으뜸이다. 신라 경덕왕이 가야산에서 휴양하던 세자 문병을 다니다 이곳의 경관에 반해 자주 쉬어가곤 했다는 전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물줄기가 자연스럽게 더해지는 뒤 오른편으로는 달성습지가 왼편으로는 강정고령보가 희미하게 보인다. '자연생태의 보고'라고 불리는 달성습지는 멀리서도 독특한 식생을 오롯이 드러낸다. 예전 달성습지는 총 면적의 절반 이상이 백사장이었다는데 지금은 뽕나무, 잡풀, 갈대와 억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자, 이제 달성습지 가까이 가보자.
흑두루미 쉬어가던 자연생태의 보고
외지인들이 달성습지를 찾아갈 때에는 조금 헛갈릴 수도 있다. 달성습지 관리사무소의 이순자 간사는 “서대구IC로 빠져서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찾으면 가장 쉽다”며 “계명대학교에서 직진하다 나오는 강창교를 건너지 말고 좌회전해서 직진하면 달성습지 주차장”이라고 설명했다. 차도 한쪽에 달성습지 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잘 살피는 편이 좋다.
달성습지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달성습지 관리사무소(053-592-8852)가 나온다. 임시 사무소이다. 대경습지생태학교 운영위원장 석윤복 선생이 자리를 지킨다. 어린 아이들부터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자리한 총면적 2㎢(약 60만5000평)의 하천습지', 달성습지를 설명하는 문장이다. 위로 삐죽하게 솟은 달서구 성서공단의 지역난방공사만 알면 멀리서도 찾기 쉽다.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사계절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봄이면 노란 갓꽃 물결, 여름이면 기생초,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가 습지 주변을 물들이는 대표주자이다. 철새도 빼놓을 수 없다. 잡풀과 뽕나무들로 채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달성습지는 철새들의 천국이었단다. 습지로 들어서면 너구리와 수달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고라니 발자국으로 만족해야 했다.
“달성습지는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달성습지'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었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천연기념물이자 국제보호조류인 흑두루미 수천 마리가 이곳을 찾곤 했지요. 생태계가 훼손되면서 먹이가 없어져 지금은 지나가는 모습만 볼 수 있어요.”
달성습지 관리사무소 석윤복 선생의 설명이 이어진다. 흑두루미는 볼 수 없지만 여름에는 백로ᆞ왜가리ᆞ황로, 겨울에는 고니ᆞ홍머리오리ᆞ청둥오리 등의 철새가 찾아 든다. 철새나 다양한 식물도 있지만 달성습지 최고의 스타는 바로 맹꽁이.
화원동산의 뷰포인트. 왼쪽으로 낙동강, 가운데로 금호강, 오른쪽으로 진천천이 보인다. 이 세 물줄기는 이곳에서 낙동강으로 스며들어 남해까지 이어진다.
'맹꽁', 달성습지 간판스타 맹꽁이
'맹꽁맹꽁' 운다고 맹꽁이라 이름 붙은 맹꽁이는 생김새만 보자면 개구리와 비슷하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2종으로 청정지역에서 볼 수 있다. 농촌보다는 도심 외곽 등지에서 발견된다. 장마철에 번식을 한다. 알에서 난지 1~2일이면 올챙이가 되고 12~15일이면 성체가 된다. '맹꽁'은 비오는 밤 맹꽁이가 암컷을 부르는 소리. 한 마리가 '맹'하면 옆에 있는 맹꽁이가 '꽁'한다. 합해서 '맹꽁'으로 들린다. 실제로 들은 소리는 '꺼억 꺽'에 가깝다.
맹꽁이까지 봤다면 이제 습지를 살필 차례다. 개방형습지, 수로형습지, 폐쇄형습지로 구성된 달성습지는 외곽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습지 내부는 사진가들에게 인기다. 하지만 출입이 금지된 구역도 있으니 반드시 안내판을 확인하자. 갈대며 억새로 채워진 습지 내부는 위에서 바라본 것과는 또 다른 풍경을 자랑한다. 여름밤, 달성습지는 맹꽁이 울음소리로 가득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