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고자(평협 신앙 대학 강좌)
세상 속에 있는 교회 1. 요즘 안동 농민회 사건, YH 사건을 두고 정부, 여당, 노조 또는 사회 일각에서 교회의 사회 참여가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된 것 같은 인상입니다. 특히 YH 사건에 있어서는 개신교의 도시 산업 선교회의 배후 조종 개입이 있었다고 하고 이를 범죄시하면서 이 같은 범법 행위가 앞으로 일어나지 않게끔 새 법을 만들어 규제할 방침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법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두고 보아야겠지만 만일 그것이 JOC 같은 건전한 노동 운동을 막는 것이라면 큰 문제일 것입니다. 아무튼 근본 사고는 노동 문제, 농민 문제 같은 데에 종교가 왜 간여하느냐, 그것은 종교의 본영역이 아니다라고 보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레오 13세가 이미 80여 년 전 회칙 `노동 헌장(Rerum Nova- rum)'에서 또 요한 23세가 1961년 5월에 내신 회칙 `어머니와 교사'에서 밝히셨듯이 경제 활동과 도덕 사이의 관계를 전혀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을 다만 상품으로 노동자를 생산의 도구로만 보는 데서 나온 생각입니다. 그리고 교회가 할 일은 아주 물러서 있든지,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들에게는 잘 참으라, 기업인들에게는 노동자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가르치는 것이라는 정도입니다. 교회의 복음 선교가 사회 정의를 위한 노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입니다. 역대 교황님들의 사회 회칙이 이를 가르치고 공의회 문서가 이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인용: 어머니와 교사(Mater et magistra) 4, 6, 특히 16항; 사목 헌장 1, 3항→정치, 경제, 문화; Justia in Mundo;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 30항 중하, 31항 중하.) 이 같은 노력이 없으면 교회는 복음을 충분히 증명할 수가 없습니다. 교회가 이웃 사랑, 가장 복음적인 사랑을 실천한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일 수 없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위에서 보듯이 정치나 경제 등 사회 참여가 복음 선교의 전부도 아니요 또 제1차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사리가 이러한데 왜 이 문제가 아직도 교회 밖에서는 물론이요 교회 안에서까지 실제에 있어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가장 복음적이라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을 위해 자기 시간 자기 능력, 자기 가진 것, 필요하면 자기 생활까지도 바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웃이란 삶의 현장에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입니다. 2. 그 때문에 교회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구체적 생활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에 속한 것은 아닙니다. 그 기원은 삼위 일체이신 하느님이시요 세상 모든 것을 초월합니다. 그러나 세상 속에 파견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을 떠나서 있어서는 안 되고 세상 속에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세상 속에 있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정신적으로 또 교회의 삶 자체가 세상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는 것처럼 이 사람들도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원하는 것은 그들을 이 세상에서 데려가시는 것이 아니라 악마에게서 지켜 주시는 것입니다…"(요한 17, 14-15).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과 같이 나도 이 사람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요한 17, 18). 이 말씀대로 교회는 세상에 속하지 않으나 세상 속에 세상을 위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교회는 복음의 말씀대로 세상의 빛이 되고 땅의 소금이 되고 사회 속의 누룩이 될 수 있습니다. 빛이 빛의 사명을 다하려면 어둠과 동화되지 않으면서 어둠 속에 들어가서 밝혀야 합니다. 소금과 누룩의 역할도 같습니다. 특히 누룩이 누룩의 역할을 하려면 밀가루 반죽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3. 이 같은 교회관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잘 밝혔습니다. 공의회의 교회 헌장 1항에서 교회를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 및 모든 사람의 일치의 성사로 본 것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전 인류의 일치를 위해 도모해야 함을 잘 말해 줍니다. 세상과 유리되어서는 세상의 일치의 성사가 될 수가 없습니다. 또 사목 헌장의 라틴말로 된 제목이 `현대 세계에 있어서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이라고 된 것 역시, 교회가 세상 속에 살아야 함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라틴말 또는 현대 서구어의 in이라는 부사는 그냥 표현상의 말마디가 아니고 교회관에서 온 것입니다. 이 말마디로서 교회는 세상과 대치되어 있는 것도 분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요 세상 속에 있다는 것이 뚜렷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내건 Aggiornamento(시대 적응 쇄신) 정신은 한마디로 교회는 세상 속에 들어가서 빛이 되고 소금이 되고 누룩이 되라는 것입니다. 교회는 그 기원으로 보아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지만 세상 속에, 세상을 위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