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멀어지는 생활 현장을 찾아서(직장인 사목 세미나) 제 1 장 -13-
오늘 이 자리에서 최근에 와서 그 필요성을 날로 더욱 느끼게 되는 직장인 사목에 관하여 학술 세미나를 가지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를 주선하고 개최하는 데까지 수고하신 여러분들, 서울 대교구 평신도 사목국 박기주 신부님, 가톨릭 대학교 사목 연구소장 류병일 신부님 그리고 오늘 주제 발표를 해주실 손희송 신부님, 이동익 신부님, 이기양 신부님, 약정 토론자인 박동균 신부님, 윤효식 한국 증권 금융 명동 지점장님, 그리고 정월기 신부님과 함께 수고하신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늘어나는 냉담자 수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시는 대로 우리 한국 교회는 지난 20년간 대개 7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급격히 성장 발전하였습니다. 특히 이 기간 동안에 우리는 조선 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 신앙 대회를 1981년에 가졌고 이어서 1984년에는 한국 교회 창립 200주년과 103위 순교 성인 시성, 또 그 5년 후 1989년에는 세계 성체 대회를 기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큰 행사는 단지 행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그런 준비 단계에 있어서 전 교회가 순교 선열들의 얼을 이어받고 `이 땅에 빛'이 되고자 하는 신앙과 정신 운동이 있었고 또한 성체 대회 때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주제를 생활 속에 살리고자 하는 신앙과 사랑의 운동이 있었습니다. 그 결실이 한마음 한몸 운동으로 오늘까지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는 우리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정세가 교회로 하여금 보다 더 인간다운 사회, 정의로운 사회 건설에 이바지하여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하였고 예언자적 역할을 과감하게 함으로써 국민 일반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때이기도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함께 이런 연유 등으로 인해 이 시기에 많은 이들이 교회를 찾았고 세례를 받아 신자 수는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그리하여 70년대 말경에 150만에 불과하던 신자 수가 배가 되어 90년대에는 300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이런 성장 현상이 둔화될 뿐 아니라 어느 본당에 가나 예비자 수는 점차 줄고 냉담자, 행불자 수는 엄청나게 늘어나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주일 미사 참여자 수도 전에는 본당 신자 중 50퍼센트, 60퍼센트까지 되던 것이 지금은 잘해야 40퍼센트 아니면 30퍼센트 이하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휴가철, 여름철에는 아주 현저하게 미사 참여 신자 수는 줄고 성당은 휑하게 비어 있는 느낌을 줍니다. 이른바 교회의 공동화 현상을 우리는 실제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교구에서는 92년부터 2000년대 복음화를 목표로 하여 교회의 내실화를 기하기 위해 예비자 교리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시키는 조치를 하고, 또한 교회의 대형화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의 본연의 모습인 초대 교회의 사귐과 섬김과 나눔의 공동체를 닮은 교회 되도록 복음 묵상 나누기를 통한 소공동체 운동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냉담자와 행불자 증가를 막는 데는 구체적인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반 모임의 복음 묵상 나누기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대부분이 여성 신자들이고 남성 신자들 대부분은 낮에 직장에 나가 있어 여기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남성 구역 모임을 하고 있으나 역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물질 위주의 사회 풍조는 세속 가운데 놓여 있는 신자 개개인의 신앙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신앙과 생활의 괴리가 너무나 큽니다. 이런 상황 아래서 다행히도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준 것이 이른바 직장 사목입니다. 직장은 바로 대부분의 남성 신자들, 그리고 상당수의 젊은 여성 신자들, 바로 반 모임에 참석할래야 할 수 없는 이들, 주일에도 성당에 나가기 힘든 이들, 이런 이들이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생활 현장입니다. 그 현장 사목이 바로 직장 사목이고 이것의 필요성과 실상이 오늘 이 학술회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지겠습니다만 그 동안의 짧은 경험으로도 직장 사목을 잘할 때 오늘날 신자들 대부분이 부딪치고 있는 신앙과 생활간의 갈등 문제, 냉담자, 행불자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직장인 스스로 사목을 요청 그래서 교회는 지금까지의 본당 중심의 사목, 이른바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은 살리면서도 그것만에 매이지 않고 변천해 가는 생활 여건을 깊이 참작하여 사람 중심의 속인(屬人) 사목에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이 직장 사목의 길을 열어 준 것은 저를 포함하여 우리 사목자가 아니고 직장의 신자들 자신들입니다. 마치 우리 나라 교회가 외국 선교사나 사제 없이 평신도의 힘으로 창립되었듯이 지금 직장 사목도 평신도들이 먼저 각 직장에서 자신들 스스로 신앙을 더 잘살기 위해 모임을 가지고 사제를 초대함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리만큼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교회는 이것을 하느님의 안배하심으로 알고 이제 보다 진지하게 직장 사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직장 사목의 새 장을 보다 활기 차게 개척해 가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교구는 전문적으로 직장 사목을 담당할 사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 사목자들 모두, 특히 본당 신부님들이 직장 사목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닫고 직접, 간접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1996. 4. 27. 성 바오로 교육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