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희망편지

백지

문성식 2021. 4. 19. 08:03


      백지 아이들이 태어날 때는 거의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생의 인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형성된 습이 아이에게 전달되는 힘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어머니가 부부간 문제나 다른 문제로 괴로워할 때 어린아이를 붙들고 원망을 한다면 그것이 비록 무심히 행한 것일지라도 그 아이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의 한은 부모의 마음속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 마음속에도 그대로 남는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부모의 성격이 급하면 자식들도 급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유전적 요인보다는 습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맏이의 경우 부모의 성격을 많이 닮습니다. 그것도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성격을 많이 닮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아이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맏이의 경우는 다른 형제의 영향은 적기 때문이지요. 자식에게서 자신과 닮은 못난 모습을 보면 부모는 그 근원을 생각하기에 앞서 '저 자식은 왜 저리 성질이 못 됐나?' 하고 속상해 합니다. 그러나 그 근원이 바로 나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을 나무라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부터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만약 현재 가장 첨예하게 갈등을 겪는 사람이 남편이라면, 남편에게 그 부분에 대한 참회를 해야하고 자식이라면, 자식에게 먼저 참회를 해야합니다. 주위 사람의 잘못을 보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더라도 '아 그것도 내 잘못으로 빚어진 일이구나.' 이런 겸손한 마음으로 일체를 받아들이면 자식도 남편도 이웃사람도 마음이 바뀌어 변하게 됩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다름 사람들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어려움이라고, 불행이라고 닥쳐오는 일들이 사실은 더 큰 불행을 예방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먼저 닥쳐 온 그 불행이 자기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인데도 그걸 고맙게 생각하지 않다가 더 큰 불행이 닥친 후에야 '그때 내가 정신을 차렸더라면 좋았을 걸.'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아무리 어려운 조건이라 하더라도 내가 행복해지기에 유리한 점이 많음을 아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