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산 구두가 소나기에 흠뻑 젖거나 흰 바지가 흙탕물로 얼룩진 경험.
여름철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에피소드다. <럭셔리>가 소개하는 의류와 액세서리 관리법을 꼼꼼히 체크해, 비와 습기로 인한 여름의 흔적을 지우고 다가오는 가을을 준비할 것.
LEATHER GOODS 지난달, 아끼는 가죽 핸드백을 들고 외출했다가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에 낭패를 보았다. 브라운 컬러의 매끈한 가죽 백이 비에 젖어 얼룩이 생긴 것. 물기가 마르면 얼룩도 없어질 것이라고 쉽게 넘긴 탓에 결국 보기 싫은 자국이 남아버렸다. 이렇듯 가죽 제품은 비에 젖으면 심한 손상을 입는다. 광택과 탄력이 사라지고 얼룩이나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비 오는 날 가죽 제품을 착용한 경우 곰팡이의 원인이 되는 오염과 습기를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먼저 마른 타월로 습기를 닦아내고 반나절 정도 그늘에서 말린다. 직사광선이나 뜨거운 열로 말리면 표면이 쪼그라들거나 딱딱하게 변하니 주의할 것. 물기가 완전히 말랐다면 구두나 가방, 옷 안에 신문지를 말아 넣거나 종이로 싸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신문지가 가죽의 변형을 막고 습기를 흡수하기 때문. 젖은 채로 방치해 얼룩진 부분이 딱딱해지거나 광택이 사라졌을 때는 전용 오일을 바르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간혹 콜드크림을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콜드크림은 오히려 얼룩을 심하게 만들 수 있으니 반드시 전용 제품을 사용하자. 보관을 잘못해 구겨진 가죽 의류는 다림질을 하기도 한다. 이때는 두꺼운 종이나 천을 덮고 낮은 온도로 다려야 하며, 스팀 다리미 사용은 피해야 한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브랜드에서 컬러풀한 스웨이드 슈즈를 선보였다. 오염과 습기에 약한 스웨이드는 물에 조금만 젖어도 쉽게 얼룩이 생기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빗물에 젖어 얼룩이 생겼다면 우선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리고, 동물 털로 만든 부드러운 브러시로 결을 따라 문지른다. 자국이 심할 경우에는 결 반대 방향으로 문지르다가 다시 결을 따라 천천히 브러싱을 반복하면 얼룩을 지울 수 있다. 슈즈는 비나 흙탕물에 오염되기 쉬워 그날그날 먼지와 오물을 털어내는 것이 좋다. 방수 스프레이를 미리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용 로션으로 슈즈를 닦을 경우에는 로션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 후 스프레이를 사용해야 얼룩이 생기지 않으며, 색이 바랬을 경우 색 보정 스프레이를 뿌리면 선명한 색감을 유지할 수 있다.
(왼쪽) 모노그램을 프린트한 브라운 컬러 우산은 루이 비통. 에메랄드 그린과 퍼플 컬러가 어우러진 스웨이드 펌프스는 에스까다. 골드 컬러 메탈로 마무리한 웨지힐이 독특하다.
FUR COAT 옷장 안에 보관해둔 모피 코트도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모피에 습기가 차면 털이 늘어지고 광택이 없어지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모피 안쪽 가죽에 열을 가하면 수축 현상을 일으켜 굳고 찢어질 수 있으니 다림질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다만 옷장에 오랫동안 걸어둬 털이 구겨지거나 뭉친 경우 간혹 스팀 다리미를 사용하기도 한다. 부분적으로 스팀을 가볍게 쐬어 2~3차례 살짝 빗질한 뒤 물방울을 털어내고 그늘에서 말리면 다시 보송보송하게 입을 수 있다. 모피류의 이상적 보관 환경은 습도 50%, 온도 15℃ 이하.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하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다. 옷장에 걸어놓을 때는 다른 옷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되도록 커버를 씌우지 않는 것이 좋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한번쯤 옷장에서 꺼내 환기를 시켜주어야 한다. 펜디의 최지인 대리는 ‘모피를 보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착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전용 보관소에 보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피 전용 보관소는 모피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주는 환경을 갖추고 있으니 적극 활용하자.
