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jpg 경상남도 함안군 군북면 하림리에 있는 불상. 801년 작. 본존불 높이 353㎝. 너비 7m, 높이 약 5m의 평평한 절벽 위에 거대한 삼존상을 선각(線刻)으로 새겨 놓았다.

 

이 삼존상(三尊像)은 암면(岩面)을 깎아 새긴 마애약사불상(磨崖藥師佛像)과 그 협시보살상(脇侍菩薩像)인데, 신라(新羅) 애장왕(哀莊王) 2년(801)에 만들어진 신라(新羅) 하대(下代)의 가장 저명한 마애불이다.

이 불상은 8세기의 이상적(理想的) 사실주의(寫實主義) 경향의 불상들과는 다소 다른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데, 거구(巨軀)의 불상(佛像)이지만 위장부적(偉丈夫的)인 당당한 체구가 아닌 현실적인 장대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특징은 정적(靜的)이며 침울하기까지 한 얼굴, 탄력감이 줄어진 신체(身體) 각부(各部), 그저 둥글기만 한 어깨, 밋밋한 가슴과 배 등에서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광보살(日光菩薩)의 강렬한 인상과 월광보살(月光菩薩)의 온화하고 우아한 얼굴 등에서 이상적인 양식이 다소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8세기의 긴장감과 활력이 넘치던 이상적 사실주의 양식에서 한층 해이되고 한층 활력이 줄어진 현실적 사실주의 양식으로 이행되어 가던 변모과정을 잘 보여주는 801년의 절대연대를 가진 중요한 마애불상이라 하겠다.

 

가운데의 약사불입상(藥師佛立像)을 중심으로 좌우에 일광보살(日光菩薩)·월광보살(月光菩薩)을 선각 기법으로 새겼다. 삼존상의 오른쪽 여백에는 불상조성기(佛像造成記)가 새겨 있다. 현재 발목 이하는 묻혀 있고 주위에 기와 조각과 주춧돌 등이 흩어져 있다. 본존불은 발목과 발이 불분명하여 정확한 높이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당대 불상들을 기준하면 50㎝쯤 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삼존의 구성은 보살들이 본존을 향해서 4분의 1 정도의 측면관(側面觀 : 옆에서 바라본 모습)을 하고 있다. 마애불의 경우에는 대체로 측면관을 한 것이 많지만 이처럼 자연스런 측면관은 드물다.

이와 함께 두 보살들의 머리끝이 본존불의 가슴 부근까지도 미치지 못한다. 머리끝이 어깨쯤 미치는 일반적인 경향과 달라 새로 나타난 경향으로 보인다. 이러한 새로운 경향은 불상의 형태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불상은 얼굴에 비해서 신체가 장대하게 보인다. 하지만 당당한 체격이 아니며 긴장감 넘치는 장대성도 엿볼 수 없다.

두 협시보살들의 표정, 가령 일광보살의 강렬한 인상이나 월광보살의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예쁘기까지 한 얼굴이나 체구 등에서 아직까지 이상주의 양식(理想主義樣式)이 다소 남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탄력이나 긴장성이 크게 후퇴되었다. 말하자면 8세기의 긴장감과 활력에 넘치던 이상적 사실주의 양식에서 해이되고 활력이 감퇴되어 가는 변모 과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변모에 도식화와 형식화가 따르기 마련이다. 목의 삼도(三道)가 지나치게 가슴으로 처지는 과장적 수법, 측면관이어야 할 귀를 정면관으로 처리한 수법 등에서 도식화가 잘 드러나 있다. 얼굴이나 신체의 윤곽선, 옷자락 선 같은 선 처리에서는 형식화가 나타난다. 비록 호선으로 처리하였지만 8세기경의 명랑하고 활달하며 유려하면서도 긴장미 넘치는 선과는 달리 긴장감이 빠져 있다.

이 불상은 확실한 연대를 알 수 있는 조각으로서 신라 조각 편년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또한 이 불상이 약사불이라는 점에서 명문의 내용과 같이 신라 말기의 혼란을 극복하고자 한 의지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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