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28.jpg 경상남도 고성군 개천면 북평리 옥천사에 있는 고려시대의 반자. 표면지름 55㎝, 측면너비 14㎝.

 

반자란 절에서 사용하는 금속으로 만든 일종의 타악기이다. 금고 또는 금구라고도 하며 절에서 대중을 불러모으거나, 급한 일을 알리는데 사용한 도구이다.

 

전면에 굵은 융기선으로 4줄의 동심원(同心圓)을 돌리고 후면을 비게 한 일반형식의 반자로서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다.

표면의 의장(意匠)은 중앙부에 크게 자리잡은 자방(子房)을 중심으로 촘촘히 둘러진 연판(蓮瓣), 그리고 내구(內區)에 소문대(素文帶)와 외구(外區)에 운문대(雲文帶)가 둘러져서 동심원상(圓心圓狀)으로 4칸의 구획이 나누어졌다.

 

자방 안에는 원권상(圓圈狀)의 연자(蓮子)가 모두 7개 들어 있는데 연자의 주위에는 도드라지게 표현된 2중의 세선으로 6엽 능화형(菱花形)을 이루었다. 자방과 연판 사이, 내구와 외구의 사이, 또 표면 둘레에는 각각 쌍사(雙絲)가 둘러진 태선(太線)을 도드라지게 나타냈고, 연화문의 주연에는 넓은 띠 위에 같은 형식의 태선이 둘러져서 연화를 돋보이게 구분하였다.

 

중간에는 아무 장식이 없고 외구에는 쌍구(雙鉤)의 당초구름무늬가 유려하게 돌려졌다. 측면에는 중앙에 도드라지게 나타낸 선으로 좌우를 구획하였고 그 선상에 3개의 여의두(如意頭)모양의 얄팍한 고리가 상단과 좌우에 각각 고정되었다.

 

또한, 측면에는 187자에 이르는 장문(長文)의 명문이 오목새김으로 새겨졌는데, 첫머리에 ‘高麗二十三王環甲之年壬子四月十二日在於京師工人家中鑄成智異山安養社之飯子(고려23왕환갑지년임자4월12일재어경사공인가중주성지리산안양사지반자)’라는 문구가 있어 1252년(고종 39)에 주성되어 지리산 안양사에서 사용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안양사는 하동군 청암면에 소재하였던 절로서 특히 ≪동국여지승람≫ 진주목(晉州牧) 불우조(佛宇條)에서 이 절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반자가 어떻게 옥천사에 소장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제작자인 공인별장(工人別將) 한중서(韓仲敍)는 이 옥천사반자와 더불어 내소사범종(來蘇寺梵鐘) 등 여러 점의 유품을 남기고 있어 고려 말의 뛰어난 장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수의 권문귀족과 승려들이 발원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고 안양사의 사(社)라는 이름에서 이 반자가 고려 말에 유행하였던 신앙결사(信仰結社)의 한 형태로 조성된 기념비적 작품이 아닌가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