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33.jpg 15세기 전후에 제작된 해시계.

 

앙부일구는 세종 16년(1434)에 장영실, 이천, 김조 등이 만들었던 해시계로 시계판이 가마솥같이 오목하고, 이 솥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이것은 둥근 지구 모양을 표현한 것이고 작은 크기로도 시각선, 계절선을 나타내는데 효과적이다.

큰 것은 시계의 지름이 35.2㎝, 높이가 14㎝이고, 17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이며, 작은 것은 시계의 지름이 24.3㎝이며 18세기 전반에 제작되었다. 오목한 시계판에 세로선 7줄과 가로선 13줄을 그었는데 세로선은 시각선이고 가로선은 계절선이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면서 생기는 그림자가 시각선에 비추어 시간을 알 수 있다. 또 절기마다 태양에 고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계절선에 나타나는 그림자 길이가 다른 것을 보고 24절기를 알 수 있다.

특히 세종실록에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12지신 그림으로 그려서 시간을 알게 했다는 기록이 있어 주목할 만 하다. 또한 이것은 대궐에 두었을 뿐만 아니라 종로 혜정교와 종묘 앞에 설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시계였다는 점에도 의의가 크다.

 

오목해시계인 앙부일구는 1434년(세종 16)에 세종이 장영실(蔣英實)에게 명하여 만들었으며, 당시의 앙부일구는 지금 남아 있지 않다. 18세기 전후의 것이 남아 있으며 그 가운데 궁중유물전시관에 있는 2기의 앙부일구가 보물 제845호로 지정되었다. 이들은 지름 24.3㎝, 35.2㎝의 청동제로 검은 칠을 하고 은상감으로 글씨 등을 새겨 넣은 훌륭한 예술품이기도 하다.

 

앙부일구는 반구형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해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영침(影針)이 남쪽 밑에서 북극을 향하여 솟아올라 구면 중앙에 도달하게 되어 있다. 영침 둘레에는 시각을 가리켜주는 눈금이 세로로 그려져 있고, 그 시각이 12지(十二支)로 표시되었다. 이들 세로 눈금과 직각으로 그어진 눈금이 13개 있는데 이 눈금은 24절기에 따라 그림자가 어느 눈금을 따라 움직이는지를 관찰하여 그 날의 절기를 어림으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13줄의 양쪽 전위에는 바로 24절기가 표기되어 있다. 제일 바깥 줄은 동지, 제일 안 줄은 하지 줄이며, 가운데 11줄은 두 절기씩을 나타낸다. 또, 앙부일구에는 대개 ‘한양북극고(漢陽北極高)’가 37도 20분이라거나 37도 39분 15초라거나 하는 등의 명문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서울에서 관측한 북극의 지평선 위의 높이를 각도로 나타낸 것인데, 오늘날의 북위와 같은 값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