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기 변화무쌍한 변화, 걱정 할 때 VS 안해도 될 때
임신을 하면 신체 전반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몸의 변화에 너무 무심한 것도 좋지 않지만 사소한 징후에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임산부는 물론 태아에게도 해롭다. 임신 기간 동안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걱정 안 해도 되는 증상과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증상에 대해 알아본다.
두통, 현기증, 소화불량, 우울증, 건망증 - 걱정 안 해도 될 증상
임산부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흔한 증상으로 두통, 현기증, 소화불량, 피곤감 등이 있다. 먼저 임산부들은 입덧이 있는 무렵에 두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덧이 끝날 무렵 두통도 자연히 치유된다. 또 임신을 하면 혈압이 낮아지거나 호르몬, 자율신경의 균형이 변화해 현기증이 생긴다. 갑자기 일어날 때 ‘핑’도는 느낌이 들지만 자세를 낮추면 증상이 바로 호전될 수 있다.
‘소화불량’ 또한 임신으로 인해 자궁이 커지면서 위가 눌리고 호르몬의 변화로 위와 십이지장의 운동이 원활하지 않아 나타난다. 따라서 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식사는 조금씩 자주 먹고, 소화효과가 좋은 매실차를 마시도록 한다. 임신 초기 호르몬의 영향으로 체온이 37도까지 오르면서 생기는 피곤감은 몸이 무겁고 쉽게 피곤해지며 졸음이 쏟아지게 만든다. 이때에는 짧은 시간 낮잠을 자거나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그밖에 우울증이나 건망증도 있다. 임신 초기 많이 생기는 우울증은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도 울적해지고 흥분하게 만든다. 하지만 차차 안정되면 5개월 후 태동을 느끼고 곧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다. 또 엄마의 몸이 아기를 만드는 자궁과 하지에 혈액이 집중 공급되면서 상대적으로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감소와 임신에 의한 일시적 호르몬 분비로 건망증도 생길 수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산부의 출혈 - 정상적인 경우 vs 문제가 있는 증상
임산부들이 증상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출혈이나 복통이다. 사실 출혈은 모든 임부에게 흔한 증상이지만 유산이나 자궁외 임신 등 이상 임신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출혈의 증후가 어떠한지 잘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정란 착상 무렵 미량의 출혈은 걱정할 필요 없어
먼저 임산부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도 임신을 유지시키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는 단순 출혈이 있다. 별다른 동반증상 없이 단순히 출혈만 나타나는 것이 특징. 먼저 초기에 아무런 증상 없이 암갈색 출혈을 보이며 배란 후 10-14일경에 수정란이 착상하면서 약간의 출혈이 생기는 착상혈은 임신을 지속하는 데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임신 중 자궁 경부가 헐거나 빨갛게 부으면서 생기는 출혈인 ‘자궁경부미란’은 자궁의 왕성한 혈액순환으로 인해 생기는 흔한 현상일 뿐이다. 또한 자궁 입구에 양성 종양이 생겨 출혈이 생기는 ‘자궁경관폴립’도 대부분 임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출산 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출혈과 함께 복통 있으면 바로 병원 가야
반면에 임산부들의 복통이나 구토가 동반되는 출혈증상은 임신 유지를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심한 복통과 출혈이 생긴 임신부라면 수정란이 난관 등에 잘못 착상한 경우 난관이 터질 수가 있고 거기서 나는 혈액이 배에 고여 ‘복강 내 출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임부는 난관이 파열되면서 갑자기 복부에 심한 통증이나 배변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 유산 기미가 있을 때에는 복통과 함께 심한 출혈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는다.
임신 11주가 되면 속옷이 더러워질 정도로 간헐적 또는 지속적으로 암적색 분비물이 나오며 임신 초기부터 구역질이나 구토 등의 입덧 증세가 심해진다면 ‘포상기태’일 수 있다. 포상기태는 정작 태아는 없는데 태반만 비정상으로 발달한 증세를 말하며, 자궁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배도 임신 기간에 비해 유난히 크게 부풀어 오른다. 이러한 포상기태일 경우 자궁 소파수술이나 절개 수술을 통한 근치적 치료가 필요하다.
자궁출혈은 아니지만 항문에서 이뤄지는 출혈인 ‘치질’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치질은 임신 중에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 섭취 및 오랜 시간 화장실에 앉아있는 나쁜 습관을 개선해 예방하도록 한다.
방광염, 급성신부신염, 난소낭종 - 치료 및 점검 필요
임신 중에 치료를 받아야 할 질환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임신을 했다고 태아에 해가 될까봐 무조건 방치하면 산모의 건강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소변을 볼 때 아랫배가 아프거나 요의를 자주 느끼고 간혹 소변을 본 후에도 잔뇨감이 있다면 방광염과 관련이 있다. 방광염은 임신 중에 커진 자궁이 방광을 누르고 이로 인해 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초기 치료로 쉽게 나을 수 있으므로 자각증상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임신 중 원인모를 고열, 오한과 함께 옆구리 통증이 생겼다면 급성신우신염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임신 중에 간혹 소변에서 균이 발전되기도 하는데 이 균이 신장으로 올라가 염증을 일으켜 급성신우신염을 불러 올 수 있는 것. 이런 경우 반드시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항생제 치료 및 수액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을 해야 한다.
임신 중에는 질벽 점막의 주름과 두께가 늘어나 혈류가 증가하면서 보통 때보다 많은 양의 분비물이 정상적으로 배출된다. 분비물 색깔이 투명하거나 우윳빛이면서 가렵지 않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심한 냄새와 함께 가려움증, 통증이 발생한다면 질염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세균감염에 의한 질의 염증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조기 진통이나 조기망막파수의 원인이 되어 태아에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 초음파를 통해 또는 임신 중 조기 진통을 통해 자궁 내 물혹인 자궁근종을 발견하기도 한다. 임신 중 자궁근종의 대부분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때문에 임신 중 자궁근종은 치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간혹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2차 변성을 일으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의하여 수술여부를 상담하도록 한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도움말=성애병원 산부인과 박종두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