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는 어떤 존재인가요
교회는 9월 29일을 성 미카엘과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 축일로 지냅니다. 또 10월 2일은 수호천사 기념 축일이기도 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와 「한국가톨릭대사전」을 중심으로 천사에 대해 2회에 걸쳐 알아봅니다. ◇천사는 존재하는가 천사는 흔히 하얀 옷에 날개를 단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때로는 꿈 속에서 나타나기도 하지요. 어떤 사람들은 천사란 상상 속 존재이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21세기의 과학 시대에 '천사'가 어디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천사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요? "성서가 보통으로 천사라고 부르는, 육체를 가지지 않은 영적인 것들의 존재는 신앙의 진리이다. 성전 전체의 증언이 일치하듯이, 성서의 증언도 명백하다." 「가톨릭교회교리서」 328항 내용입니다. 말하자면 교회는 천사가 상상 속 존재가 아니라 실재하는 존재임을 신앙의 진리로 선언하는 것입니다. '신앙의 진리'란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확인되는 진리는 아니지만 진리임을 믿고 고백하는 것을 말합니다. 천사의 존재가 신앙의 진리라는 교회 가르침은 계시의 두 원천인 성경과 성전의 증언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천사는 어떤 존재인가 「가톨릭교회교리서」에 따르면 천사는 순수한 영적 피조물입니다. 사람은 영혼과 육신으로 이뤄진 존재입니다. 육신을 지닌 존재라는 것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며 나아가 죽음을 겪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반면에 천사는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이기는 하지만 순수한 영적 존재이기에 죽지 않습니다. 나아가 천사는 지성과 의지를 지닌 인격적 존재입니다. 따라서 우리와 인격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존재입니다. 또 천사는 "눈에 보이는 모든 피조물보다 훨씬 더 완전한 존재"입니다(330항).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천사에 대한 설명은 꽤 흥미롭습니다. 성인은 "'천사'는 본성이 아니라 직무를 가리킨다"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 본성은 무엇인가? 영(靈)이다. 그 직무는 무엇인가? 천사다. 존재로서는 영이고 활동으로는 천사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성인의 이 말을 풀이해서 "천사는 그 존재 전체가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며 전령이다"고 밝힙니다(329항). 이는 천사라는 말이 지닌 의미와도 상통합니다. 하늘의 사신 또는 하늘의 심부름꾼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 천사(天使)는 희랍어 앙겔로스(αγγελοs)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사절(使節) 또는 사자(使者)라는 뜻을 닌 히브리어 말락(malak)을 번역한 것입니다. ◇성경에서 보는 천사의 활동 천사는 죄악이 창궐한 소돔을 멸망시킬 때 의로운 사람 롯을 구하고(창세 19장), 외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려고 칼을 빼든 아브라함의 손을 멈추게 하며(창세 22,11), 하느님 백성을 인도하고(탈출 23,20-23), 소명들을 알리고(판관 6,11-24), 예언자들을 돕습니다(1열왕 19,5).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 탄생을 알린 것도 천사 가브리엘이지요. 특히 예수님은 탄생 때부터 하늘에 오르실 때까지 천사들의 경배와 봉사를 받으셨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을 때 천사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고 노래합니다(루카 2,14).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실 때 시중을 들었고(마르 1,13), 겟세마니에서 번민에 싸여 기도하실 때 용기를 북돋아 드렸습니다(루카 22,43).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 것도 천사들이었습니다(마르 16,5-7).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그분의 심판을 도와드리게 될 이들도 천사들입니다(마태 13,41; 루카 12,8-9). 나아가 교회도 천사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사도행전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감옥에 갇힌 사도들을 풀어주고(5,19-20; 12,6-11), 제자들의 복음 선포 활동을 도와주며 용기를 북돋워 줍니다(8,26-29; 27,23-25). 또 교회는 장례 때 "천사들이여, 이 교우를 천상 낙원으로 데려가시어…"하면서 천사들의 전구를 청합니다. ◇정리합시다 정리하자면 천사는 순수한 영적 피조물이고, 눈에 보이는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더 완전한 존재로서 하느님의 사신, 전령 역할을 하는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신, 전령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결국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 계획에 봉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천사들의 일과 관련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천사들은 창조 때부터 구원 역사의 흐름을 따라, 줄곧 이 구원을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알리고, 이 구원 계획의 실현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다"(332항).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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