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강에 서서
ㅡ 류 시화 ㅡ
날마다 바람이 불었지.
내가 날리던 그리움의 연은
항시 강 어귀의 허리 굽은 하늘가에 걸려 있었고
그대의 한숨처럼 빈 강에 안개가 깔릴 때면
조용히 지워지는 수평선과 함께
돌아서던 그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올랐지.
저무는 강, 그 강을 마주하고 있으며
보이는 것이라곤 온통
목숨처럼 부는,
목숨처럼 부대끼는 기억들뿐이었지.
미명이다.
신음처럼 들려오는 잡풀들 숨소리
어둠이 뒷모습을 보이면
강바람을 잡고 일어나 가난을 밝히는 새벽 풍경들.
항시 홀로 떠오르는 입산금지의 산영(山影)이 외롭고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슬픔의 시작이었지.
다시 저녁.
무엇일까 무엇일까 죽음보다 고된 하루를 마련하며
단단하게 우리를 거머쥐는 어둠,
어둠을 풀어놓으며 저물기 시작한 강,
흘러온 지 오래인 우리의 사랑,
맑은 물 샘솟던 애초의 그곳으로 돌이킬 수 없이
우리의 사랑도 이처럼 저물어야만 하는가
긴 시를 끝의 마지막 인사를
끝내 준비해야만 하는가.
바람이 불었다.
나를 흔들고 지나가던 모든 것은 바람이다.
그대 또한 사랑이 아니라 바람이다.
강가의 밤, 그 밤의 끝을 돌아와
불면 끝의 코피를 쏟으며
선혈이 낭자하게 움트는 저 새벽 여명까지도
바람이다. 내 앞에선 바람 아닌 게 없다.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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