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수행 안내】
제3절 기도
1. 기도(祈禱)
보통 때에는 전혀 종교적 성향이 없던 사람이라도 위기에 처하거나 심각한 상황에 부딪히면
종교에 의지하곤 하는 일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면 무언가 의지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기도란 일반적으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느낄 때 신이나 그 밖에 신비한 힘에 의지하여
그것을 이겨내고자 간절하게 비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불교에서 기도는 권청(勸請), 즉 일체 중생들이 어리석은 마음을 떨쳐버리고
하루 속히 지혜의 눈이 열리도록 부처님께 청하는 의식으로서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원력과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여
모든 이웃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회향하겠다는 서원의 뜻이 더 크다.
즉 불교의 기도는 불ㆍ보살님의 위신력을 찬탄하고 다생에 지은 모든 업장을 참회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일체중생과 함께 하기를 발원하고 회향하는 것이다.
그 기도발원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의지하며
이 생명 다하도록 실천하겠다는 성스러운 마음에서부터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도를 통해서 나와 이웃 그리고 모든 중생들에게
불ㆍ보살님의 공덕이 함께 하기를 서원하고
또한 자신의 편협한 마음을 부처님 마음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기도는 선지식과의 만남을 통한 자기와 이웃과의 만남을 뜻한다.
따라서 기도의 마음가짐은 우선적으로 간절한 마음이 앞서야 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부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내 힘으로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이 적을수록 기도는 오히려 잘 된다고 하는 것이다.
오직 모든 것을 부처님께 맡겨버리는 것, 그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심지어 잘 되고 못 되고 까지도 부처님께 맡겨버릴 수 있다면,
이미 성취한 기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도의 성취를 위해서는 반드시 서로 정합이 되는 소원을 가져야 한다.
적멸보궁이나 유명한 기도도량에 가서 간절히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게 해준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의미로 보아야 한다.
부처님이 왜 한 가지 소원만 들어주고 싶겠는가?
수백 가지, 수만 가지 모든 중생의 소원을 모조리 들어주고 성취시켜 주고자 하는 것이
부처님의 대자대비심이다.
다만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하는 것은,
정합이 되는 소원, 즉 앞과 뒤가 맞아떨어지는 소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옳을 것이다.
동쪽으로 가고자 하는 소원과 서쪽으로 가고자 하는 소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한
그 소원성취는 요원한 것이다.
기도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천수다라니나 능엄주 혹은 관세음보살 육자대명왕진언, 광명진언 등을 지송하는 것을
주력(呪力)이라고 한다.
『금강경』이나 『지장경』, 혹은 『화엄경』, 『법화경』, 『원각경』 등
경전을 읽고 지송하는 것을 간경(看經) 혹은 독경(讀經)이라고 한다.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 혹은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미륵보살 등과 같이
불보살님의 명호를 지속해서 염하는 것을 염불(念佛) 혹은 정근(精勤)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백팔배, 삼천배 등과 같이 절을 하는 방법을 비롯해서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기도는 가능한 한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요령’으로 해나가는 것이 좋다.
부드럽기 짝이 없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 것은 지속적으로 같은 자리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도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에서, 이 시간에도 했다가 저 시간에도 했다가 해서는
성취를 보기가 어렵다.
또 한꺼번에 여러 시간을 했다고 며칠은 쉬고 해서는 곤란하다.
규칙적인 식사습관을 지닌 사람은 식사시간이 가까워지면 몸속에서 먼저 알고
준비를 하는 것처럼, 기도도 항상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요령으로’ 하다보면
몸과 마음에 분위기 조성이 잘 되어져 기도삼매를 쉽게 성취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규칙적으로 낼 수 있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좋다.
장소도 가급적이면 가까운 법당을 정하여 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기도의 요령도 한 가지를 정해 놓고 일정 기간 동안은 같은 요령으로
지속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매일 천수다라니 108독 이상을 한다거나,
금강경을 7독 이상 한다거나 염불을 삼천 번 이상 한다거나 하는 등이 그것이다.
만약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기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고
기도할 수 있는 편한 시간과 공간을 정해 놓은 다음,
절에서 기도하는 것과 같이 봉행하면 된다.
어쨌든 외부를 향한 기도가 점차적으로 내부지향적으로 바뀌어져 가고,
궁극적으로는 ‘일념에서 무념으로’ 진전되어 나아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기도를 하는 데도 몸과 마음의 자세와 호흡이 중요하다.
즉 기도와 참회를 하고자 할 때는 앉는 자세부터 바르게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앉는 자세는 두 무릎을 꿇고 앉는 방법을 취하며
그 밖에는 결가부좌(結跏趺坐)나 반가부좌(半跏趺坐)를 선택해서 앉으면 된다.
옷차림도 편안한 복장이 좋을 것이다.
기도할 때에 앉는 법을 강조하는 것은 바른 자세에서 바른 호흡이 나오기 때문이다.
바른 호흡이 중요한 것은 호흡이 안정되어 있을 때 자연히 정신도 안정되어
쉽게 기도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기도를 하다보면
호흡은 자연스레 안정이 되기 때문에 너무 호흡에 의식할 필요는 없다.
기도할 때 마음은 첫째 믿음이 중요하다.
즉 이 기도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부처님의 가피가 분명히 나와 함께 함을 깊이 믿어야 하고
둘째로는 참회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평소 우리 자신의 잘못된 생활에 대해 반성하고
기도에 앞서 자신의 마음을 참회하고 비우는 것이요,
셋째로는 주변의 모든 이웃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중생이 나와 한 몸임을 깨닫고 그들 모두에게 평화와 안락이 깃들기를 바라며
누구에게도 원망이나 미움을 갖지 않는 마음이다.
이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기도에 임할 때 기도는 참다운 공덕을 쌓게 된다.
기도할 때 독송하는 경전은 기도의 내용에 따라 각기 다르다.
먼저 경전을 독송하는 것은
경전을 통해서 불ㆍ보살님의 서원과 나의 정성이 하나가 되게 하는 데 있다.
기도 방법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다섯 가지 덕목이 있는데
그 첫째는 불ㆍ보살님께 귀의하여야 하고,
둘째는 향과 꽃으로 공양하고 보시하여야 하며,
셋째는 3배 또는 108배 등으로 예배하고,
넷째는 업장을 소멸하고 복덕을 성취하기 위하여 참회 발원하여야 하며,
다섯째는 불ㆍ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며 정근하는 염송이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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