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번뇌(煩惱) /법정스님

문성식 2011. 3. 7. 13:48

       
       번뇌(煩惱)  
      보고 싶은 만큼 나도 그러하다네 
      하지만 두 눈으로 보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네 
      마음으로 보고 영혼으로 감응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함께일 수 있다네
      결국 있다는 것은 현실의 내 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미 한 하늘 아래 저 달빛을 마주보며 
      함께 호흡을 하며 살고 있다네 
      마음 안에서는 늘 항상 함께라네 
      그리하여 이 밤에도 나는 한사람에게 글을 띄우네
      그리움은 마주보며 함께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네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욕심을 가지지 마세 
      내 작은 소유욕으로 상대방이 힘들지 않게 
      그의 마음을 보살펴 주세
      한 사람이 아닌 이 세상을 
      이 우주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과 
      큰 믿음을 가지세 
      타인에게서 이 세상과 아름다운 우주를 얻으려 마세
      내 안의 두 눈과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내 안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내 우주를 들여다보세 
      그것이 두 눈에 보이는 저 하늘과 같다는 것을 
      이 우주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걸세
      그 안에 내 사랑하는 타인도 이미 존재하고 있음이 
      더 이상 가슴 아파할 것 없다네 
      내 안에 그가 살고 있음이 
      내 우주와 그의 우주가 이미 하나이니 
      타인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네
      주어도 아낌이 없이 내게 주듯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선한 마음으로 
      어차피 어차피 사랑하는 것조차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애태우고 
      타인에게 건네는 정성까지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아니던가
      결국 내 의지에서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던가 
      가지려하면 더더욱 가질 수 없고 
      내 안에서 찾으려 노력하면 갖게 되는 것을 
      마음에 새겨 놓게나 
      그대에게 관심이 없다 해도 
      내 사랑에 아무런 답변이 없다 해도 
      내 얼굴을 바라보기도 싫다 해도 
      그러다가 나를 잊었다 해도 
      차라리 나를 잊은 내안의 나를 그리워하세
       - 범정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