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사도 가운데 야고보라는 이름을 지닌 사도는 둘입니다. 제베대오의 아들로서 요한의 형 야고보를 큰(大) 야고보라고 부르고,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를 작은(小) 야고보라고 부르지요. 이번 호에서는 작은 야고보에 대해 알아봅니다. ◇성경에서 보는 작은 야고보 신약성경에서 '작은 야고보' 곧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이름은 네 번 나옵니다. 네 번 모두 사도들의 명단과 관련해서지요(마태 10,3; 마르 3,18 ; 루카 6,15 ; 사도 1,13). 이와 별도로 '작은 야고보'라는 이름이 나오는 대목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숨을 거두실 때에 이를 지켜보던 여인들을 언급하는 부분에서입니다. "여자들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작은 야보고'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마르 15,40). 다른 한편으로 '주님의 형제' 야고보의 이름도 몇 차례 등장합니다(마태 13,55 ; 마르 6,3 ; 갈라 1,19). 또 예루살렘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야고보 이름도 나옵니다(사도 12,17 ; 15,13 ; 갈라 2,9). 옆길로 새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말 「성경」의 신약성경에는 '야고보'라는 이름이 41번 나옵니다. 이 이름 가운데서 제베대오의 아들로서 요한의 형인 큰 야보고는 항상 요한과 함께 나오기에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작은 야보고인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는 다른 야고보, 곧 주님의 형제인 야고보 그리고 예루살렘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야고보와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를 주님의 형제 야고보와 동일시하면서 주님의 형제 야고보가 또한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예루살렘 교회의 기둥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여겨왔습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신약성경에 41번이나 나오는 야고보는 두 사람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이고, 다른 하나는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입니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는 또한 주님의 형제 야고보와 동일한 인물이며,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교회의 기둥으로 여겨지는 그 야고보입니다(갈라 2,9). 따라서 알패오의 아들 작은 야고보 사도는 '작은 야고보'와 같은 인물로서 요세(요셉),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고 어머니가 마리아인 '작은 야고보'와 같은 사람입니다. 물론 이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아니라 그 친척 마리아입니다. 그런데 작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의 남편 이름이 요한복음에서는 알패오가 아니라 "클로파스의 아내"(요한 19,25)로 나옵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해 전통은 그 당시에 한 사람이 두 이름을 갖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이런 전통적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열두 사도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사도는 성경에서 "주님의 형제"라고 부르는 인물로서,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초기 교회의 중추적 역할을 한 사도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이런 주장은 최근 들어 반론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열두 사도의 하나로서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는 주님의 형제 야고보와 동일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사도행전 1장에서는 열두 사도와 예수님의 형제들을 완전히 구분합니다(1,12-14). 바오로 사도도 야고보와 열두 사도를 구분합니다(1코린 15,5-7). 또 마르코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의 친척들이 예수님이 미쳤다고 생각하고는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섰다고 하는데 이때는 이미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사도로 뽑으신 후였습니다(3장). 나아가 예수님께서 고향 나자렛 사람들에게서 "저 사람은 목수의 아들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간이 아닌가?"하는 말을 들으며 배척을 받으셨을 때에는 이미 사도로 뽑으신 제자들과 함께 계셨을 때였습니다(마르 6장). 이런 반론을 따라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가 주님의 형제로서 예루살렘 교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야고보와 동일인이 아니라고 본다면, 우리는 사실상 야고보 사도에 대해서는 그가 알패오의 아들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전승에서 보는 야고보 유다인 역사가 요세푸스는 예루살렘의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를 동일시하면서 야고보 사도가 돌에 맞아 순교했다고 합니다 반면에 에우세비오의 「교회사」에서 헤제시푸스는 야고보가 성전 꼭대기에서 내던져졌는데 그래도 죽지 않자 몽둥이에 맞아 순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은야고보 사도는 때때로 몽둥이를 든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하지요. 작은 야고보 사도의 축일은 필립보 사도 축일과 함께 5월 1일에 지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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