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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보내는 차거운 사이 비 / 한려수

문성식 2017. 3. 7. 17:05



 
 겨울을 보내는 차거운 사이 비
차거운 겨울비가 
긴 겨울을 떠나보려는 듯 
늦은 겨울과 초봄 사이에 
내리고 내린다
봄을 향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겁게 차겁게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리고 있다
마치 
날 떠난 
차거운 님 처럼 
나의 애처러운 마음을 
처연히 
울리면서 말이다
차거운 
겨울비 내리는 
탄천의 산책길 
우산을 받쳐 들고 
차거운 
비 냄새를 맡으며
사랑했던 
떠난 님을 그리며 
비 때문에  
더욱더 촉촉해진 
산책길을 
걷고 걷는다
마음은 
차거운 비 때문에 
한없이 한없이 
착 가라앉아 
마음은 오히려 
명경같이 맑지만
명경같은 
마음 때문에 
그리운 님이 
더욱더 생각나 
차거운 뺨에는 
시나브로 
애달픈 눈물이 
흐르고 흐른다
              한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