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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비 오는 야밤의 텅 빈 거리 / 한려수

문성식 2017. 1. 30. 15:23



 
눈 비 오는 야밤의 텅 빈 거리
추운 겨울 야밤의 텅 빈 거리엔 
눈 비만이 섞여 내리고 내린다
무정한 그 님은 
날 두고 방금 무정하게 떠나가 버리고 
텅 빈 거리엔 눈 비만 쓸쓸히 내리고 내린다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매며 
방금 이별을 고하고 
떠나버린 님 때문에 
허전한 마음을 달래 보려 
거리를 헤매보지만
바람 부는 거리에는 
눈 비만이 사선을 그리며 내리고 
내 눈에는 눈물만 어리고 어린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내 창백한 얼굴은 
실연을 당한 빛이 역력하고 
두 뺨에 어느새 눈물 자욱이 선명하다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이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 보려 하지만 
텅 빈 거리 인적도 없는 길에는 
바람만 불고 
집 잃은 외로운 길고양이들만 
나와 같이 눈 비 맞으며 헤매인다
떠나간 님 때문에 
내 마음도 텅 빈 거리처럼
몸도 마음도 영혼마저도  
너무나 쓸쓸하고 외롭고 시리고 춥다
           한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