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52개ㆍ근육 38개ㆍ신경 7000개 몰려 있어
성인남성 1만보 걸을 경우 700톤 하중받아
몸 바르게 펴고 5~6m 앞 내다보며 걷도록
이달 들어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도 많이 걷고 주말에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등산을 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다리가 붓고 통증이 발생했다. 몇 발자국 걸으면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오후쯤 되면 다시 아파졌다. 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도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결국 회사 주변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족저근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들어 야외활동이 늘면서 박씨처럼 발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발이 편해야 몸이 편하다는 말이 있다. 발이 아프면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또 발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면 허리와 무릎에 악영향을 줘 척추ㆍ관절에 각종 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발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아프고 나서야 묵묵히 체중을 받춰주며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 발의 진가를 깨닫게 된다.
발은 태어난 지 1년 안팎이 지나 걷기 시작한 이후 죽을 때까지 쉴 틈 없이 혹사를 당한다. 하지만 항상 양말이나 신발 속에 갇혀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발은 또 신발 안에서 온갖 충격을 겪어야 하고 공기가 차단된 상태에서 땀에 절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통굽이나 하이힐, 젊은 남성들이 즐기는 깔창은 발가락 모양의 변형부터 발목, 무릎 관절을 타고 골반, 허리 건강까지 위협한다.
발은 우리 몸의 혈액순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걸을 때마다 발목운동을 통해 심장에서 발 끝까지 내려온 혈액을 다시 심장을 향해 퍼올리는 펌프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 젊은 여성 30~40%가 무지외반증 앓아
= 발은 52개의 뼈와 38개의 근육, 60개의 관절과 근육, 힘줄, 인대 등으로 이뤄진 매우 복잡한 신체 부위다. 몸무게가 70㎏에 달하는 사람이 하루 1만보를 걷는다고 가정하면 발은 하루에 700t의 하중을 받게 된다. 발에는 또 7000개에 달하는 신경이 모여 있다.
발은 몸과 땅 사이에서 몸의 움직임을 땅에 전달하는데, 이때 몸의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걸을 때 조그만 변화나 무리가 있으면 발은 즉각적인 이상 신호를 보낸다.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 소건막류, 발목염좌, 발목관절염 같은 증상이 대표적인 발의 이상신호들이다.
족저근막염은 족저근막에 무리가 가서 붓고 염증이 생긴 병으로 전 국민의 1%가 앓고 있을 만큼 대중적인 족부질환이다. 족저근막은 발바닥에 있는 근육으로 우리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깔창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족저근막염은 마라톤처럼 장거리를 뛰거나 갑자기 무리하게 달리기를 할 경우 인대가 늘어나 염증이나 관절염이 생긴 것을 말한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걷기, 조깅, 마라톤 등의 운동으로 족저근막염이 발생해 치료받은 환자가 170% 이상 급증했다. 이 질환은 오랫동안 서서 일하거나 평발 또는 발등이 높은 사람에게도 잘 생긴다.
40~60대의 여성들도 많이 앓는다. 폐경기가 되면서 호르몬 분비 변화로 발바닥의 지방층이 얇아졌거나 과도한 운동 또는 갑자기 늘어난 체중이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염이 발병하면 발이 쉽게 피로하고 오래 걷지 못한다.
이럴 경우 계단에서 발가락 앞부분만 올려 놓고 서 있는 동작을 꾸준히 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특수 깔창을 대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무지)이 시작되는 관절의 안쪽이 튀어나와서 점점 바깥 쪽으로 휘어지는 것(외반)을 말한다. 이는 특히 앞볼이 좁은 구두를 오래 신는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젊은 여성 중 30~40%가 무지외반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무지외반증이 생기는 것은 평발 및 가족력과 같은 유전적인 요인, 잘못된 생활습관 등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무지외반증의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이 폭이 좁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무지외반증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무지외반증을 방치하면 엄지발가락이 제대로 기능을 못해 비정상적인 걸음걸이로 이어져 이는 결국 발목과 무릎, 허리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이 튀어나와 문제가 된 질환이다. 소건막류를 예방하려면 발 폭이 넓은 신발을 골라 신어야 한다. 또 책상다리를 하고 오래 앉아 있으면 발병하기 때문에 앉을 때는 책상다리보다 의자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조갑함입증은 발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가 붓거나 심한 통증과 염증이 생긴 것이다. 이는 선천적으로 발톱 끝이 말려 들어가며 자라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이런 체질의 사람은 발톱을 지나치게 짧게 깎거나 너무 꼭 끼는 신발을 신고 다니면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발톱이 발끝을 파고들면 발에 있는 더러운 세균이 침투해 발가락이 벌겋게 붓고 염증이 생기게 된다.
발목염좌는 발목 바깥 쪽에 있는 3개의 인대 중에서 부분적으로 파열이 일어난 것을 말한다. 최근 들어 스포츠 인구가 들어나면서 발목염좌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발목관절염은 발목관절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주로 외상성 관절염이다. 외상성 관절염은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지면 통증이 느껴지고 무리하면 붓는다.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발목이 항상 부어 있고 발목 모양도 점차 변형된다. 초기에는 약물 및 물리치료를 받지만 심해지면 발목고정술과 발목 인공관절수술을 받는다.
◆ 올바른 걷기ㆍ등산 방법이 발보호 첫걸음
= 신발은 우리의 발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발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주범이다. 신발 중 발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하이힐이다. 하이힐은 뒷굽이 얇아서 발을 삐기가 쉽고 체중이 앞으로 많이 가기 때문에 앞 발바닥이 압력을 많이 받아서 굳은살이나 티눈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황지혜 교수는 "하이힐은 신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꼭 신어야 한다면 한 번에 6시간을 넘지 않고, 일주일에 4~5회 정도가 좋다"고 조언했다.
황 교수는 "신발은 굽이 낮고 앞코가 조금 높은 것이 좋고 신발 밑바닥이 둥글게 되어 걸음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신발은 발의 길이와 폭보다 1~1.5㎝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하며 굽 높이는 3.5㎝ 이하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류마티스병원 관절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많이 걸어도 발이 피곤하지 않도록 발의 아치를 떠받쳐주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의 신발을 권한다"며 "뒷굽은 3㎝ 정도가 좋고 발가락이 겹쳐지는 신발은 피하라"고 당부한다.
잘못된 보행 습관은 발목과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올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걸으면서 착지할 때 한 발에 체중의 1.2~1.6배 정도 부하된다. 따라서 체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체중이 발바닥 전체에 실리는 느낌으로 걷는 것이 좋다.
인제대 의대 가정의학과 양윤준 교수는 "발뒤꿈치 바깥부터 바닥에 닿고, 발바닥 전체가 착지한 순간 중심을 다음 발로 옮기도록 한다"며 "몸 전체는 키가 더 크게 보이려고 할 때처럼 바르게 펴고 머리는 바로 들어 전방 5~6m 앞을 내다보면서 걷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등산은 산길을 오르고 내릴 때 걸음걸이가 흐트러지면 발목이나 관절을 삐어 연골손상을 입을 수있다.
현재 국내 등산인구는 1800만여 명이며 전체 성인의 53%가 등산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등산을 할 때 배낭 무게는 자신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산할 때 속도는 평지보다 약 절반 정도가 바람직하다. 내리막길에서는 본인 체중의 약 3~5배가 앞쪽으로 쏠려 근육 및 관절, 허리 등 각 부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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