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그리고 성

남자를 빛나게 하는 숨은 묘책

문성식 2011. 7. 9. 01:17

남자를 빛나게 하는 숨은 묘책

 

한 번은 80년대 거물급 인사 P씨가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는 매우 초췌하고 기력 없는 모습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성욕이 떨어지고 발기가 잘 안 돼서요.”
“지병이 있거나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습니까?”
“병을 크게 앓은 적은 없고요, 단지 스트레스가 많아서 정신과에서 주는 약을 먹어가며 겨우겨우 버티고 있지요.”

과음, 과로, 스트레스에 우울 증세까지 겹친 P씨. 마침내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가 되자 주위 사람의 권유로 2년 전부터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우선 기본적인 몇 가지를 검사받도록 했다. 혈액 화학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비디오를 통해 시청각자극 반응을 체크한 결과 매우 불안정한 발기 증상을 보였다. 뇌하수체의 프로락틴 호르몬 수치는 조금 증가되어 있었다.

“치료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거물답지 않게 흔들렸다.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정신과 의사와 상의해서 복용 중인 약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을 권했다. 그렇다고 약을 무조건 다 끊을 수는 없는 일. 정신과의 약물 치료를 받으랴, 난생 처음 남성클리닉이라는 곳에도 서성대랴, 갈수록 스트레스 쌓일 일이 늘어만 가니 그나마 이따금씩 서던 페니스가 그만 주눅이 들면서 계속 움츠러들기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자꾸 ‘작아지는’ 남편을 둔 아내의 마음은 어땠을까? 자식이 아프면 가슴이 미어지고 배우자가 아프면 머리가 찡찡하다고, 아내의 눈에는 이러한 남편이 점차 성가시게 비쳤던 모양이다. 과거에는 일에 미쳐 살던 남편이 이제는 정반대로 일을 피해다니고, 밤이면 아내와 등 돌리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으니...

사랑과 성공! 어떤 남자든 선망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이루고 잘 지켜나가기란 쉽지 않다. 몇 차례 면담 끝에 그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 번 인생에 도전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전에 정신과의 자문을 구한 결과 다행스럽게도 수술로서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면 정신과 치료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회신이 왔다. 보형물 삽입 수술은 그렇게 적잖이 어려운 과정들을 밟아 선택된 비장의 카드였다.

심인성 성기능 장애 환자라면 1차적으로 심리치료나 약물치료에 의존하면 되겠지만 기질적 원인의 장애를 겪는 환자라면 문제가 다르다. 기질적인 장애는 사고에 의한 외상이나 과음, 과로, 혈관신경장애, 약물 남용 등 여러 요인으로 성 트러블이 생긴다.

동맥경화나 외상 등으로 혈관이 막혀 성기능을 상실한 환자라면 대개 미세혈관 재활 수술 등 외과적 방법과 해면체 부위에 혈관 확장제를 주입하거나 특수 화학제로 만든 보형물을 음경 내에 직접 삽입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보형물 삽입 수술이란 것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옛날엔 늑골 속의 연골을 연필 크기만 하게 다듬어서 음경 속에 이식했다고 한다. 이것이 초기의 보형물 수술이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보형물 삽입이란 음경해면체 속에 인공의 뼈를 넣는 것을 뜻한다. 여기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같은 유래가 있다.

개나 너구리, 고래, 다람쥐 같은 몇몇 포유동물의 음경 속에는 사람과 달리 뼈가 들어있다. 그래서 항상 음경이 딱딱하게 굳어있고 따라서 평생 발기부전이라는 것을 모르는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이에 착상해 인간에게 시도해본 것이 바로 보형물 삽입수술의 기원이 됐다.

하지만 늑골에서 떼어낸 연골은 쉬 녹아버리는 데다가 흐느적대는 연골로는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기가 어려웠다. 그 후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아크릴과 폴리에틸렌, 실리콘 같은 보형물 재질이 개발되면서 삽입 수술은 활기를 띠게 됐다. 처음에는 실리콘으로 만든 가늘고 긴 막대를 음경의 해면체 사이에 집어넣었으나 최근에 들어선 양쪽 해면체 속에 쌍으로 삽입하여 밸런스를 갖게 하는 등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성의 도구로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따랐다.

삽입 수술로 발기부전이 해결된 것까지는 좋은데, 한 가지 문제는 밤이나 낮이나 그곳이 늘 발기상태로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팽창성 보형물이다. 음경 해면체 속에 2개의 원통형 실린더가 들어가고 용액 저장 주머니는 방광 앞에, 발기를 유도하는 조절 펌프는 음낭 속에 위치하는 구조를 취한다. 그러니까 음낭 속의 조절 펌프를 눌러주면 용액 저장 주머니 안에 가득 차 있는 액체가 실린더 속의 팽창실로 흘러 들어가면서 발기상태가 되는 것이다.

마침내 행위가 끝나 음낭 펌프의 이완밸브를 눌러주면 실린더의 용액이 저장 주머니로 역류하기 때문에 음경은 줄어들면서 원래의 모습을 찾게 된다. 3개의 조각으로 되어 있어 ‘세조각 팽창형’이라 불리는 이 보형물은 자연 발기에 가장 가깝고 두께와 길이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본래 성기 크기와 비슷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상생활은 물론 운동 경기에도 불편함이 없고 목욕탕에서든 수영장에서든 전문가 아니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표시도 안 난다. 말하자면 이가 빠져 말을 못하고 음식을 먹을 수 없을 때 틀니를 해넣는 것과 같은 이치로 생각하면 된다.

 

P씨가 퇴원한 지 3개월쯤 됐을까? 갑자기 응급실로 전화가 왔다.
“지난 번에 수술받은 P씨께서 응급실에 계십니다. 고름이 나오는 등 상태가 영 좋지 않아요.”
‘혹시 보형물 수술한 게 탈이라도 났나? 걱정하면서 응급실로 달려가보니 고름이 나오는 부위는 요도였다. 물론 수술 받은 부위나 보형물에선 별반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휴! 요도염이었다. 수술 후 4주 정도 지나 부인과 관계를 해도 좋다고 허락했는데 모처럼 흥분한 그는 부인보다는 밖에서 먼저 테스트를 한 모양이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고름 같은 것이 흘러나오니까 수술한 부위가 고장 난 줄 알고 놀라서 달려온 것이었다.

“남자는 어쩔 수 없어!” 아내들의 불평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아니 부인과 관계하라고 했지, 이렇게 딴 동네 가서 병을 얻어 오시면 어쩝니까?”
어쨌든 요도염 치료를 끝내자 P씨는 안도의 숨을 깊이 내쉬었다.
그 후 1년 만에 만난 그는 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 있는 모습이었다. 우울증 약을 먹으며 살던 욕구불만 환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이야기인즉, 수술 후 무엇보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면서 점차 약을 줄이게 됐고, 이제는 거의 약이 없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고 자랑했다. 그러니 밤과 낮이 자연 행복할 수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글쓴이 최형기 님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주임교수이며, 국내 최초로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성기능장애클리닉을 개설한 주인공이다. 성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그동안의 치료와 임상 실험을 인정받아 아시아 각국으로부터
시술 및 강의 초청이 쇄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