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이런 황혼의 삶이 되게 하소서

문성식 2015. 7. 20. 17:22

 
      이런 황혼의 삶이 되게 하소서 눈이 침침하여 잘 안 보이고, 귀가 멀어 가서 소리가 들리지 않고 말과 걸음걸이가 어눌해져 가지만 나를 추하게 늙어가지 않게 하시고 내가 늙어가는 사실을 두렵지 않게 하옵소서. 세상을 원망하지 않게 하시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더욱 큰 욕심에 힘들어 하며 자신을 학대하고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그런 노인이 정말 되지 않게 하시옵소서. 나는 정말 멋지게 늙고 싶어지게 하시고 육체적으론 늙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오늘 막 복학한 대학생 정도로 살게 하시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탐구하며 살아 가게 하옵소서. 늘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면서 사랑이 넘치는 자애로운 노인이 되게 하소서. 주변 사람들에게 늘 관대하고,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즐겁게 사는 부지런한 그런 노인이 되게 하소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늘 주변을 돌아보며 어떤 도움을 어떤 방식으로 줄까? 고민하는 노인이 되게 하옵소서. 어른 대접 안 한다고 불평하지 않게 하시고 대접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근사하고 멋이 넘치는 그런 노인이 되게 하시옵소서. '할 일이 너무 많아 눈감을 시간도 없다'는 불평을 하면서 하도 오라는 데가 많아 가끔 행방불명이 되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그런 노인이 되게 하옵소서.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고 부러워하도록 멋지게 늙게 하시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가운데 미소를 지으며 예비하신 그 곳으로 가게 하소서. 늙는다는 것을 더 소중하게 하소서 늙는다는 것은 소망이 함께 있도록 늙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로 알아서 늙어가는 것을 두렵지 않게 하시고 늙는다는 것을 더 감사하게 하소서 ㅡ 법정 스님글 중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