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수용하는 구식 부부
윤영오 씨는 인테리어 회사 (주)카텍 디자인 대표이다.
곽병화 씨 역시 결혼 전에 미국 20세기폭스 영화사에서 일한 재원이다.
그럼에도 부부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한다.
남편과 아내의 일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고, 가사 공동 분담이란 말은 찾아볼 수 없다.
“가사는 분명히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로 아옹다옹 싸우는 부부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남편이 하는 일이 굉장히 큰데 가사까지 맡기려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곽 씨는 남편을 가정의 제사장으로 여기고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접한다.
음식 준비나 집안 일에 항상 남편을 염두에 둔다.
신혼 초부터 남편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파악해
집안에서 항상 편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침에 출근으로 바쁜 남편이 식사하는 동안
구두를 신겨 주는 것은 물론, 세차까지 도맡았다.
그러자 아내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감사와 존경으로 돌아왔다.
“아내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입니다.
아내로 인해 제 사역이나 사업 모두 성공적이었으니까요.
고마운 만큼 저 역시 아내를 최상으로 대접할 수밖에요.
좋은 아내를 얻는 것은 값진 진주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아내의 헌신에 대한 윤 씨의 태도는 최상의 것으로 보답하는 것이다.
가는 곳마다 아내에게 해주고픈 일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이들 부부에게 가장 좋은 교과서는 바로 성경이다.
말씀에 생각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서로 수용하고 각자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위기는 고부 갈등
이들 부부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시련을 향한 대응 방법이 남들과 달랐을 뿐이다.
결혼하기 전, 윤 씨는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선언했다.
곽 씨는 그의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시어머니는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명절이나 가족 모임은 으레 저희 집에서 치렀어요.
그런데 점점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시어머니 모시는 것도 형님들 눈치 봐야 하고,
자식 사랑 유난하신 어머님 때문에 손위 동서들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했어요.
그러다 어머님에 대한 원망이 커졌지요.”
‘내 신앙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탄식이 나올 정도로 곽 씨는
스트레스가 쌓여 체중이 줄고 속병이 심해졌다.
그런 모습을 보는 윤 씨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속앓이만 했다.
아무리 기도를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아 급기야 곽 씨는
하나님 앞에 속내를 드러내고 모든 불평을 쏟아놓았다.
“아내가 참 지혜로웠어요. 그렇게 힘든데도 어머니 흉을 보지 않는 거예요.
제가 더 힘들어할까 봐서요. 아침저녁으로 성경만 들여다보더라고요.
갈등을 이겨내지 못해 말라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내의 인내심이 존경스러웠어요.
들여보니 다른 집들은 훨씬 더 심하더라고요.”
처음엔 그것도 못하느냐는 마음이 들었지만,
아내 입장에서 문제를 보려고 노력하자 윤 씨는 행동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내가 어머니에게 하는 만큼 처가로 눈길을 돌렸다.
선물을 사다드리고 자주 안부 전화도 드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친정 부모님을 모시자고 아내에게 속삭였다.
“남편이 저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만큼 큰 위로는 없었어요.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와 남편의 인정으로 인해 끝까지 어머님을 모실 수 있었어요.”
고난 통해 얻은 지혜가 가장 큰 재산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8년이 되어간다.
돌이켜보면 광야 생활과 같았지만 그 시간 동안 부부는
서로 장점뿐 아니라 약점도 감싸 안는 깊은 사랑을 배웠다.
함께 이겨낸 고통은 부부애를 단단하게 해주었다.
“때로 모임에서 사람들은 저희에게 고난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고난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희는 고난이란 세상사는 동안 친하게 지내야 하는 친구 같은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만나지 않을 수 없잖아요. 하지만 받아들이는 관점에 따라
불행의 골짜기가 될 수 있고, 행복의 문이 될 수도 있죠.”
곽 씨가 남편과 살면서 터득한 지혜 중 하나가 고난을 향한 마음 자세라고 한다.
윤 씨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한번도 ‘안돼’라는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어려움이 닥쳐도 가진 것을 둘러보며 더 많이 감사했다.
아무리 큰 사고라도 지나갈 어려움으로 가벼이 여겼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은 이들 부부는 행복만 밟고 온 줄로 안다고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희생 없는 행복이 있겠어요?
만약 저희가 끊임없이 서로 헌신하지 않았다면 많은 상처를 가졌을 거예요.
행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먼저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해야 해요.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높은데 걱정이 큽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면 가정은 파괴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부부는 미약하나마 올해 결혼을 앞둔 청년들을 돕는 사역에 몸담았다.
자신들이 역경을 딛고 맛본 천국을 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다.
아내를 통해 최상의 기쁨을 맛보고, 남편에게 최고의 존중을 누리는 아내,
그들의 미소에서 천국의 맛이 난다.
세월도 비껴간 듯 마르지 않은 신혼의 달콤함이 풍긴다.
이 부부가 제안하는 위기 관리법
● ‘Why’보다 ‘How’를 생각하라
(왜 고난이 닥쳤는지 원망하지 말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집중하라.)
● 없는 것보다 지금 있는 것에 감사하라
(주어지지 않은 것보다 지금 주신 것을 만족하며
하나님의 돌보심에 감사하고 찬양을 돌리라. 물질은 하나님이 채우실 일이다.)
● 힘들수록 서로 헌신하라
(자신만 힘들다고 하지 말라.
힘든 시간이 계속될수록 끊임없이 배우자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이며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로 헌신하라.)
● 절대 신뢰하라
(어떤 상황에서도 배우자를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라.
고난과 위기를 이용해 부부 관계를 깨뜨리는 사탄이 역사하지 않도록 하라.)
● 배우자가 행복하도록 노력하라
(잃어버린 물질과 안녕을 되찾다가 배우자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라.
배우자를 행복하게 하는 게 곧 자신의 행복임을 잊지 말라.)
● 자기 역할에 충실하라
(남편은 남편의 일에, 아내는 아내의 일에서 벗어나지 마라.
각자 고유의 역할에 충실해 본분을 잃지 않도록 하라.)
- 빛과 소금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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