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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연에 따라서
“어떻게 사는 게 옳은 건지 고민입니다.”
물은 온도가
영하 이하로 떨어지면 고체가 되고
영상이 되면 액체가 되고 끓이면 기체가 됩니다.
거기 무슨 기준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기온에 따라 자연스럽게 얼고 녹고 증발하는 겁니다.
등산해보면 어떤 이는 정상까지 올라가고
어떤 이는 다리가 아파서 중간쯤에서 내려옵니다.
정상까지 가는 사람은 정상에 서는 게 중요하고
중간에 내려가는 사람은 다리 아끼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길거리에선 옷을 입고 목욕탕에 가면 벗어야 하듯
인생은 다만 인연에 따라서 때에 맞게 살아갈 뿐.
어떻게 사는 것이 꼭 옳고 그르다 할 건 없습니다.
다만 기다려주세요
“새내기 초등학교 교사이며 4학년 담임입니다.
학습 수준이 1학년에도 못 미치는 학생이
두어 명 정도 있어서 따로 보충 공부를 시키는데
아이들이 막 도망가서 어깨가 축 처집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능력의 차이가 있습니다.
내 기준에 맞추려 하면 지레 지치기 마련이니
그 아이의 능력에 맞게 격려해주세요.
교육은 학교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는 데 필요한 두 가지만 잘 가르쳐주면 됩니다.
첫째, 기본 셈법 교육인데 이조차 잘 안되면
계산기 쓰는 법을 가르쳐주면 됩니다.
둘째, 글을 쓰고 읽을 줄 알면 됩니다.
나머지는 알면 좋지만 몰라도 괜찮습니다.
아기들 걸음마도 남보다 느린 아이가 있습니다.
다른 아이보다 늦되는 아이일지라도
부모는 다만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음마 연습을 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부모 마음이 되어
늦되는 아이들을 다만 기다려주세요.
가슴 뜨거운 사람
“믿음을 가져도 덤덤할 뿐,
가슴 벅찬 뜨거움도 없고 들뜸도 없어요.”
매일 매일 사는 게 가슴 뜨겁다면
병입니다.
인생살이는 막 즐거울 것도 없고
괴로울 것도 없이 덤덤한 게 정상이에요.
너무 뜨거운 사람은
금방 식을 수 있고,
들떠 즐거움을 쫓다보면
곧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건 나쁜 걸까요?
아니요, 들뜨지 않으면
즐거워도 괜찮아요.
하지만 많이 들뜨면
그만큼 가라앉을 수 있어요.
그러니 너무 뜨겁지 않은 게 좋아요.
너무 즐겁지 않은 게 좋아요.
너무 들뜨지 않는 게 좋아요.
즐거워도 빙긋이
괴로워도 빙긋이
그렇게 살면 편안합니다.
= 법륜 스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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