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jpg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연곡사에 있는 석탑. 높이 6m.

연곡사의 법당을 비롯한 여러 목조건물들은 6·25동란 때 모두 불타 없어지고, 넓은 옛터에 석조물만이 몇 개 남아 있는데 이 석탑은 남쪽으로 약간 거리를 두고 건립되어 있다.

3층기단의 전형적인 일반형 방탑(方塔)으로, 각 층의 기단은 여러 개의 석재(石材)로 구성하고 있다. 지대석(地臺石)에 해당하는 석재 밑에 약간 넓이를 좁혀서, 또 한 층의 석재가 놓여 지대석은 최하층기단의 갑석(甲石)같이 되었고, 상면(上面)에는 하대석(下臺石)을 받기 위한 낮은 1단이 있다.

하대석과 중대석(中臺石)을 붙여서 한 돌로 만들고, 각 면석(面石)에는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와 탱주(撑柱 : 받침기둥) 1주가 모각(模刻)되었다. 갑석 상면에는 완만한 경사가 보이고 중앙에는 각형(角形)과 호형(弧形)의 몰딩(moulding : 테두리장식)이 있다. 상층기단 면석은 훨씬 작아졌고 각 면에는 우주와 탱주 1주가 있다.

이상의 기단부는 모두 여러 개의 석재로 각 부가 구성되었는데, 상층기단 갑석만은 1석으로 밑에는 부연(副椽 : 탑 기단의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이 있고, 상면은 급하지 않은 경사를 이룬 가운데 각형 2단의 몰딩이 있다.

탑신부(塔身部)는 각 층 1석씩으로 조성하여 겹겹이 쌓았는데, 각 층 옥신(屋身)에는 우주형(隅柱形)이 표시되었을 뿐이고 2층 이상의 옥신은 줄어들었다. 옥개석(屋蓋石)은 받침이 각 층 4단이고 추녀 밑은 수평이다. 옥개 상면의 낙수면의 경사는 경쾌한 곡선을 그렸고 모퉁이로 흘러내린 전각(轉角)에서의 반전(反轉)도 우아하다.

상륜부(相輪部)는 전부 결실되어 하나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이 석탑의 3층 옥개석은 떨어져나갔었는데 1967년 현재의 상태와 같이 복원하였다. 당시 해체에 따라 상층기단 내 자연판석상에서 높이 23.5㎝의 동조여래입상(銅造如來立像) 1구가 발견되었다.

이 석탑은 기단부가 매우 광대해졌으며 이에 비하여 탑신부는 축소된 감이 있다. 그러나 매우 안정감을 보여 주며 최하기단부터 탑신부에 이르기까지 체감비율도 온화한 아름다운 탑의 하나이다. 이와 같은 모든 부재를 다듬은 방법과 각 부의 구성양식 등으로 미루어보아 건립연대는 통일신라시대 말기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