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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 / 이 보 숙

문성식 2015. 9. 3. 10:26
    
    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 / 이 보 숙
    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
    만약 그대가 없다면
    텅빈 공간에서 혼자 밥을 먹고
    먹다 남은 와인을 홀짝거리며
    창 너머로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을 보며 
    한줄기 눈물을 흘리겠지요
    그대가 있어 
    세상 살이에 지쳐
    깜깜한 밤길이 힘들어도
    그대가 밝혀 둔 불빛 따라 걷는
    늦은 시간이 결코 외롭지 않겠지요
    그대는 
    반갑게 나와 문을 열어주고
    오늘 하루 많이 고생했다고
    무엇이 당신을 힘들게 했느냐고
    역성을 들어줄게 뻔하지요
    그대 어깨에 기대어 
    마음 삭이며 잠드는 밤이겠지요
    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