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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대상이 아닌 황제와 하느님>
3월 8일 연중 제9주간 화요일
(마르코 12,13-17)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오늘도 예수님의 적대자들이 우르르 몰려왔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아주 희희낙락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궁지에 몰아넣을
좋은 건수 하나를 준비해왔기 때문입니다.
수석사제들, 율법학자들, 원로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는데,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들이었습니다.
원래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은
이렇게 같이 몰려다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헤로데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던 헤로데 당원들은
당연히 백성들이 헤로데에게
세금을 바칠 것을 종용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바리사이들은 반대의 입장이었습니다.
이렇게 아주 중요한
당론의 노선을 달리하고 있던 두 부류이 사람들이
오늘은 아주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에게 올무를 씌우고 잡아들이기 위해
일시적인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 던지는 질문도 기가 막힙니다.
잘 준비된, 그래서 그 누구도
걸려 넘어 들지 않을 수 없는 절묘한 질문입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잘못 대답했을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질문이었습니다.
반대의 입장에 있는 두 부류의 사람 앞에
한쪽을 선택했을 경우, 다른 쪽 사람들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릴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의 계략을 잘 파악하신
예수님의 답변은 훨씬 절묘합니다.
하느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참으로 대단한 답변을 하십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위에 의해 요구되는
의무와 도리에 충실 하라는 말씀입니다.
소득을 얻었으면 그에 따르는 백성으로서의 의무,
납세의 의무를 다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고 덧붙이십니다.
황제는 누구며,
하느님은 또 어떤 분이십니까?
세상의 왕, 세상의 통치자들,
아무리 난다 긴다 할지라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입니다.
부족하기 이를 데 없으며, 큰 실수를 밥 먹듯이 합니다.
우리와 똑같은 결점과 한계를 지니고 살아가며
언젠가 그 자리에서 물러서야 합니다.
잘 못 통치를 했을 경우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심판도 받습니다.
권좌에서 물러서고 나서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 모습이 너무나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결국 우리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한 나약한 인간이 황제며, 대통령이며 수상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일국의 황제나 통치자와는
근본적으로 비교가 안 될 분이십니다.
삼라만상을 지배하시는 분, 우주만물을 통솔하시는 분,
잠시 통치하는 분이 아니라
세세대대로 영원히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당연히 하느님께 우선권을 드려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황제와 하느님은 애초부터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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