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 정보

송악산

문성식 2012. 1. 3. 14:39

경기도 가평군
약 11km 연인교∼백둔리자연학교∼송악산∼장수봉∼연인교

숨겨진 무명봉의 재발견

글 \ 사진 조문경 기자

송악산(705m)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가평읍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연인산(1068m)을 기억할 뿐 송악산의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이 많다. 사실 송악산은 연인산의 장수능선에 속해 있는 봉우리로 연인산과 장수고개 사이에 있는 평범한 산이다. 사람들이 송악산을 잘 모르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산꾼들이 이름없는 705m 봉우리를 송악산이라 불렀는데, 1999년 3월 가평군이 우정봉, 우정고개, 장수봉, 노적봉의 이름을 붙일 때 개성시 송악산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빠졌다. 그 후 송악산은 무명봉 또는 705m 봉우리로 불렸다. 송악산이라 표시된 지도가 있긴 하지만 봉우리조차 표시되지 않은 지도가 대부분이라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기존에 송악산이라 부르던 사람들의 말이 전해져 산을 잘 알고 있는 소수 사람만이 기억할 뿐이었다. 하지만 송악산을 단순한 봉우리로만 덮어두기는 아까운 점이 많다.

 

백둔리 자연학교 옆으로 올라가는 길

연인산은 화려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수려한 계곡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1999년 ‘연인산철쭉제’로 시작해 매년 5월 ‘연인산들꽃축제’가 열리는 연인산은 뛰어난 경치와 수많은 들꽃과 철쭉을 감상할 수 있다. 더불어 백둔리 산촌마을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공연과 전시 및 체험행사를 즐길 수 있는데 철쭉과 멋진 경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수능선 사이에 바로 송악산이 있다. 장수능선의 봉우리로 장수봉과 함께 별도의 표지석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장수봉은 현 위치 표시로 장수봉임을 확인할 수 있지만, 송악산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삼각점만이 있어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볼 수 있다. 장수능선의 이름 모를 705m 봉우리는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꽤 멋진 조망을 자랑한다. 사방으로 이어지는 산자락을 따라 북면, 가평읍을 두루 볼 수 있으며 산행하기 가장 좋은 4월∼6월에 이곳을 찾으면 철쭉에 묻혀 산길을 걷는지, 꽃길을 걷는지 모를 정도로 눈이 즐거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길
연인산을 오르는 능선에 자리한 송악산은 북면과 가평읍 경계로 산행 코스가 다양하다. 하지만 원점 회귀산행을 하려면 장수능선으로 오르기 편한 백둔리 코스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작게는 송악산만 원점 회귀로 돌아오는 코스와 크게는 송악산과 장수봉을 거쳐 연인산 정상까지 오르고 내려올 수 있으니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산행은 백둔리 연인교를 들머리로 송악산과 장수봉을 거쳐 소망능선을 따라 연인교로 하산해 돌아오는 코스로 잡았다.
가평은 산 따라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유명해 겨울보다는 여름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백둔리로 향하는 2차선 도로를 따라 산자락이 길게 이어진다. 도로 옆으로 펜션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길 따라 옆으로 흐르는 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도로 중간마다 작고 귀여운 다리가 많다. 연인교도 다리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살짝 민망할 정도로 작다.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도대체 연인교가 어디인지 찾아야 할 정도다. 연인들이 꼭 붙어서 건너기 좋게 작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귀여운 다리에 웃음이 절로 난다. 길 따라 올라가면 프리지아, 리멤버, 베네치아, 유앤아이 등 펜션 안내판이 한곳에 모여 있고 안내판 양쪽으로 길이 나뉜다. 왼쪽으로 길을 따라 이동하면 조금씩 작은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10분 정도 올라가면 ‘연인산도립공원’ 안내판이 보인다. 바로 옆으로 연인산 등산 안내도가 크게 설치 되어 있다. 작은 삼거리가 나올 때까지 길을 이어간다. ‘연인제일산장 삼거리’로 알려진 곳인데 삼거리에 도착하니 산장이 보이질 않는다. 지도도 확인할 겸 삼거리 바로 앞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 물어보니 바로 이곳이 연인제일산장이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1년 전 ‘백둔정방 요양원’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준다. 사실 삼거리라고 하기에 길이 너무 좁아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길이 나뉘는 지점에 이정표가 있으니 특별히 길을 찾는 어려움은 없다. 왼쪽 작은 다리를 건너가면 얼마 가지 않아 ‘백둔리 자연학교’가 나온다. 조금씩 오르막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길이 양쪽으로 나뉘면서 이정표가 보인다. 좌측 작은 언덕길은 장수능선으로 향하는 길이고, 우측으로 곧게 뻗어 있는 길은 소망능선으로 이어진다. 우측으로 빠져도 중간에 송악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지만 좌측의 길보다 송악산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2배 정도 오래 걸린다.

