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연가
문을 열어주길 원했다
하나뿐인 너의 이름을 부르며
사흘 밤낮을 두드리고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에 걸음을 맞추며
사랑한다 말할 수밖에 없었다
봄날
무지개를 찾아 길을 떠난 소년이
약속한 날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던
겨울 들판에
밀봉된 그리움이 고목처럼 서 있고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너의 알 수 없는 침묵 속에서
함박눈이 내린다
내리면서 쌓인다
함박눈이 나를 덮어도
높은 나뭇가지 끝에 맺힌 눈꽃이 되리라
한겨울 목숨을 건 나의 사랑
몹시 커져 버린 그리움만큼은
너의 문 앞에서 꽁꽁 얼어붙은
눈사람으로 서 있고 싶었다
아침이 되면 방긋 문이 열리길 원했다
등잔에 기름을 채우며 불을 켰던 생의 한순간
너를 향한 나의 고립은
세상 가운데 불가피한 일이 되었구나
무엇보다 사랑 앞에서 약해지는 나를 용서하라
유혹에 넘어지지 않으려 몸부림치던
밤을 잊은 나의 고독 속에도
너의 피는 붉고 따뜻하기만 하여
세월도 어쩌지 못하는 사랑을 끌어안고
너의 닫힌 문 앞에서
불꽃처럼 쓰러지며 타오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