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맑은 기쁨

문성식 2015. 7. 28. 18:22

 
      맑은 기쁨 우리처럼 산골에 묻혀서 사는 덜된 사람들은 둘레의 지극히 사소한 일들 속에서 삶의 잔잔한 기쁨을 찾는 수가 있다. 이를테면, 고무줄로 된 허리띠가 탄력을 잃고 느슨해져서 자꾸만 바지가 흘러내리는 바람에 성가셔 하다가, 어느날 새 허리띠로 갈아 낀 다음의 그 든든함. 이것도 홀가분한 기쁨일 수 있다. 부엌문을 여닫을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그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곤 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떠올라 초 토막을 녹여서 돌쩌귀에 바른 뒤부터는, 아무 소리 없이 부드럽게 여닫히는 걸 보고 빙그레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 또한 내 조그마한 기쁨이다 장마가 갠 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낫으로 베다가 풀섶에 가려진 커다란 호박을 보았을 때, 그야말로 이거 웬 호박이냐는 경우도 살아가는 기쁨이다. ㅡ 법정 스님글 [맑은 기쁨]중에서 ㅡ

'범정스님 어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0) 2015.07.28
기도  (0) 2015.07.28
기도의 단맛을 보려면.  (0) 2015.07.28
지혜와 자비의길  (0) 2015.07.28
정직과 청빈의 덕을  (0) 201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