송악산 정상. 작은 삼각점이 송악산 정상임을 나타낸다.

좌측으로 올라가면 숲 속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연인산 정상 4.7km’ 이정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행 하루 전에 내린 눈은 이미 도시에서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산에는 한가득 쌓인 눈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늘로 높게 뻗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시작으로 슬슬 경사진 길이 이어진다. 오를수록 급경사로 이어진 길은 쌓인 눈에 길이 미끄러워 옮기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잠시 쉬어가며 40분 정도 오르자 삼거리가 나오고 이정표가 바로 보인다. 왼쪽 내리막은 장수고개로 가는 방향이고 오른쪽 오르막길은 연인산 정상으로 이어진 길로 송악산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거친 숨을 돌리고 우측으로 길을 이어간다. 삼거리부터는 장수능선을 따라 이동하는 길로 햇볕이 고루 비치긴 하지만 매서운 바람은 피할 곳이 없다. 오르막으로 이어진 능선은 오를수록 주변의 경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겨울 산이라 헐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보이는 모습은 좀 더 올라가 시원스런 조망을 즐기고 싶게 만든다. 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큰 바위 봉우리로 길이 이어진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바위 사이를 조심히 돌아 오르니 철쭉가지들이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섰다. 연인산이 들꽃축제로 유명한 이유는 겨울에 와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능선 따라 이어진 철쭉이 5월이면 얼마나 아름답고 향기로운 길을 만들지 능선에 들어선 순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지 않게 오르며 좌우로 보이는 산들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겨울에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곱게 쌓여 있는 눈이 한몫하고 있지만 말이다. 장수능선에 푹 빠져 있는 사이 바닥에 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송악산을 알려주는 삼각점이다. 쌓인 눈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눈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반 이상은 빼꼼히 눈 위로 모습을 드러내 송악산임을 알려준다. 탁 트인 곳은 아니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조망이 꽤 훌륭하다. 눈앞을 살짝 가로막는 높이의 가지들만 살짝 정리해줘도 전망대로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잠시 송악산의 정상을 즐기고 길을 이어간다. 살짝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길 끝에 날씬한 소나무 두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만약 삼각점을 그냥 지나쳤다면 또 다른 표시로 소나무를 만나게 된다면 바로 송악산 정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리막으로 길이 이어진다. 등산객이 지나간 흔적이 거의 없는 눈길은 낮게는 발목에서 깊게는 무릎 높이까지 발이 빠진다. 푹푹 눈으로 빠지는 발걸음에 속도가 나질 않는다. 넓어졌다 좁아지기를 반복하며 능선을 따라 이동한다. 울창한 숲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좁고 높은 봉우리를 지나가며 오를수록 사방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현 위치 표시가 장수봉임을 알려준다.

