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79.jpg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높이 29㎝의 자그마한 금동불로, 광배(光背)와 대좌(臺座)는 없어졌지만 비교적 잘 보존된 약사여래입상이다. 약사여래는 모든 중생의 질병을 구제해준다는 의미를 지닌 부처로 손에 약그릇을 들고 있는 특징이 있다.

 

나발(螺髮)의 머리 위에는 높다란 육계(肉계)가 솟아 있는데, 이것은 풍만한 얼굴, 뚜렷한 삼도(三道), 긴 귀와 함께 불국사(佛國寺) 금동아미타여래좌상(金銅阿彌陀如來坐像)(국보(國寶) 제(第)27호(號)) 또는 백률사(柏栗寺) 금동악사여래입상(金銅樂師如來立像)(국보(國寶) 제(第)28호(號))과 직결되는 수법이다.

얼굴은 풍만하지만 형식적인 미소조차 나타나지 않은 근엄한 상(像)으로 냉엄한 인상을 주지만, 눈·코·입의 명확한 묘사는 치밀하고 세련된 조각기법(彫刻技法)을 보여 주고 있다.

형식화된 의문(衣文) 속으로 드러나 보이는 신체는 비교적 당당한 자세이며, 얼굴 모습과 통하는 근엄성을 갖추고 있다. 두꺼운 의습(衣褶)은 힘없이 축 늘어졌고, V형 의문(衣文)이나 납의(衲衣) 하단(下端)의 표현 등은 백률사약사상(栢栗寺藥師像)과 기본적으로 유사하지만, 각명(刻明)하고 맺고 끊는 듯한 기법(技法)은 불국사금동상(佛國寺金銅像)들과 맥(脈)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가슴에 흐르고 있는 지그재그 형 옷주름(습벽(褶벽))은 불국사금동아미타불(佛國寺金銅阿彌陀佛)의 그것이 보다 형식화(形式化) 또는 경화(硬化)된 것이며, l 형식화는 오른쪽 어깨에서 흘러내리고 있는 지그재그 형 옷주름에서 더욱 여실히 나타나 있다.

왼손은 들어서 약호(藥壺)를 들고 오른팔은 아래로 드리워 엄지와 가운뎃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약사여래상(藥師如來像)이다.

대좌(臺座)와 광배(光背)는 모두 없어졌으나 대좌에 꽂혔던 촉이 두 발 밑에 하나씩 붙어 있다. 광배 고달이는 없어졌다. 오른쪽 어깨와 오른팔은 동체(胴體)와 따로 주조해서 자연스럽게 접합(接合)한 것으로, 등뒤에는 주조할 때 뚫린 구멍 자국이 남아 있다.

이 불상은 1916년 3월에 당시 조선 총독부가 일인(日人)에게서 매입한 것인데, 그 전의 유래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다. 하여튼 이 불상은 그 특징적인 모든 양식(樣式)에서 백률사약사상(栢栗寺藥寺像)과 전후(前後)하여 만들어진 8세기의 작품인 것은 거의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