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스님 어록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 / 법정 스님

문성식 2012. 4. 15. 22:09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 
    사람이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씨앗이 땅에 묻혀서 꽃피고
    열매 맺기까지는 사계절의 순환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기다림과 그리움이 동반됩니다.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은 당장 움켜쥐기보다는
    쓰다듬기를 좋아합니다. 
    목표를 향해 곧장 달려가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직선이 아닌 곡선의 묘미를 압니다.
    여기에 삶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한마디로
    죽으러 가는 사람입니다.
    출퇴근 시간 바쁠 때 보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가 앞서려고 합니다. 
    만약 화장터나 묘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면
    서로 뒤처지려고 할 것입니다.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그 일을 자기 삶의 소재로 생각하고
    모든 과정을 즐길 줄 압니다. 
    모든 일을 삶의 소재로 삼으십시오.
    그래야 일을 하되 그 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화엄경>에서는 보살이 중생을 가르치는 것을
    '유희삼매'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소꿉장난할 때 아무 잡념이 없습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어머니가 기다리는 것도 잊고
    그 자체가 즐거워서 몰입합니다.
    이것이 유희삼매입니다.
    세상을 살 때도 그렇게 살라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라는 것입니다.
    일에 갇히면 그 일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 법정 스님 법문집< 일기일회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