멀리 이정표가 보이고 ‘장수능선 갈림길’에 섰다. 연인산과 용추휴양소, 백둔리 장수폭포로 나뉘는 길이다. 소망능선으로 하산하기 위해 연인산 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오르막으로 이어진 능선은 바위 봉우리를 조심스럽게 돌아 좁은 길로 이어진다. 경사로 한참을 올라 살짝 평평한 곳이 나왔는데 바로 이곳이 장수봉이다. 송악산과는 다르게 현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에 정확히 장수봉이라 적혀 있다. 좌우로 돌아보니 칼봉과 매봉이 보인다. 사방으로 길게 이어진 산줄기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즐기다 길을 이어간다. 편안히 오르내리다가 경사구간이 나오고 힘들게 오르내리기를 짧게 반복하면 소망능선으로 나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를 보면 연인산 정상까지는 0.9km 거리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막힘없이 시원하게 명지산과 화악산이 보인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소망능선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밑으로 내려가는 길은 음지에다 쌓인 눈에 등산로가 가려져 내딛는 발걸음마다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급경사로 이어진 길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줄줄이 넘어지기 시작했다. 쌓인 눈의 높이가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쑥쑥 빠진다. 그나마 가득 쌓여 있는 눈 덕분에 넘어져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곧 경사가 심해 로프를 설치한 구간이 나왔는데 눈에 가려져 빼내지 않고는 잡을 수가 없었다. 활강 경주하듯 원하지 않아도 미끄러지기를 수 없이 반복하며 내려가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다. 급경사를 지나 완만해졌을 때 우측으로 빽빽이 들어선 울창한 잣나무 숲이 보인다. 가뜩이나 음지인데 숲 안쪽으로는 밤처럼 어둡다. 잣나무 숲 옆으로 길을 이어가고 이정표가 나오고 나서야 길이 완만해진다. 두 갈래로 나뉘는 길에서 우측으로 이동하면 좁고 짧은 내리막길로 임도로 이어지는 구간에 닿는다. 임도 따라 내려가는 길 위쪽으로 송악산의 소나무 두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40분 정도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백둔리 자연학교를 지나 백둔정방 요양원으로 나오게 된다. 연인교에서 올라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 내려가면 들머리였던 연인교에 도착한다. 

●교통
서울 방면에서 출발할 경우 올림픽대로 미사리 IC를 지나 춘천고속도로 화도 IC 톨게이트에서 46번 국도로 갈아탄다. 금남 IC에서 춘천 방면인 좌측 경춘북로로 이어간다. 가평오거리에서 가화로 북면 방면으로 우회전 후에 백둔로에서 연인산, 백둔리 방면으로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연인산 다목적 캠프장 바로 다음에 나오는 다리가 연인교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경춘선 가평역에서 하차한 뒤 백둔리까지 가는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가평역 이전으로 군내버스 시간이 변경되어 백둔리(연인산)로 가는 버스는 7:10, 10:10, 14:50, 18:20, 20:00 등이 있다. 가평터미널과 가평역이 떨어져 있어 배차 시간이 몇 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가평(직행) 버스가 오전 6시 35분부터 오후 10시 5분까지 20∼35분 간격으로 버스가 자주 있다. 요금은 5,900원이며, 약 1시간 20분 정도가 걸린다. 터미널에 도착하면 마찬가지로 백둔리로 가는 군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주변볼거리
남송미술관
경기도 가평군 북면 백둔리 198-9번지에 있는 남송미술관은 연인교로 가는 길 우측 도로변에 있다. 특이한 건물부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데 300평 전시관에 미술품 200여 점 정도 전시가 가능하며 체험학습실과 한옥누각이 있다. 경원대 남궁원(응용회화과) 교수가 전 재산을 들여 세운 사립 미술관이다. 관람 시간은 동절기 오전 10시∼5시, 하절기 오전 10시∼6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대인 2천원, 소인 천원. 허수아비마을을 이용한 사람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31-581-0772

황태 먹거리식당
가평군청 맞은 편 안쪽 골목에 있는 ‘황태 먹거리식당’은 가평에서는 이미 유명한 식당이다. 황태 전문식당을 운영한 지는 총 15년, 군청 앞으로 이사 온 지는 6년째다. 가장 잘나가는 메뉴는 황태찜과 아귀찜. 황태 전문이지만 아귀찜 맛 또한 일품이다. 깔끔한 밑반찬과 주 메뉴의 담백한 음식솜씨에 황태찜을 먹으러 가평으로 달려오게 될지도 모른다. 황태찜(大) 3만원, (中) 2만 5천원, 아귀찜(大) 3만 5천원, (中)3만원, 황태정식 8천원.
문의 031-582-7216 ⓜ

장수봉을 지나 소망능선에서 보이는 명지산과 화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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