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은밀한 Hot라인, 전화기를 들어라

문성식 2011. 7. 24. 19:28

“자기 듣고 있지? 손을 목 있는 대로 가져가봐. 그리고 거기서부터 조금씩 아래로, 아래로...”

전화기를 든 남자가 낑낑대기 시작한다. 가끔은 입에 담기 민망한 욕설까지 간간히 섞인 음란한 대화가 오가기를 수차례, 어느 순간 남자는 부르르 몸을 한 번 떨고는 축 늘어진다. 통화 시작부터 끝까지 20분. 늘 기운이 딸려서 힘들어하던 평소와 다르게 체력 소모 없이 길게 간 편이다.

그는 지금 막 폰섹스를 끝냈다.


폰섹스, 그 환상의 세계로의 초대


영화 <걸 식스(Girl 6)>의 여주인공 주디는 오디션에서 자꾸 떨어지자 생계를 위해 폰섹스 업계에 진출하고, 영화 제목처럼 ‘6번 아가씨’가 된다. 오디션에선 매번 거부당하던 연기력이 이 바닥에서는 어찌나 잘 먹히던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다 고객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게 된 그녀. 그녀의 장점은 탁월한 연기력이었다. 전화 통화마다 자신의 존재를 바꿔가며 남자를 환상의 세계에 빠뜨린 것.

실제로 폰섹스를 즐기는 남자들은 그것의 익명성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여자에게 마음껏 마음속에 품었던 음란한 말들을 내뱉고, 또 미지의 여인에게서 끈적끈적한 대사들을 전해 듣는 과정에서 오는 흥분에 빠져드는 것. 그렇다고 뜬금없이 비싼 돈 내고 모르는 여자랑 폰섹스를 하라는 건 아니다. 일단 있는 사람을 활용해보라는 말씀.

일단 연인과 폰섹스를 한다는 건, 익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는 마이너스다. 하지만 실제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매력이 있다. 그만큼 평소 할 수 없었던 말과 행동들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다는 그 하나만으로.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결코 시작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눈앞에 사람이 없다고 해도 며칠 있으면 볼 사람인데 민망하게 어찌 음란한 말들을 내뱉느냐고 생각하면 아마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화기가 있고, 같이 해보자고 독려하는 상대가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 눈을 질끈 감아라. 원래 처음은 뭐든 다 어려운 법이다.


자신감과 상상력은 기본


우선은 통화를 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을 또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라. 평소 섹스하면서 연출하고 싶었던 것들,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양껏 해보는 거다. 어디를 만져주면 좋다든지, 이렇게 훑어내리는 것이 좋다든지 하는 식으로 원했던 걸 그대로 연출하시라. 뭐 신음소리나 음란한 욕설 같은 건 상황에 맞게 알아서 끼워넣으시고. 그리고 이때는 말과 함께 상상력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머리속으로 이 대화가 실제라는 시뮬레이션을 끊임없이 돌리면서 진행하면 더 생생한 결과물이 튀어나올 수 있다. 물론 나 자신이 엄청나게 섹시하다는 상상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상대에게 원하는 것들을 말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상대가 하길 원하는 것들을 요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글 처음에 썼던 것처럼 네 몸을 스스로 만져보라는 식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 이런 경우는 상대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상대가 옷을 벗고 자신의 몸을 쓸어내리는 상상? 이건 일종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주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대화뿐만이 아니라 폰섹스는 혼자서 어떤 모습으로 전화 통화를 하든 상관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 된다. 통화를 하며 눈으로는 포르노를 감상해도 되고, 옆에 상대가 있다고 상상하며 자위를 해도 상관없다. 하물며 평소 그녀 앞에서는 입을 수 없었던 ‘여자 옷’을 입고 즐긴다고 해도 누구도 뭐랄 사람이 없다. 당신은 침대 위에 지금 혼자니까.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권태기 커플이나 만나고 싶어도 통 만나기가 힘든 장거리 커플의 경우 폰섹스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폰섹스는 전혀 기대치도 않았던 곳에서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그건 바로 자신감이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껏 내뱉었던 말들과 “난 충분히 섹시하다”는 통화 중 자기 최면은 사람을 정말로 섹시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디의 전남편도 폰섹스로 잘 나가던 시절의 주디를 보고 몰라보게 섹시해졌다며 재결합을 원하지 않았던가. 섹시함이 마음가짐에서 온다는 걸 생각해보면, 폰섹스는 자신감을 상실한 커플에게도 확실한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눌러라.
통화만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특A급 에로영화를 머리속에서 돌릴 수 있는 넘치는 상상력을 바지 속에 장전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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