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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고 / 이 보 숙

문성식 2015. 12. 18. 10:43

사랑 그리고 / 이 보 숙 
사랑한다는
가슴 황홀한 단어 하나 
바람에 풀어 날려 보냈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등 돌린 사람
나는 변함 없이 그 자리였건만
그리하여
오늘 내 사랑도 잘리리라
싹뚝 톱질되어 버려지리라
이 회색 도시 어느 까페에서
다 식어빠진 맥주 한잔을 앞에 두고
부르지 못할 이름 하나를  묻으리라
사랑은 끝났다
깊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흘러나오는 유행가처럼 오열하며
이젠 즐거운 안녕이라 말하리라
그리고 잊으리라
영하의 겨울 바람 속에 서서
기다림은 너무 서러워 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