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고려(高麗) 말기(末期)의 명장(名將) 정지(鄭地) 장군(將軍)이 입었던 경번갑(鏡幡甲)이다.
쇠미늘(鐵札) 주위에 구멍을 뚫고 쇠고리(鐵環)로 쇠미늘들을 연결시켜 만들었다. 쇠고리는 지름이 1cm로서 뾰족한 양끝을 겹친 것과 양끝을 작은 못으로 고정시킨 두 가지가 있는데, 안팎으로 이중이 되도록 하여 쇠미늘을 서로 연결하였다.
전면(前面)에는 쇠미늘 6편씩을 연결한 줄이 6줄이 있는데 2줄은 여미게 되었고, 배면(背面)은 7편씩으로 만든 줄을 만들어 5줄로 등을 가리게 되었다. 전면은 좌우(左右)로 갈수록 쇠미늘의 수를 줄여서 4편씩 1줄, 3편씩 2줄을 연결하여 겨드랑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두 어깨는 쇠미늘 없이 쇠고리만으로 만들어 어깨운동을 자유롭게 하였다. 유례를 볼 수 없는 특이한 갑옷의 일종으로 비교적 원형을 잘 남기고 있어 귀중(貴重)한 유물(遺物)이라 하겠다.
정지(鄭地)는 고려(高麗) 충목왕(忠穆王) 3년(1347)에 출생(出生), 왜구(倭寇)를 격파하는 데 큰 공을 세웠으며 공양왕(恭讓王) 2년(1390)에 판개성부사(判開城府事)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못하고 병사(病死)하였다. 시호(諡號)는 경렬(景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