FABRIC CARE 고급 소재를 사용한 의류일수록 조심해서 다룰 필요가 있다. 공기 중의 습기, 쉴 새 없이 흐르는 땀, 쏟아지는 비를 조심해야 한다. 그중 실크는 동물성 단백질 섬유이기 때문에 특히 해충과 습기에 약하고, 자외선과 땀에 변색되기 쉽다. 또 섬유조직의 구성과 염색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고 알칼리 성분에 약하기 때문에 집에서 세탁할 경우 고유의 광택과 색감을 잃을 수 있다. 물에 젖었을 경우에는 가볍게 털어서 그늘에 말린 후 반드시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 캐시미어는 양모에 비해 섬유조직이 가늘고, 유연하며, 가볍다. 비를 맞으면 털이 눕고 결이 흐트러져 얼룩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데, 이런 경우에는 스팀을 쐬면서 털 방향을 따라 브러시로 살살 빗질하면 복원된다. 옷장에 넣어 보관할 때는 습기 제거제를 함께 넣어 습기로 인한 손상을 예방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은 바닥에서 튄 흙탕물로 바지에 얼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옷이 흙탕물에 오염되었을 때는 일단 말린 후 부드러운 브러시를 사용해 흙을 털어낸다. 그 후 40℃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중성세제를 풀고 30분쯤 담근 후 솔로 부드럽게 닦는다. 세탁 후에도 얼룩이 빠지지 않는다면, 감자를 잘라서 오염된 부분을 문지른 후 다시 한번 세탁해보자. 표백제는 독성이 강해 원단을 상하게 하니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명품 의류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크린웰의 홍사완 대표는 “옷에 얼룩이 묻었을 때 집에서 세탁해보고 지워지지 않으면 그제야 세탁소에 가져오는 고객이 많다. 옷에 세제를 묻혀 심하게 비비면 옷감이 손상되고 오히려 얼룩이 깊게 밸 수도 있으니,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전문가에게 세탁을 의뢰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의류의 또 다른 적은 공기 중의 습기! 비 오는 날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옷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곰팡이가 생긴 옷은 아무리 빨아도 냄새를 없애기 힘들다. 이럴 때는 옷을 냉장고에 일주일 정도 넣어둔 후 세탁하면 곰팡이와 냄새를 없앨 수 있으니 기억하자. 습도가 높은 날에는 옷을 헹굴 때 묽게 희석한 염소 표백제를 넣으면 곰팡이 냄새를 예방하고 살균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단, 색이 있는 옷과 화학 섬유는 사용을 피해야 한다. 옷을 보관할 때는 섬유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리하는 것이 좋다. 습기에 강한 무명이나 합성섬유 등을 맨 아래, 모직물은 중간에, 실크 등 견직물은 맨 위에 넣으면 좀 더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옷 사이에 신문지를 끼워놓거나 틈틈이 옷장 문을 열고 선풍기로 통풍을 해주는 것도 습기 제거에 도움이 된다. 계절이 바뀌어 옷장에 넣어둔 옷을 꺼내면 쾨쾨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 데, 장기간 보관하기 전 통풍과 살균은 필수다. 깨끗이 세탁한 후 햇볕을 잠깐 쬐거나 그늘에 말리는 것이 좋다. 푹 끓인 녹차 잎을 말린 후 망에 넣어 옷장에 걸어두면 냄새를 예방할 수 있으니 환절기 옷장 정리에 참고할 것!
(오른쪽) 벨트 디테일이 돋보이는 레인 부츠는 트레통 by 긱샵. 페이턴트로 악어가죽 질감을 연출한 레드 클러치백은 MCM. 캐시미어 소재 스트라이프 니트는 로로 피아나 제품.
JEWELRY & WATCH 평소 착용하는 메탈 소재의 액세서리도 비에 젖은 채로 방치하면 녹슬고 색이 변한다. 마른 헝겊으로 꼼꼼히 닦은 후 시중에서 판매하는 금속 광택제를 발라둘 것. 고가의 주얼리에 땀이나 이물질이 묻으면 미지근한 물에 비누를 살짝 풀어 담갔다 재빨리 꺼내 마른 천으로 닦은 후 말려야 한다. 특히 진주는 대부분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비의 산성 성분과 만나면 광택을 잃거나 색이 변할 수 있다.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통풍이 되지 않는 비닐팩에 보관하거나, 표백 성분이 있는 탈지면 또는 휴지에 싸서 보관하는 것도 변색의 원인. 또 경도가 3~4도 정도로 매우 무르기 때문에 거친 천으로 문지르면 스크래치가 생기니 주의한다. 메탈 브레이슬릿 워치와 방수 케이스 시계는 전용 세정액을 묻힌 솔로 세척한 후 부드러운 천으로 닦는다. 화학제품이나 합성세제와 접촉하면 케이스나 브레이슬릿 등의 부속품이 부식될 염려가 있으니 주의할 것. 비오는 날 야외에서는 크라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물기가 내부로 스며들 수 있으니 가급적 자제하자. 특히 미닛 리피터 시계는 대부분 방수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이버 워치가 아닐 경우 비나 습기에 심하게 노출되면 무브먼트가 손상될 수 있으니 반드시 공식 A/S 센터를 방문해 정밀한 테스트를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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