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jpg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화엄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 높이 6.4m.

화엄사 대웅전 앞에는 동서로 쌍탑이 서 있다. 그 중에 동쪽에 서 있는 것이 이 탑으로 크기는 서로 비슷하지만 서탑이 조각과 장식이 화려한 반면, 동탑은 아무런 장식없이 단정하다.

남향한 대웅전과 동향한 각황전의 높은 석단 아래 서탑과 대립하여 건립되었다. 서탑은 각 면에 조각상의 장엄이 가득한 데 비하여 이 탑은 아무런 장식이 없다. 또, 서탑이 2층기단임에 비하여 이 탑은 단층기단이다.

여러 장의 석재로 지대석을 짜고 그 위에 4매의 하대석과 함께 우주(隅柱 : 모서리기둥)와 탱주(撑柱 : 받침기둥)가 모각(模刻)된 여러 장의 판석을 세워 중석을 구성하였다.

갑석은 4매석으로 덮었고, 밑에는 부연(副椽 : 탑 기단의 갑석 하부에 두른 쇠시리)이 있으며 상면에는 완만한 경사와 함께 중앙에는 1단의 각형 굄으로 탑신을 받고 있다.

탑신부는 옥신과 옥개가 각각 1석이며, 옥신에는 매층 우주를 모각하였을 뿐 다른 장식은 없다. 옥개석은 편평하여 낙수면(落水面)의 경사는 극히 완만하며 전각에도 반전이 매우 약하다. 추녀 밑은 수평이며 층급받침은 각 층 4단이다. 2층 이상의 옥개석은 옥신을 따라 체감률이 많은 편이다.

상륜부(相輪部)는 상부에 2단의 갑석형 층단이 있는 노반(露盤 : 탑의 최상부 옥개석 위에 놓아 복발·앙화·상륜 등을 받치는 장식)과 반구형의 복발(覆鉢), 그리고 보주형의 석재가 높은 간주(竿柱) 위에 있어 주목된다. 5층의 고준한 석탑이면서 단층기단을 형성하였으며 세부수법에도 간략화된 양식이 보여 이 탑의 조성연대는 서탑에 준하는 9세기경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