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 수월관음도
<수월관음도>, 고려 1310년, 견본채색, 430cm×254cm 일본 가가미진자(鏡神社) 소장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수월관음도'는 단 한 폭의 대형 비단이 화폭이다.
바위 위에 반가좌로 앉은 수월관음의 설법 자태를 화려한 색채 기법으로 그렸다.
가까이에서 보면 우선 현실과 전혀 다른 종교화 특유의 순수하고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만나게 된다.
금색 살갗에 귀갑문, 연꽃무늬 입힌 붉은 치마와 '시스루 패션' 같은
투명 베일을 걸친 보살의 옷차림과 단아하면서도 영적인 자세가 눈을 쓸고 간다.
화면 오른쪽 하단의 작은 선재동자와 달리 거대 보살이 화면 상단과
하단을 압도적인 흐름으로 지배하는 시선의 구도가 숭고한 환영을 낳는다.
옛적 고려 화공들은 여백과 혼색을 싫어했다.
빨강, 흰색 등의 단순한 원색을 바탕색으로 칠하되
금물로 매혹적인 선묘를 부려 꽉 찬 화면을 만들었다.
날갯짓처럼 곡선 그리는 흰빛 실선으로
관음이 두른 베일이 투명하게 너울거린다는 느낌을,
입술을 금물로 덮었지만 위아래 입술이 맞붙는 곳과 언저리를
빨간색 톤으로 마무리 지어 색의 강약을 주었다.
투명한 베일에 흰 빛깔을 미묘하게 농도 조절하면서 구름과 봉황 무늬를
넣어 베일의 우아한 실존감을 드러낸 표현은 환상미의 극치다.
화면 왼쪽 하단의 대나무 바위 묘사는 수묵화의 먹 같지만,
자세히 보면 표면에 미세한 초록색을 덧입혀 먹색이 강해 보이지 않도록 조절했다.
이 그림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지난 8일 통도사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시로노 세지 국립도쿄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은
"정밀 분석 결과 보살 이마 위 백호는 1㎜도 안 되는 세밀한 나선 모양의
선을 계속 되풀이해 그린 것이며,
아래 바위도 초록색 안료를 입혀 그늘을 드리운 효과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수월관음도>, 고려 1310년, 견본채색, 430cm×254cm 일본 가가미진자(鏡神社)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