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8.jpg 전라남도 곡성군 죽곡면 원달리 대안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부도. 높이 3.1m.

 

이 탑은 승려 적인선사 혜철의 부도탑으로, 혜철 스님의 사리를 모시고 있다. 대안사는 신라시대 선(禪)을 가르치는 유명한 종파인 구산선문 가운데 하나로 이름이 높으며, 적인선사 혜철(惠哲)은 대안사가 속한 동이산파를 연 스님이다.

 

사찰 중심을 약간 벗어난 북쪽 언덕에 있는데 주위에 흙담장을 쌓고 그 안에 탑비와 함께 나란히 서 있다.

보존상태는 양호하여 상륜부(相輪部)까지 모두 남아 있고 탑비는 뒷날 보완한 것으로서 귀부(龜趺)와 함께 석조부도의 전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지대석은 방형의 2단으로 구성되었고 각 부재와 똑같이 세련된 모습을 보이며 별다른 조식(彫飾)은 없다. 기단부는 상·중·하대석으로 이루어졌으며 모두 8각이고 각기 다른 돌로 조성하였다.

 

하대석은 1단이며 하단부에는 각형 1단의 높직한 굄이 조각되었고, 그 측면에는 각 면에 2구씩의 가늘고 긴 안상(眼象)을 오목새김하였는데, 그 선각(線刻)이 매우 예리하여 시대적인 특징을 잘 보이고 있다.

또한, 하대석은 현저하게 위는 좁고 아래는 넉넉한 형태이므로 측면에서 보면 사다리꼴로 측면에 1좌씩의 사자상을 돋을새김하였다.

 

이 사자들은 모두 그 방향이 다르고 머리와 전·후 양다리 부분의 형태도 달리하고 있으며, 특히 머리카락과 뒤꼬리가 올려져 유려한 곡선을 보이고 있으므로 움직이고 있는 사자의 모습을 조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대석 위에는 중대를 받는 굄대가 마련되었는데 형태는 8각이며 높직한 각형 1단 위에 낮은 각형의 3단 굄이 각출되었다. 중대석은 8각의 면마다 조식이 있는 가늘고 긴 안상을 1구씩 두었으며 높이가 매우 낮은데 이러한 현상은 선례인 전흥법사염거화상탑(傳興法寺廉居和尙塔, 국보 제104호)에서도 같음을 볼 수 있다.

 

기단사자상 상대석은 하면에 낮은 각형 받침 3단을 8각으로 각출하여 그 밑의 중대석 굄 3단과 대칭을 보이며, 하면에도 각형의 3단 굄을 각출하고 그 위의 부재를 받고 있다.

 

상대 측면에는 단엽의 앙련(仰蓮)을 3중으로 조각하였는데 하단에 1렬의 앙련이 있고 그 위에는 2엽(二葉)이 겹쳐 있어 3중이며, 이 연판 내에는 종선(縱線)이 중심에 돋을새김되었을 뿐 별다른 장식이 없으나, 주연과 판단부(瓣端部)의 표현이 사실적이다.

탑신 굄대는 기단 상대석과 같은 돌이며 상면에 각출한 3단의 각형 굄 위에 마련되었는데 각 측면에 조식이 있는 가늘고 긴 안상을 2구씩 배치하였다.

 

상단부에는 갑석형(甲石形)을 두르고 있는데 그 하면에 부연(副椽)과도 같은 낮은 각형 받침을 1단 각출하고 상면에는 각형·원호·각형의 순서로 3단의 굄을 마련하여 탑신석을 받고 있되, 원호의 굄은 상·하의 각형보다 넓으며 여기에 복엽 복판(覆瓣)의 연화문을 둘러서 한층 화사한 굄대를 이루고 있다.

 

탑신석은 각 면에 양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를 각출하고 전후면에 문짝형태를 모각하였으며 그 좌우 측면에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을 조각하였다. 옥개석은 넓은 편이며 하면에는 각형의 서까래 형태를 2중으로 조각하고 있어 목조건축의 양식을 모방하고 있다.

이러한 목조가구(木造架構)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음은 상면과 추녀 끝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옥상(屋上)의 낙수면에는 8면의 합각에 굵은 우동(隅棟 : 옥개석의 귀마루)이 있고 그 사이에 기왓골이 표현되었다.

 

추녀는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각 모서리에 이르러서는 약간 급하게 반전되었으며, 추녀에는 막새기와로써 기왓골의 막음을 취하였는데 여기에는 암막새와 수막새의 윤곽을 조각하여 목조건축의 막새기와를 연상하게 할 만큼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상륜부는 옥개석 정상에 2단의 각형 굄을 각출하여 받고 있는데 앙화(仰花) 위에 복발(覆鉢)과 보륜(寶輪)·보주(寶珠) 등이 차례로 잘 남아 있다. 앙화도 8각으로 아랫면에는 1단의 각형 받침이 각출되었고, 각 모퉁이에 1판씩 배치한 입상형(立狀形) 앙련에는 판내에 원대(圓帶)와 연주문(連珠文)을 비롯하여 각종 화문이 조식되었다.

 

복발은 일반형 석탑에서와 같이 원형이며 측면에 횡대(橫帶)가 둘려 있고 3층의 원형 보륜에는 각기 측면에 8판의 앙련이 조각되었는데, 각 연판 내에는 구슬무늬와 각종 꽃무늬를 장식하였다. 보주는 정상의 보륜 위에 높직한 원대를 마련하고 그 상면에 낮게 조각하였다.

이와 같이 상륜은 하단부의 앙화부터 정상의 보주까지 많은 화문을 조식하고 있으므로 하단 기부의 화사한 장식들과 잘 어울려서 전체적으로 보아 장엄하게 보인다.

 

부도의 옆에 있는 탑비에는 선사의 행적을 비롯하여 당시의 사찰 및 건탑·건비 등 여러가지 내용을 적은 비문이 있다.

이 비문에 의하면 부도의 주인공인 적인(寂忍)은 785년(원성왕 1)에 출생하여 861년(경문왕 1)에 입적한 통일신라시대 말기의 고승으로서 대안사의 개산조사(開山祖師)인 혜철(慧徹)이다. 따라서, 이 부도의 건립연대도 혜철이 입적한 861년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